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등학생이 마이크를 들었다. 무대를 향해 질문했다. “갓겜의 기준을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무대 위엔 국내 게임사 대표가 여럿 있었다. 그중 한 명이 비장하게 마이크를 들었다. 게임사 수장의 빛나는 통찰력이 기대되는 순간. “갓겜이 뭐예요?” ‘게임인 토크 콘서트’ 현장이다. 10월 17일 서강대학교 이냐시오과에서 열린 행사다. 게임업계 진출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다수 찾아왔다.

‘갓겜’은 젊은 게이머들 사이에서 널리 이롭게 사용되는 신조어다. 신을 뜻하는 ‘God’과 게임(Game)의 합성어다. 뜻이 어렵지 않다. 말 그대로 최고의 게임을 의미한다. ‘망겜(망한 게임)’ 정도가 반대되는 뜻을 가진 말쯤 되겠다. 갓겜이든 망겜이든 그 조건에 대한 생각은 유저마다 다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어떤 게임이 갓겜이냐 아니냐를 두고 불 같은 설전이 종종 벌어지는 이유다.

고등학생의 질문은 적절했다. 대부분 게임사는 흥행작을 개발해 수익을 극대화하려 한다. ‘갓겜의 조건’에 관한 질문은 흥행 공식을 알아내기 위해 매일 같이 고민해야 할 게임사 대표들에겐 익숙할 수밖에 없다. 정작 용어의 뜻은 몰랐다. 현장에서는 ‘세대 차이’ 정도로 웃음과 함께 얼버무려졌다.

해프닝이 알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비판과 비아냥이 뒤따랐다. “(갓겜을) 만들어본 적이 있어야 대답을 하지.” 더 센 반응도 있다. “저러니까 뺑뺑이 게임만 만들고 돈만 뜯으려고 하지.” 갓겜을 모른다고 했던 대표를 향한 반응만은 아니다. 화살은 오히려 국내 게임 업계 전반을 향하는 것으로 읽혔다. 짙게 깔린 ‘한국 게임’에 대한 불신과 회의감이 엿보였다.

이 사건을 두고 한 게이머가 그랬다. “갓겜 기준을 알기는커녕 그 말이 뭔지도 모른다는 건 게임을 즐기는 소비자인 유저들에 얼마나 관심이 없다는 거죠?” 말을 이어갔다. “게임 산업이 위기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게임사 관계자들은 정부의 규제 탓을 해온 것으로 기억합니다. 유저 입장에서 보면 게임사 탓도 있다고 봅니다. 갓겜이라고 불릴만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유저들이 점차 외면하고 있죠.”

그는 ‘서든어택2’ 실패 사례를 언급했다. 이 게임은 출시 초기부터 ‘망겜’ 취급을 당하며 시장에서 퇴장했다. 넥슨은 출시한 지 23일 만에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 이와 함께 토종 게임의 자존심도 무너진 순간이었다. 넥슨만의 문제라기보다는 갓겜과는 거리가 먼 게임을 양산해내는 우리 업계에 들이닥친 상징적 사건으로 그는 기억했다.

국내 게임 랭킹엔 외산 게임이 끊임없이 내리꽂히고 있다. 자본과 한 몸이 된 국내 게임사는 깊게 고민할 틈도 없이 신작을 출시해 체제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딱 돈을 들인 정도의 게임만 쏟아진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유저 곁에서 갓겜의 조건을 성찰해 그 통찰을 공유해야 할 시점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