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는 저성장 기조와 해외사업 부진 등 고민이 깊어지면서 기존의 사업만으로는 더 이상 성장이 쉽지 않다는 판단이 설 것이다. 이에 기업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에 나섰고 미래 성장동력으로 ‘화장품’을 점 찍는 사례가 업계를 불문하고 눈에 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아직 진출하지 않은 영역인데다 성장성이 감지된다면 화장품 사업을 주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중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K뷰티가 계속해서 이슈인 만큼 자본금을 갖췄다면 도전이 요구되는 분야”라고 말했다.

화장품 산업이 뜨고 있는데다 유통채널을 잘 갖추고 있는 대기업의 경우라면 더욱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에 유통채널을 비롯해 패션 이제는 식품업체까지 화장품 사업에 ‘너도나도’ 뛰어든 모습이다.

신세계그룹 유통 계열사는 기존 채널을 활용해 화장품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이마트가 선보인 화장품 자체 브랜드(PB) 센텐스(SCENTENCE)의 경우 지난 10월 서울 역삼점과 왕십리점 내 센텐스 매장 3, 4호점을 냈다. 오는 12월 성수점과 용산점에서도 매장을 추가로 열면서 공격적인 매장 확대를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기도 용인 죽전점의 경우 오픈 3개월 만에 누적 매출액이 1억6,000만 원으로, 목표치의 150%를 넘겼다는 게 이마트 측의 설명이다.

▲ 센텐스 매장. 출처: 이마트

아울러 지난 9월에는 ‘노브랜드’ 화장품을 통해 스킨케어, 선케어 등 총 12가지 상품 라인을 선보였고, 스타필드하남에는 화장품 전문편집숍 ‘슈가컵(Sugar Cup)’을 여는 등 화장품 사업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12월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사 인터코스와 손잡고 합작법인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설립해 화장품 자체브랜드(PB) ‘비디비치’를 판매하고 있으며, ODM(제조자개발생산) 시장에도 진출한다.

업계에서는 화장품의 경우 마진율이 높을 뿐 아니라 면세점에서 이미 바디비치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등 신세계의 유통 노하우와 채널을 적극 활용해 성장이 예고된다는 전망이다.

패션 업체 LF도 화장품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LF는 지난 6월 서울 청담동에 프랑스 화장품 ‘불리 1803’ 단독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며 화장품 유통사업에 뛰어들었다.

앞서 LF는 네덜란드 화장품 브랜드 ‘그린랜드’의 독점 사업권을 가지고 첫 선을 보인 바 있다. LF는 이 브랜드를 자사 편집숍인 ‘어라운드 더 코너’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패션업체가 화장품 사업을 키우는 배경은 패션 시장이 침체기인데다, 이제는 패션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여겨지면서 화장품이 필수 아이템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불리 1803' 청담 뷰티숍. 출처: LF

식품업체 빙그레는 CJ올리브네트웍스, 한국콜마와 손잡고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다. 빙그레는 대표 장수 브랜드인 ‘바나나맛 우유’의 용기 디자인과 상표권을 활용한 화장품을 11월 중순께 CJ올리브영 매장에 판매한다.

바나나맛우유 용기의 저작권을 지닌 빙그레가 용기 모양과 브랜드를 CJ올리브네트웍스에 빌려주고 CJ올리브네트웍스는 마케팅과 유통·판매를 담당하는 것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보디클렌저·보디로션·핸드크림·립밤 등 총 4종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빙그레의 경우 오랜기간 ‘바나나맛 우유’를 대표 제품으로 내세워 사업을 지속해왔으나 이외 해당 분야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기 힘들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화장품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기업의 화장품 사업 진출로 시장 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이야기 하지만, 기존 화장품 업체들은 유통망을 갖춘 사업자의 등장에 견제를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이미 다양한 화장품 라인으로 업계를 선점한 대기업 이외에 중소 화장품 업체의 고민은 더욱 크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이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화장품 업계를 선점한 주요 기업을 제외하고는 사실 중소 화장품 업체들은 아직도 영세한 곳이 많다”면서 “중국 진출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또 다른 유통 대기업의 해당 시장 진출은 대기업의 시장 독식만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잘 되는 사업에 너도나도 뛰어드는 무분별한 사업 다각화가 우리나라의 화장품 품질을 믿고 사는 외국인들에게 그동안 쌓은 신뢰를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 역시 존재한다. 상당수의 기업들이 제조 업체들에게 화장품 생산을 위탁하고 포장과 브랜드만 바꿔 제품을 판매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화장품 관련 기업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출혈경쟁도 예상된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제조와 제조판매업체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평균 2,000여개씩 늘어, 지난해 기준 관련 업체 수는 무려 8400여개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산업이 성장세를 타고 있지만, 중화권 의존도가 70% 가까이 되는 등 여전히 지적사항이 많다”면서 “다른 산업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아 사업 접근이 쉽다는 이유를 전제로 한 무분별한 진출은 오히려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의 경쟁력을 잃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화장품의 품질과 기술력을 인정받는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하는데, 잘되는 사업이라도 차별화가 없다면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