도날드 트럼프가 미국 제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트럼프가 내건 여러 공약 중 '트럼프 케어'가 관심을 받으면서 제약·바이오주 수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경쟁자였던 힐러리는 선거 기간 동안 미국 약가 인하를 중심으로 의료 규제를 강하게 주장했다. 반면 트럼프는 오히려 오바마 케어를 해체하고 약가를 시장에 맡기겠다고 강조했다.

힐러리의 발언으로 미국 바이오 관련 지수들은 지난해 9월 21일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오바마 케어 폐지를 주장했던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향후 제약바이오 관련 지수와 관련주 상승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11월 초부터 미국 S&P 헬스케어지수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 자료=한국거래소

오바마 케어는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해 저소득층도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이는 10년간 약 600조원의 예산 부담을 발생시킬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정부의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법인세와 상속세 폐지를 주장하는 트럼프 입장에서 오바마케어 정책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케어의 핵심은 오바마 케어 폐지다. 이로 인한 미국인들의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오바마 케어의 골자인 전 국민 건강보험 가입 의무 방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건강보험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이 또한 자유시장 원칙에 따라 실현하겠다는 방침이다. 오바마케어로 약가가 낮아지면서 위축됐던 제약시장 분위기는 트럼프 케어 공약에 힘입어 제약주 상승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 외에도 ▲보험상품 판매 제한 완화 ▲메디케이드 오남용 방지 ▲의약품 가격 자유경쟁 원칙 ▲해외 의약품 수입 제한 완화 ▲개인 건강보험 세금 공제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건강보험 상품을 주에 상관없이 판매할 수 있게 하고 65세 미만 저소득층과 장애인을 위한 '메디케이드'를 연방정부 정액 보조금제도로 편입하자는 주장이다.

트럼프는 의약품 가격에 대해 자유경쟁 원칙을 주장하고 있다. 약가 인하 방안으로 품질이 좋은 해외의약품 수입을 확대하되 의약품 가격은 정부 규제보다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전한 해외의약품 수입 확대는 소비자의 약값 부담을 줄여준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개인 건강보험 비용에 대한 세금 공제를 확대해 건강보험 세금을 공제하고 보험료 외에 실비로 지출하는 비용은 보건저축계좌를 통해 낼 수 있도록 허용해 세금을 면제하겠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 정책들이 모두 이행 된다면, 먼저 오바마 케어 폐지는 병원 서비스 관련 기업들에게는 부정적일 수 있다. 의약품 사용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보험상품 판매 제한 완화와 개인 건강보험 세금 공제 정책은 의료 보험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 트럼프 케어로 인한 영향 중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의약품 가격 자유경쟁 원칙과 해외 의약품 수입 제한 완화다. 이는 신약개발 관련 기업과 제네릭 및 바이오 시밀러 기업에 긍정적이다. 특히 미국 시장 진출을 앞둔 기업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바이오시밀러의 경우는 약가 경쟁력이 중요하다. 만약 오바마 케어가 폐지된다면 수익성이 좋은 바이오시밀러에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에 비해 글로벌 기준 약 30% 가량 낮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물론 트럼프의 강한 자국 산업 보호정책으로 향후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승인에는 부정적 영향이 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또 관세 인상 등으로 의약품 가격 조정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저가 의약품 수입 확대 정책에 대한 기대가 높은 상황이다.

정보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 사건 이후 국내 제약업종 주가 하락폭이 커 이미 업종 밸류에이션은 한미약품 기술수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며 "미국 대선 결과로 제약바이오 업종 주가 조정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신약 약가 인하 리스크가 낮아졌기 때문에 나스닥 헬스케어 지수가 반등한다면 국내 제약바이오 업종지수도 그에 따른 반등을 기대해 볼 만 하다"고 설명했다.

노경철 SK증권 연구원도 "힐러리로 인해 그간 눌려있었던 미국 바이오주의 강한 반등이 예상된다"며 "국내 제약바이오주는 과도하게 하락한 상태인데 조만간 미국 바이오주 상승이 나타난다면 국내 바이오주도 함께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중소형주 위탁운용사를 선정하고 연말까지 대규모 자금을 집행할 예정이어서 이달 중순부터는 제약바이오주 상승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앞으로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워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 멕시코와 중국에는 35~4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는가 하면 한미FTA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트럼프 효과로 미국 바이오주와 국내 제약바이오주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향후 어떤 정책들이 펼쳐질지에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