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는 신비로운 곳이다. 놀라운 곳이다.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 고대 문명의 흔적을 온몸으로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로만 듣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미라를 보면 가슴 속 깊은 곳에서 탐험가 정신이 끓어오른다. 무더운 여름, 일상에 지친 생활을 하고 있다면 잠시라도 좋다. 이집트로 떠나보자. 보다 새로운 것을 꿈꾸는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고 싶다면 이집트가 제격이다.

아라비안나이트를 기억하는가. 어린 시절 신비로운 이야기들은 가슴을 설레게 했고, 모험을 꿈꾸게 했다. 이국적인 향기가 물씬 풍기는 내용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가 1981년 첫 상영된 이후 지금까지 속편으로 출시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라비안나이트와 ‘인디아나 존스’의 주배경은 이집트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고대 문명의 요람인 동시에 아랍세계의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반만년의 한반도 역사보다 2000년 이상 긴 7000년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이 바로 이집트다.

아리비안나이트 설화에 보면 “카이로를 보지 못한 사람은 세계를 보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카이로는 이집트의 수도다. 중동과 아프리카, 유럽을 잇는 중요한 위치에 자리한 카이로는 예로부터 북아프리카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 역할을 하면서 ‘아랍의 수도’로 불리기도 한다.

카이로를 보면 세계가 보인다
카이로의 인구는 대략 1700만명으로 추산된다. 길게 늘어지는 로브를 입은 사람들 옆으로 리바이스 청바지를 입고 리복 운동화를 신은 사람들이 지나다닌다. 흙으로 만든 집들 사이로는 현대적인 초고층 빌딩들이 한데 어우러지고, 분주하게 달리는 자동차들 사이로 세월을 잊은 당나귀가 수레를 끈다.


영화로 치면 중세 세계와 현대 서구 세계가 동시 상영을 하는 느낌이랄까. 분주한 현대 모습 속에서 슬쩍슬쩍 엿보이는 예스러움은 이집트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다. 카이로는 고대 이집트뿐만 아니라 출애굽 기독교 문명의 발자취, 이슬람의 문명까지 고루 간직하고 있어 종교적 성지의 성격이 짙다. 시내는 전통적인 구 시가지와 유럽식 신시가지로 나뉘는데 구 시가지에서는 로마시대의 탑과 벽, 오래된 콥트 교회와 수많은 모스크, 옛 궁전 시타델 등이 역사의 무게를 실감케 한다.

카이로를 알알이 들여다보기에는 한 달도 부족하겠지만 여행으로 방문한다면 2~3일 정도 알차게 일정을 짜서 돌아볼 수 있다. 카이로에는 역사 유적지를 빼놓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역사적 흔적이 곳곳에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스핑크스와 피라미드. 70여 개 이집트 피라미드 중에서 기자 지역의 3대 피라미드가 가장 유명하다.

세계 7대 불가사의이기도 한 3대 피라미드는 나일강 서안에 위치해 카이로 시내에서 차로 약 30분이면 갈 수 있다. 기원전 2650년경에 지어진 쿠푸왕의 피라미드 외에도 카프레, 멘카우레왕의 피라미드는 스핑크스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유적이다.
‘대 피라미드(The Great Pyramid)’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쿠푸왕의 피라미드는 약 4500년 전에 만들어졌는데 그 높이가 145m나 된다.

19세기 말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로 꼽혔다. 거대한 피라미드 건설에만 10만명이 동원되고 시간도 20년이 걸렸다고 한다. 피라미드가 세워질 당시에는 수레를 이용한 운반 도구가 존재하지 않았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지금도 풀리지 않은 인류의 수수께끼다. 피라미드 곁에는 단짝처럼 길이 57m, 높이 20m의 대단한 덩치를 자랑하는 스핑크스가 우뚝 서 있다.

피라미드라고 다 전통적인 삼각탑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역에 따라 다른 개성을 갖고 있다. 기자 인근의 사카라의 조세르왕 피라미드는 계단식, 다슈르는 한쪽 변이 굴절되거나 벽돌색이 붉은 피라미드 형태를 띄고 있다.

파라오의 숨결, 타흐리르 광장
카이로의 여행 기점은 신시가지에 자리한 ‘타흐리르 광장’이다. 올 초 이집트인들이 타흐리르 광장을 중심으로 끈기와 지혜를 발휘해 평화로운 민주화 혁명을 이끌어 내면서 이 광장은 투탕카멘 마스크 못지않은 유명세를 탔다. 타흐리르 광장을 중심으로 북쪽에는 상업지구가, 동쪽으로는 이슬람 문화지역이 나뉘어 이곳을 중심으로 나침반 삼아 도시 곳곳을 누비기에 적당하다. 서쪽으로는 이집트 문명의 젖줄인 나일강도 걸어서 금방이다.

타흐리르 광장에는 스핑크스와 피라미드와 어깨를 견주는 ‘이집트 박물관’이 있다. 1857년에 세워진 박물관에는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 멘카우라왕과 두 여신상, 람세스상 등 12만점이 넘는 유물이 소장돼 있다. 이곳의 유물을 모두 둘러보려면 3일은 족히 걸린다고 하니 그 방대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바쁜 일정이라도 이집트 박물관을 관람할 때만큼은 넉넉히 시간 여유를 두고 봐야 한다.

전시장은 크게 1층과 2층으로 나뉘고 고왕국시대부터 로마시대까지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다. 특히 인기가 많은 투탕카멘 전시실에서는 황금관을 비롯해 화려했던 파라오의 궁정생활을 엿볼 수 있고 왕족 미라 전시실에서는 11명의 왕과 왕비의 미라도 직접 볼 수 있어 특별하다.

여행은 모름지기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갈수록 더욱 풍요로워진다고 했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이집트 최대 재래시장 칸 엘 칼릴리는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도 향수를 느끼게 하는 묘한 분위기가 풍긴다.

중동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칸 엘 칼릴리는 우리나라의 남대문 시장이나 인사동 거리처럼 만물상 같은 시장으로, 고급 양탄자와 귀금속, 향신료, 향수, 파피루스, 이름을 상형문자로 적어 만들어 주는 카르투슈와 같은 다채로운 물건이 한 데 모여 있다.
카이로는 ‘1000개 미나렛(첨탑)을 가진 도시’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옛 도심인 알 아즈하르 모스크를 중심으로 중세, 근세에 지어진 수많은 모스크들이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십자군 전쟁 당시 이슬람의 영웅 살라딘이 세운 카이로 성곽과 그 안에 자리한 거대한 무함마드 알리 모스크는 이슬람 시대 카이로의 최대 건축물로 카이로 어디를 가나 눈에 띄는 곳이다. 모스크 내부에는 많은 등과 샹들리에가 달려 있고 주위를 둘러싼 스테인드글라스도 아름답다.

이집트 남부 지역에 위치한 룩소르는 고대 이집트 신 왕국 시대의 수도로서 룩소르 신전, 카르나크 신전, 왕가의 계곡 등 대표적인 역사 유적지가 많아 ‘세계 최대 야외 박물관’이라고 불린다. 매년 수천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룩소르는 이집트 문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놓칠 수 없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이집트가 가장 부흥했던 시기를 통치했던 위대한 파라오, 람세스 2세가 세운 신전, 장제전 등 아름다운 건축물을 볼 수 있다.

룩소르는 나일강을 중심으로 동쪽과 남쪽으로 나뉜다. 해가 뜨는 동쪽은 주로 왕들의 생활터전으로 사용됐다. 아몬라신과 무트신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지어진 룩소르 신전 입구에는 람세스 2세가 세운 거대한 탑문이 있으며 지금도 2개의 거대한 왕의 석상이 그곳을 지키고 서 있다. 룩소르 신전에서 3Km 떨어져 있는 카르나크 신전은 영화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의 배경으로 친숙한데 영화에서보다 실제가 훨씬 더 웅장하다.

아몬 대신전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현재 남아 있는 고대 이집트의 신전 가운데 최대 규모다. 입구에서 양의 머리를 한 스핑크스가 양쪽으로 길게 뻗어 있는 참배의 길, 제1탑문, 제2탑문으로 이어진다. 대열주는 높이 23m, 15m 두 종류의 큰 기둥이 134개나 늘어서 있어 당시의 화려하고 거대했던 신전의 위력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길게 늘어선 신전의 우람한 기둥들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나 그 장엄함에 압도되고 만다. 밤에는 이 신전에서 피라미드와 같이 화려한 밤을 수놓는 소리와 빛의 향연이 펼쳐지는데 마치 고대 이집트 역사 속을 탐험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해가 지는 서쪽은 왕들이 잠드는 곳이다. 왕의 제사를 모시기 위한 장제전, 왕과 왕비들의 무덤이 늘어선 왕의 계곡과 왕비의 계곡이 룩소르 서쪽에 자리 잡고 있다. 피라미드뿐만 아니라 이곳에 자리 잡은 장제전과 무덤의 규모를 보면 얼마나 고대 이집트 왕들이 사후세계에서의 안주를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짐작케 한다.

서쪽에 자리 잡은 여러 건축물들은 내부까지 보려면 하루가 짧다. 어느 정도 꼼꼼히 살펴보려면 동쪽에는 반나절, 서쪽에는 꼬박 하루를 투자해야 한다. 열기구를 타고 하늘에서 왕가의 골짜기를 내려다보는 투어가 가능한데,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그 규모의 장대함은 실로 대단하다.

별빛 쏟아지는 사하라 사막에서의 ‘1박2일’
오아시스 주변에서 사막 여우를 만나고 수천만 개의 별이 쏟아지는 호텔은 이집트에서만 맛볼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이다. 카이로에서 4~5시간 거리에 있는 바하리야 오아시스는 풍화를 견뎌 낸 기묘한 형태의 석회석이 조화를 이룬 백사막과 검은 피라미드 같은 흑사막 등 이색적인 볼거리가 많다.

당일 여행도 가능하지만 아랍 유목민인 베두인족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보려면 1박 2일 사파리 투어를 하는 것이 좋다. 아름다운 사막의 노을과 더불어 수많은 별똥별이 눈앞에서 떨어지는 로맨틱한 밤은 이집트에서의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피라미드 배경 골프 라운딩 모세의 홍해선 스킨스쿠버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골프를 즐기는 것은 이집트에서만 가능한 특권이다. 메나 하우스 오베로이 카이로 호텔은 웅장한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이색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피라미드 로드의 끝부분에 위치하고 있어 피라미드를 바로 앞에 두고 이색적인 골프 스윙이나 수영이 가능하다. 우아한 오리엔탈 스타일의 이 호텔은 2012년 봄에 재단장을 마치고 새롭게 오픈할 예정이다.

세계적인 골프코스 설계가 칼 리튼(Karl Litten)이 디자인한 드림랜드 골프코스도 기자 피라미드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홀에 따라 피라미드를 바라보며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이집트 골프코스 중 가장 긴 코스(7205 야드) 중 하나로, 람세스 등 파라오 이름을 딴 파라오 코스가 인상적이다. 인디아나 존스 스타일의 클럽 하우스는 라운지와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폭포와 바위까지 독특하게 꾸며져 있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온 느낌이 든다.

홍해 연안은 이집트 내 피라미드나 스핑크스 못지않게 유명하고 또 아름다운 관광 휴양지이다. 홍해는 ‘다이버들의 지상낙원’이라고 불릴 만큼 각종 해양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짙푸른 코발트빛의 홍해 바다에만 100개 이상의 다이빙 포인트가 즐비해 있다.

며칠 머무는 동안 모든 포인트를 둘러 볼 수는 없지만 어디를 가든 최상의 포인트에서 지루하지 않고 상쾌한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형형색색 아름다운 산호초와 수백여 종의 열대어 등 풍부한 수중 생태계도 수중 사진가들과 일반 다이버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장엄한 침몰 상선을 탐험할 수도 있으며, 시기에 따라 거북이들도 사진에 담을 수 있다.

연중 시야가 맑고 파도가 잔잔한데다, 투어 가격 역시 저렴해 다이버들을 유혹하는 최상의 조건들은 다 모인 셈이다. 가장 대표적인 홍해연안 도시는 ‘샤름 엘 셰이크’와 ‘후르가다’를 꼽을 수 있다. 이들 지역에는 휴양 리조트들과 더불어 수 많은 다이빙 센터가 즐비했는데 초보자부터 숙련된 다이버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코스가 준비되어 있다. 장기 배낭여행자들 사이에서는 ‘블루홀’이 있는 시나이반도 동부의 ‘다합’이 최고 인기 명소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