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 직장에 다니고 솔로다. 순진한 연애는 못하지만 순수하게 사랑은 하고 싶은 혼자 사는 여자 오구실. ‘칠십이초(72 SECONDS)’가 만드는 2~3분가량의 짧은 웹 드라마 주인공이다. 평범한 우리와 너무 닮아서 자꾸 눈길이 가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짧은 드라마를 제작하는 성지환 칠십이초 대표를 만났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라이프스타일을 브랜딩하다

성 대표는 항상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한다.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만들면서 ‘잘 먹고 잘 살고 싶기 때문’이다. 칠십이초라는 회사를 시작하게 된 이유다. 칠십이초는 ‘일상’이라는 코드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만든다.

“처음은 인더비라는 회사에서 실험적으로 만들었던 짧은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면서 시작됐어요. 3~4분 길이의 프랑스 시트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건데요. 이걸 모바일에서 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서투르게 도전했던 영상이라 지금 보면 엉망인데요. 이후에 수정을 거듭하면서 현재 칠십이초 드라마가 탄생하게 된 거죠.”

컴퓨터 프로그래밍 관련 일을 4~5년 하다가 IT 회사를 차리려던 성 대표는 돌연 공연 기획을 시작했다. 이후 인더비라는 공연 회사를 5년 가까이 운영하다가 2~3분 길이의 짧은 웹 드라마를 제작하는 칠십이초 회사를 창업했다. IT에서 일을 하면 평생 먹고는 살겠다 싶었지만 ‘평생 재미있게 일하면서 최고가 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칠십이초가 만드는 웹 드라마들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일명 ‘취향저격’ 드라마로 꼽힌다. 영상이 길지 않아 한 시즌을 다 보는 데 1시간도 걸리지 않는 데다 편집 폭도 짧아 몰입감도 높다. 가장 조회수가 높은 ‘바나나 액츄얼리 시즌2’는 4400만뷰를 기록하기도 했다. 성 대표는 평범한 캐릭터의 ‘라이프스타일’을 브랜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일상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는 게 저희가 가진 차별점이죠. 드라마 하나하나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각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해준다고 볼 수 있어요. 그 자체로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작업을 하고 있죠. 예를 들자면 ‘30대 초반 직장인 솔로 여성’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면 실제로 그 연령대의 여성들이 쓰는 화장품, 입는 옷, 주변 환경 등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주려고 하죠. 마블에 나오는 초능력자들처럼 대개는 주인공에 특징을 살린 경우가 많은데 저는 일반적인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기 때문에 주인공보다는 그의 라이프스타일에 특징을 살리려고 해요.” 마블이 초능력자들의 세계관을 그린다면 칠십이초는 현실 그 자체를 세계관으로 둔 하나의 캐릭터들이 진짜로 살아 움직이는 콘텐츠를 만든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내가 가장 잘 아는 것을 만든다 

“칠십이초에서는 20~30대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뤄요. 그 이유는 그 영상을 만드는 우리가 20~30대이기 때문이에요. 그 연령대의 라이프스타일을 가장 잘 알죠.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면 사실 잘 손대려 하지 않아요. 최근에도 키즈 콘텐츠를 만들자는 제안이 들어오는데 계속 거절하는 이유에요. 만드는 사람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을 가장 잘 만들 수 있다고 봐요. 잘 모르는 걸 잘 만들기는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콘텐츠를 제작하고 나서 이걸 잘 만들었나 판단할 때 가장 첫 번째로는 우리가 이 콘텐츠를 얼마나 재미있어 하는지를 먼저 봐요. 이걸 오픈했을 때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두 번째 기준이 되는 것 같아요.”

성 대표는 최근 이 콘텐츠를 가지고 또 다른 비즈니스를 창출해낼 수 있을까 고민하고 IP(지적재산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그간의 경험으로 비즈니스 없이는 콘텐츠를 만들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 콘텐츠로 다른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해요. 또 IP화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지도 생각해보죠. 짧은 영상 콘텐츠로 장편 드라마 혹은 영화를 만들거나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 영상을 만들 수도 있고요.” 실제로 칠십이초는 삼성, 코웨이, KFC 등과 컬래버레이션 영상을 만들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삼성과의 컬래버레이션 광고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삼성이 이런 광고를 만들다니, 미쳤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우리가 만든 콘텐츠로 다른 비즈니스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없을까는 사실 조회수가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는 것 같아요. 물론 아주 상관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죠. 콘텐츠 성격에 따라 좀 다른 것 같아요. 광고 콘텐츠를 예로 들자면 사람들이 아무리 좋아해도 광고로 만들기 어려운 것이 있고 조회수가 별로 높지는 않지만 광고화하기 정말 좋은 것들이 있거든요. 사람들이 많이 봤다고 해서 무조건 그 콘텐츠가 수익성으로 연결되지는 않으니까요. 그럴 확률이 더 높아지긴 하겠지만요. 지금은 우리가 가장 잘 아는 것을 얼마나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까에 가장 초점을 두고 이걸 어떻게 하면 다른 비즈니스로 연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칠십이초는 콘텐츠 기획부터 각본, 편집, 촬영, 조명, 사운드, 음악, 디자인, 마케팅 전부를 도맡아 한다.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에는 제작비를 아끼지 않는다. 돈 때문에 재미를 포기하지는 말자는 취지다. 성 대표는 영상 콘텐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텍스트’를 꼽았다. “SNS에서 영상이 요즘 뜨고 있지만, 사실 영상이 더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보고 싶은 영상을 고르는 기준은 텍스트가 될 거라고 봐요. 관심을 끄는 건 결국 한 줄의 텍스트거든요.” 그는 오히려 글이 더 중요해질 거라고 강조했다.

성 대표는 ‘시기’와 ‘투자자’를 잘 만나서 2~3분의 짧은 드라마로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유튜브에 영상을 공개한 2014년 하반기가 업계에서 동영상, MCN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였어요. 그래서 저희 영상에 네이버나 CJ가 관심을 가지고 먼저 연락을 주면서 더 알려지게 된 것 같고요. 칠십이초 창업 당시 4분 33초 대표님께 고민 상담을 하러 갔다가 마침 이런 콘텐츠 제작에 관심이 있으셔서 든든한 투자자가 돼 주셨죠. 이런 시기가 와서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었다기보다는 이런 일을 꾸준히 해오고 있던 와중에 시대가 바뀌면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최근 칠십이초는 추가로 20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앞으로 IP 수익 모델을 강화하고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잘 먹고 잘 사는 것은 지금도 사실 쉽지 않다. 어릴 때 “왜 내가 하고 싶고 재미있는 일을 마음대로 하면서 잘 먹고 잘 사는 게 힘들까?”라는 고민을 했다는 성 대표는 그래서 더 콘텐츠 제작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며 “앞으로는 하고 싶고 재미있는 일로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