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차 티볼리 / 출처 = 쌍용자동차

“Anytime! Anywhere!”

쌍용차 홈페이지 내 이벤트 페이지에 올라온 글이다. 온라인 시승센터를 통해 차량을 신청하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차량을 체험해볼 수 있다는 것. 시승 고객에게는 ‘티볼리 미니 카’를 선물로 준다는 조건도 붙어있었다. 티볼리는 명실상부한 쌍용차의 ‘대박 신차’다. 어느덧 도로 위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모델이 됐다. 궁금증은 한 가지였다. “티볼리, 직접 타 보면 다를까?”

쌍용차 판매 네트워크, 친절함으로 무장하다

홈페이지 내에서 이벤트 내용을 확인하고 무작정 ‘시승신청’ 버튼을 눌렀다. 온라인 시승센터 페이지로 연결됐다. 구성은 어렵지 않았다. 7개 차종 중 체험을 원하는 모델은 선택하고, 지역을 고르면 된다. 이어 가까운 지역 내 전시장을 클릭한 뒤 시간을 정하면 끝이다. 연락받기 위해 이름, 휴대전화 번호, 이메일 주소를 입력했다.

▲ 쌍용차 전시장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무관) / 출처 = 쌍용자동차

신청 후 1분여가 지났을까? 전화벨이 울렸다. “시승 신청하신 고객님 맞으시죠?” 타볼 수 있는 차량의 옵션, 약속 시간, 전시장 위치 등 정보를 단숨에 얻었다. 일주일 뒤 오후 시간에 만나기로 했다. 그야말로 ‘일사천리(一瀉千里)’다.

약속 당일. 오전에 짧은 안내문자가 와있었다. 시간에 맞춰 전시장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이쪽입니다.” 시간 낭비 없이 곧바로 차에 올라탈 수 있었다. 보험 문제 때문에 면허증을 복사하는 동안 잠시 혼자 남겨졌을 뿐이다. 선택한 차종은 티볼리 디젤. 상위 트림인 LX에 모든 옵션을 추가한 모델이었다.

차량 상태는 양호했다. 올해 1월 처음 세상 빛을 보고 6000㎞ 정도 달린 차였다. 방금 세차한 것 같지는 않았지만 내·외관을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유지하고 있는 듯 했다. 안전을 위한 짧은 설명이 이어지고, 곧바로 가속 페달을 밟았다.

▲ 쌍용차 전시장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무관) / 출처 = 쌍용자동차

정해진 시승코스는 없었다. 도심을 벗어나 적당히 달릴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차량의 특성을 느낄 수 있도록 ‘타보고 싶은 만큼’ 운전해도 된다는 영업사원의 설명이 이어졌다. 동승한 영업소 직원은 시종일관 친절한 말투와 표정을 유지했다.

차에 오르기 전 편견이 있었다. 동승자가 ‘국토부 안전 등급 1등급’, ‘소형 SUV 판매 1위’ 등 티볼리의 장점을 늘어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정보인 터라, 적당히 맞장구나 칠 요량이었다.

그는 달랐다. 눈빛으로 ‘충분히 느껴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듯했다. 차량의 특장점 대신 자동차 시장 전반의 변화에 대해 설명해줬다. 티볼리 구매자 중 여성 운전자 비중이 40% 가까이 된다는 것, 2륜구동과 4륜구동의 차이 등을 언급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건넨 말들이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쌍용차 전시장에는 티볼리 시승차량이 따로 지급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시승용 차는 영업사원 소유였다. 업체 측에서 직원들에게 일정 수준 보조금을 지급하고, 이를 활용한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분명 아쉬운 부분이었다. 한 경쟁사는 대규모 시승센터를 통해 시승 전용 차량을 다수 운영하고 있다.

▲ 쌍용차 티볼리 / 출처 = 쌍용자동차

30분 정도 차를 몰았을까. 티볼리 디젤의 매력이 하나둘 느껴지기 시작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정숙성, 뛰어난 주행 안정감, 안락한 시트 등이 눈에 들어왔다. 전시장으로 다시 돌아온 뒤에는 차량의 트림, 옵션 등에 대한 상담이 이어졌다. 방금 전 주행 상황에서 한두 번씩 체험했던 기능들이라 이해가 쉬웠다. 일반 고객들도 차를 직접 시승해본 뒤 견적서를 뽑으면 어려운 용어를 이해하기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티볼리, 사랑받는 이유 있었다

직접 타보면 달랐다. 쌍용차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티볼리는 쌍용차가 출시한 첫 10만대 규모의 단일 플랫폼 모델이다. 한 가지 차종을 연간 10만대 넘게 생산한다는 뜻이다. 출시 이전부터 그만큼 자신감이 있었던 셈이다.

티볼리 출시 이후 쌍용차의 분위기는 전혀 달라졌다. 12년 만에 내수 판매 1만대 고지를 넘어서는가 하면 올해 ‘티볼리 에어’ 출시 이후 SUV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고 있다. 2016년 9월 티볼리와 티볼리에어의 내수 합산 판매량은 4056대. 1~3분기 누적으로는 4만791대에 이른다.

해외 시장에서도 먹히고 있다. 쌍용차는 올해 1~9월 2만대 가까운 티볼리를 선적하며 수출길을 탄탄하게 다지고 있다. ‘티볼리의 힘’ 덕분에 과거 철수했던 필리핀 시장에 8년 만에 재진출하고 유럽 시장 공략에도 속도가 붙었다. 최근에는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중국 시장에 발을 붙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쌍용차 티볼리 / 출처 = 쌍용자동차

티볼리의 질주는 쌍용차 경영 정상화로 이어졌다. 쌍용차는 14년 만에 최대 판매 실적을 올리며 2016년 3분기 누계 흑자를 실현했다. 올해 1~3분기 쌍용차의 실적은 판매 11만1683대, 매출액 2조6279억원, 영업이익 200억원, 당기순이익 230억원 등이다. 전년 동기 대비 39.7% 증가한 티볼리 브랜드의 글로벌 판매 확대 등이 주효했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쌍용차 최종식 대표는 “신흥시장 및 내수 침체와 환율 불안 등 외부 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티볼리 브랜드의 지속적인 성장세에 힘입어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2017 모델이 출시되며 상품성이 더욱 향상됐다. 쌍용차가 지난 9월 선보인 2017 티볼리는 동급 최초로 다양한 첨단운전자보조기술(ADAS)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전방 차량과의 거리가 일정 수준 이하로 가까워지면 울리는 전방추돌 경보시스템(FCWS), 운전자가 제동을 하지 않을 경우 스스로 제동력을 가하는 긴급제동 보조시스템(AEBS) 등이 적용됐다.

운전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차량이 차선을 벗어나려 할 경우 울리는 차선이탈 경보시스템(LDWS)과 원래 차선으로 차량을 복귀시키는 차선유지 보조시스템(LKAS)도 경험할 수 있다. 상대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 스마트하이빔(HBA) 기능도 추가됐다. 동승석에서 통풍시트를 선택하고 2열 시트는 등받이까지 열선이 들어가도록 편의사양을 대폭 강화했다.

2017 티볼리의 가격은 가솔린이 1651만~2221만원, 디젤이 2060만~2346만원이다. 디젤 모델에 썬루프, 내비게이션, 후방카메라, LX 플러스 패키지 1·2, 하이패스 룸미러 등 옵션을 넣어 견적서를 뽑아봤다. 1000만원 선수금에 매달 약 54만원(36개월)을 납입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가솔린 차량을 선택할 경우 가격이 훨씬 내려간다. 가격 경쟁력은 이 차의 최대 장점 중 하나다.

▲ 쌍용차 티볼리 견적서. 총이자 비용, 옵션 가격, 소요비용 등이 자세히 나타나 있다. / 출처 = 이코노믹리뷰 DB

쌍용차가 ‘누구나 쉽게’ 전시장에서 자사 차량을 만나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확실한 것은 티볼리의 진가는 직접 경험해봐야 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