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복문화향유자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이에 관해 다루는 각 언론사의 보도 방침이나 일부 한복 판매자들, 그리고 관의 입장을 지켜보게 되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언론사는 한복을 입는 행위를 매우 애국적인 것으로 다듬어 기사를 냈다. 일부 한복 판매자들은 나름의 고민은 거의 없이 한복의 일상화, 대중화라는 이름하에 인기 있고 잘 팔리는 디자인만을 공장에서 뽑아내듯 진열해 판매하기 바쁜 모습이었다. 관은 한복을 입은 사람들의 모습이 빈번하게 노출되는 것이 국외 한류의 영향이며 외부에서의 관심으로 인한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개인적인 인터뷰를 받을 때마다 빠지지 않는 질문은 ‘한복을 왜 입게 됐느냐’ 혹은 ‘한복을 왜 입느냐’라는 질문이다. 2012년까지만 하더라도 필자는 명절 때에만 한복을 입었다. 한복 상자에 고이 접혀 있는 옷을 꺼내 누가 쳐다볼까 하는 불안함과 어색함으로 입었다. 변화는 갑자기 찾아왔다. 우연히 자원봉사로 참여했던 D 포탈의 연합 한복행사에 참여한 이후 한복의 색채와 형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언젠가 관련 강의에서 필자는 이 부분을 ‘언제나 만나왔던 친구에게서 어느 날 갑자기 느끼게 된 두근거림과 설렘’으로 설명했다- 당시 행사에 참석했을 때의 느낌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싶어 하는구나! 사람들이,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다양한 디자인의 한복을, 이렇게 ‘같이’ 입고 즐거워하는구나라는 깨달음이었다.

당시 D 포탈에 필자가 속한 카페들에서는 한복에 대한 관심도가 아주 서서히 올라오고 있었는데 특히 이○주단의 배색 중심 한복에 많은 호응이 있었다. 2011년만 하더라도 한복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부족한 시점이었다. 오래된 것이라거나 할머니 옷, 불편하고 번거로운 옷이라는 생각만 하다가 ‘이렇게 예쁜 옷이라면 나도 입고 싶다’라는 의견들이 2010년도부터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포탈에서의 한복 입기 운동은 2011년도, 고궁나들이로 처음 시작됐다. 첫 모임부터 이미 80여명이 모인 이 행사는 이후, 2012년을 거쳐 2013년 5월(3회) 행사에 한복을 입은 200여명을 한 자리에 모았다.

지금의 분위기는 그 2013년 필자가 자원봉사 진행자로 해당 카페연합 행사에 참여했던 때와는 굉장히 많이 달라져 있다. 많은 학생들은 한복을 빌려 입고, 서울의 4대 궁에(특히 경복궁과 창덕궁에), 그리고 전주에, 그리고 한복을 입고 여행을 한다. 어떤 이는 관심종자라 색안경을 끼고 보기도 하지만 이 현상은 누가 보든 말든, 내 만족이고 내 즐거움이다. 이들은 자신의 만족을 위해 한복을 입고, 한복을 함께 입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 즐겁게 한복을 입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깊이 빠진 사람을 오덕후(특히 애니메이션 관련)라고 부르며 지극히 개인의 취미 영역을 숨기려 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방송매체를 중심으로 그런 음지의 사람들을 양지로 끌어들이는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고 그 덕분에 그들을 이상하게 보기보다 신기하게 여기게 되었다. 말 잘하는 사람은 아프○카 tv 등의 매체로, 먹는 것을 잘하는 사람은 먹방으로, 갖가지 특이한 능력이 있는 사람은 <세상에 이런 일이> 프로그램으로. <능력자들>이라는 코너에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덕후들을 소개했다. 남들과 다른 모습이 더 이상 창피하거나 ‘일코(일반인 코스프레)’의 영역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모르는 것을 알고 있는 일종의 일상 전문가로서 이해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복 덕후’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복에 매력을 느낀 어떤 이는 한복을 입는다. 한복을 사 모은다. 어울리는 전통 장신구를 산다. 자신만의 컬렉션을 만든다. 독자적인 취향으로 한복을 맞추고 제작하고 스타일을 만들어 간다. 한복을 입는 것 자체가 애국적이거나 대단한 어떤 것이라기보다는 좋아하는 취향이 ‘한복’인 것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본다. 한복의 대중화, 일상화라는 것에 모든 사람을 교집합 ‘시켜야만’ 하는 것일까? 지금 당장 한복입기(한복에 관심이 있는 것을 지나, 실제로 ‘입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복을 입혀야만 하는 것일까? 한복을 입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서 한복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에 관심이 없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바꾸어 말하면, 한복을 입는 사람이라고 한복이라는 자체에 관심이 없을 수도, 우리나라 전통문화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그저, 지금 자신에게 예뻐 보이는 옷이 ‘한복’이기 때문에 입는다고 보는 관점이 정확할지 모른다.

덕후의 관점으로 생각해보자. 한 방송사의 덕후 소개 프로그램에 치킨 덕후나, 종이 프라모델 덕후가 나온다. 그들은 자신의 현란하고 다양한, 깊이 있는 취미에 대해 한껏 자랑하고 알려주기도 한다. 알아볼 수 있는 곳을 안내해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자기가 선택한 치킨을 먹어야 한다거나 종이 프로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한복 덕후인 필자도 마찬가지다.

한복의 대중화와 일상화라는 측면에서, 더더욱 모든 사람들이 한복을 입을 필요는 없다. 그저 한복이라는 의복을 의례용으로 입든, 일상복으로 입든 남들에게 피해 가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입맛대로 선택하면 그만이다. 전통한복과 생활한복이라는 두 가지 개념에서도 각기 다르게 접근해야 하겠지만, 타인에게 ‘한복을 입으세요’라고 말할 생각은 별로 없다.

그저 필자에겐 이 한복이 하이패션이고, 필자의 스타일이다. 이 옷을 입고, 필자와 취향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만나 즐거움을 공유하는 것이 필자의 가장 큰 기쁨이다. 좋은 것은 필자만 누리고 싶은, 그런 이기적인 마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