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제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유통업계에서는 영향력이 좋은 마케팅 수단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인들이 유통업의 경기를 살리는 주요 고객인 만큼, 최근들어 ‘왕홍(왕뤄홍런의 줄임말로 인터넷 스타의 중국식 표현)’이 시장을 좌지우지 할 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점이 주목된다.

왕홍들은 주로 개인방송을 통해 시청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제품 소개와 리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채널을 운영한다. 특히 모바일 쇼핑을 결합해 시청자들이 물건을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하기 때문에, 4억 명이 넘는 20~30대 젊은 소비자층을 끌어들여 중국 소비재수출에 새로운 돌파구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왕홍 마케팅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는 플랫폼은 중국판 페이스북인 '웨이보'와 중국판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웨이신(위챗)'으로, 왕홍이 등장하는 중국 광고 플렛폼 중에서 광고 효과가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다.

왕홍들은 자신 SNS를 통해 뷰티와 패션을 중심으로 직접 상품에 대해 평가를 하는데, 이는 소비자들에게 신뢰도가 높으면서 친근감도 조성하는 효과가 있어 특히 인기다.

실제로 인기있는 왕홍으로 꼽히는 장다이는 팔로워 수가 400여만명에 달하는 데, 그의 연간 소득은 약 51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증권사 보고서에 따르면 왕홍의 현재 경제적 가치는 약 1000억 위안(한화 18조여원)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업계예서 주목할 수 밖에 없는 ‘마케팅 갑’으로 떠올랐다.

‘너도나도’ 왕홍을 모셔라

유통 기업들이 ‘왕홍 마케팅’에 집중하면서 이들을 초청한 각종 행사를 마련해 중국인들은 물론 해외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정기적으로 왕홍을 초청해 ‘한방 뷰티 투어’를 진행, 샴푸 브랜드 ‘려’를 알리는 마케팅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지난달 이루어진 1회 초청행사를 통해 이즐보는 시청자 수 7만7000명, 메이파이는 5만명과 25만건에 이르는 ‘추천’을 얻었고, 1인 미디어 즈메이티는 10만뷰를 기록했다.

LG생활건강은 왕홍 9명을 초청해 ‘무빙 뷰티쇼 999’ 행사를 마련, ‘숨37’을 알리는 행사를 가졌다.  왕홍들이 국내에서 경험한 활동을 라이브와 VR(가상현실) 콘텐츠로 제작해 생중계했는데, 특히 2억명의 회원수를 가진 메이파이에는 실시간 방송 1위를 기록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애경은 10명의 왕홍을 초청해 화장품 브랜드 ‘루나’를 알리는 뷰티 투어를 진행했다. 지난 5월 개최된 이번 투어에는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밝고 깨끗한 메이크업법 등 활용도가 높은 메이크업 비법을 소개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업계의 ‘큰손’ 중국인 관광객을 잡기 위한 면세점의 노력도 눈에 띈다.

우선 갤러리아 면세점은 왕홍들을 일주일 동안 ‘주급 2만 달러 투어가이드’로 임명해 이들은 면세점을 비롯한 국내 다양한 체험을 SNS 채널을 통해 중국인들과 공유했다. 왕홍들이 담은 콘텐츠는 중국 내 조회수 1300만건을 기록했고, 이는 중국 포털 검색량으로 볼 때 일평균 829% 급증한 수치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신세계백화점과 면세점은 지난 국경절 기간에 ‘K뷰티·패션 위크’를 열고 한국의 인기 있는 뷰티·패션 스타일을 직접 배우고,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장면들은 왕홍의 SNS를 타고 중국 전역에 생중계되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업계 관계자는 “왕홍이 운영하는 방송의 경우 개인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규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고 직접적인 상품 판매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국을 겨냥한 국내 기업들이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주요한 홍보 수단으로 떠올랐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국내 기업들이 이들을 마케팅 활용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면서 몸값이 몇배 이상 올랐지만, 업계에서는 ‘큰손’으로 불리는 중국인들을 잡기 위한 가장 좋은 마케팅으로 여겨지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초청으로 ‘국빈급’ 대접까지 받는 등 당분간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그 인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왕홍 마케팅에 대한 우려도 있다. 과도한 경쟁에 따른 마케팅 비용이 단시간 내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업계의 부담이 커졌고, 왕홍들의 요구 또한 천차만별로 다양해졌다는 의견이 있다. 또 중국인들이 한국 제품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가 ‘믿을 수 있는 품질’인데 검증되지 않은 무분별한 왕홍 활용 마케팅이 이미지 하락을 가져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