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카드의 ‘판(FAN)페이봇’(좌) 서비스와 마스터카드의 ‘AI 봇(Bot)’ 플랫폼(출처=각 사)

 # 2026년 10월. 회사원 김모 씨는 출근 준비를 위해 오전 7시에 일어났다. 스마트폰에서 자동으로 메시지가 흘러나온다.

“오늘 일정은 오전 8시30분 회사출근, 12시 바이어 미팅, 6시 퇴근 후 여자친구와 데이트 일정이 있습니다. 종로구 안국동 133-3번지 XX편의점에서 치킨마요 삼각김밥, 도시락 및 바나나우유 콤보를 아침메뉴로 추천합니다. 미리 결제해둘까요?”

김 씨는 도시락 바나나우유 콤보를 스마트폰으로 결제한 뒤 문 밖을 나섰다. 스마트폰은 최적화된 동선을 따라 버스, 지하철 등 다양한 대중교통 노선을 추천한다. 김 씨가 지하철을 선택하자 AI프로그램이 자동으로 대중교통대금을 결제한다.

그는 편의점에 들러 미리 결제한 도시락을 수령해 사무실로 갔다. 스마트폰 AI프로그램은 이미 바이어와의 미팅에 적합한 점심메뉴와 식당을 비롯해 여자친구와의 데이트때 선물하기 좋은 주얼리 샵과 데이트 동선을 분석해 제공했다.

AI 알고리즘 활용 소비생활 관리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인공지능(AI) 알고리즘 기반 서비스가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카드사들이 실생활 속 밀접한 서비스를 중심으로 상품 추천, 소비패턴 관리, 구매 등 소비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지원하는 알고리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기초적이지만 관련 애플리케이션과 지원 서비스가 출시돼 실생활에서의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신한카드는 카드업계 최초로 AI 알고리즘을 이용해 소비자들의 소비생활을 관리해주는 ‘판(FAN)페이봇’을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구글의 알고리즘을 활용해 소비자가 관리하기 원하는 비용항목을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제시한다.

기존의 소비관리 서비스는 백화점, 마트, 홈쇼핑 등과 같이 업종별로만 소비 내역을 분류했다. 하지만 판페이봇은 사용자가 관리하고 싶은 비용항목을 직접 입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데이트’라는 단어를 입력할 경우 인공지능이 영화관·패밀리레스토랑·놀이공원 등을 이 항목으로 자동 분류해 고객이 쉽게 소비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사용자의 소비데이터를 분석해 주고, 소비가 많아질 경우에는 경고 알림메시지도 제공한다. 비용항목별로 예산을 설정하면 예산 대비 지출 정도를 매일 확인할 수도 있다.

신한카드는 연내에 전체 고객에게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마스터카드는 소비자의 카드 거래내역 조회부터 쇼핑까지 가능하도록 만든 AI 봇(Bot) 플랫폼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봇 시스템은 가맹점과 카드 발급사가 채팅, 메시지로 고객과 대화할 수 있도록 연결 해준다. 이를 통해 파트너사는 고객과 소통하며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 상황에 맞는 다양한 제안을 할 수 있게 된다.

봇 서비스는 금융권 AI 플랫폼인 ‘카이뱅킹(KAI Banking)’을 기반으로 페이스북 메신저나 문자메시지와 같은 메신저 상에서 고객 요청을 수행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 가맹점은 소비자들이 마스터카드 봇을 통해 메시징 플랫폼에서 쇼핑을 하고, 마스터패스 글로벌 디지털 결제 서비스를 통해 결제가 가능하다.

아울러 마스터카드는 웨어러블 결제 기업인 핏페이(Fit Pay)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웨어러블과 사물인터넷(IoT) 기기에 마스터카드의 비접촉식 결제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하나카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함꼐 ‘엑소브레인’을 개발하고 있다.

엑소브레인은 AI 서비스로, 자발적 질의응답을 통해 인간과의 의사소통을 뛰어넘어 지식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하나카드는 이 기술을 홈페이지나 모바일을 통한 문자 기반 채팅형 인공지능 상담 서비스, 콜센터 상담사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인공지능 에이전트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 인공지능 개인비서 OS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영화 <Her> 스틸 컷. 카드사들의 AI기반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도 발전할 경우 개인 소비패턴 비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자료사진, 출처=네이버 영화정보)

“아직 초보단계…소비생활 개인비서 개발될 것”

카드사들의 AI 알고리즘 기반 비서 서비스는 소비지출에서 카드 사용 금액이 절대적인 수준까지 올라온 현재에 꼭 필요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근 여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 최종 소비 지출에서 카드 승인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82.6%에 달했다. 지난 2004년 민간 최종 소비 지출 대비 카드 승인 금액 비중은 36.5%에 불과했지만 2008년 52.0%, 2014년에는 77.3%에 이르는 등 증가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 출처=여신금융협회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상담, 단순 결제 서비스 제공, 상품 추천 업무 위주로 진행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생활에 대한 개인비서와 같은 프로그램이 개발될 것”이라며 “대부분의 카드사들의 생존 돌파구가 한정된 가운데 이러한 핀테크 기술 접목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AI라고 부르기엔 초보적인 단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AI 관련분야는 우리나라에서도 첫 걸음을 이제 막 내딪은 수준이며, 카드사들 역시 AI의 알고리즘이 어떤 건지 학습하고, 비즈니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는 단계”라며 “너무 성급하게 상품을 출시했다가는 오히려 낮은 완성도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