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은 빅이슈에 현혹돼 투자대상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모든 산업은 늘 그렇듯, 시장을 주도하는 산업과 노력 없이 환경의 변화와 맞물려 급성장하는 산업이 있다. 여기서 투자자들은 후자에 주목해야 하며 대표적으로 센서산업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애플의 스마트폰 등장은 글로벌 IT 산업의 판도를 바꿨다. 이어 페이스북은 그 흐름을 타고 ‘관계’라는 명분하에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또 테슬라를 중심으로 한 전기차 산업의 성장은 ‘친환경 시대’와 맞물리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 배경에도 IT 산업의 전반적 변화의 물결이 영향을 미쳤다.

어디 이뿐만일까. IT 산업의 발달은 온라인, 모바일 쇼핑 등의 증가로 이어졌고, 이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물류 전쟁’의 시발점이 됐다. 이렇듯 IT 산업의 발전은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을 분명히 변화시켰다.

▲ 출처:메리츠종금증권

세부적으로 보면 21세기 글로벌 산업 판도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인터넷이다. 인터넷으로 인해 우리는 지구 반대편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각종 정보를 습득한다. 그만큼 세계는 인터넷을 통해 ‘연결’됐으며 이를 통해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발생한다.

우리는 분명 인터넷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이제는 사물들마저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IoT는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미래의 ‘초연결 시대’의 중심에 설 전망이다. 이는 PC와 스마트폰이 이끌고 있는 현재 IT 산업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IoT 산업 발전의 핵심은 앞서 언급한 ‘초연결’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만이 인터넷을 통해 다른 사람을 접하거나 소식을 듣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물, 더 나아가 사물과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돼 마치 그물망과 같은 모습을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IoT를 바라보는 시각은 IoT의 이용자 측면과는 다르다. 모든 산업이 그렇듯이 IoT 산업도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즉, IoT 산업의 발전단계가 있으며 투자자들은 IoT 산업 발전에 따라 분야별로 어떤 산업이 더욱 주목을 받을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쉽게 생각해보자.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이 연결되고 여기서 발생하는 상호작용의 근원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오감’에 있다. 만약 오감이 없으면 아무리 인터넷으로 사람들이 연결돼도 그 효과를 누리지 못한다. 물론 사람이 오감을 통해 받아들이고 이에 따른 반응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지만 우선적으로 선행돼야 하는 것은 바로 ‘받아들임’이라는 단어다.

사람이야 오감이 있다지만 사물은 어떻게 해야 할까. 오감이 없는 사물에 인터넷을 연결하면 과연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렇다면 사물에 어떻게 오감 기능을 탑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 주목을 받는 분야는 다름 아닌 센서 산업이다. 센서는 각종 정보를 습득하는 사람의 오감과 같은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IoT 산업의 발달도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서 반드시 동반 성장해야 하는 것이 센서산업이라는 것이다.

센서산업의 성장은 이미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최근 출시되는 자동차들은 전후방 거리측정 센서 등이 탑재돼 있고 더 나아가 측면 감지까지 가능하다. 이 과정을 보면 과거에는 후방감지만 가능했으나 전면, 측면으로 확대되면서 센서수요량이 증가했다. 자동차는 분명 한 대인데 말이다.

그만큼 IoT 산업 발전으로 인해 각종 사물에 센서가 탑재되면 그 필요성에 의해 줄어들기보다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는 IoT 산업의 발전 속도보다 센서산업의 성장이 더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IoT, ‘수동화’에서 ‘능동화’로의 전환… 중심에는 센서가 있다

IoT는 기존 제품의 스마트화, 신규기기의 출현을 의미하며 사물들의 ‘수동화’에서 ‘능동화’로의 전환을 뜻한다. 이에 대해 메리츠종금증권은 가장 기본적인 능동형 소자가 트랜지스터(반도체)이며 사물인터넷시대의 개화는 부품시대의 개화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IoT용 반도체 시장은 2020년까지 연평균 26% 성장할 전망이다. IoT 반도체는 프로세서(MCU, AP 등), 통신칩(Cellular, Bluetooth 등), 센서(CMOS, MEMS 등) 세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 정의는 사물들 간 연결(통신)이지만 사물들 간 ‘무엇’을 주고받는지가 더 중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물들 간 주고받을 무엇(데이터)을 수집하는 주체가 센서라는 점이다.

▲ 출처:메리츠종금증권

센서를 통해 수집된 정보들이 프로세스를 통해 처리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데이터 자체를 다양한 측면에서 받아들여야 한다. 따라서 IoT 산업 발전에 반드시 수반돼야 하는 것은 센서 산업의 폭발적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2016~2020년 센서칩의 연평균 성장률은 3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물인터넷이 보편화되면 연결기기 수는 현재 160억대에서 오는 2020년 280억대 수준으로 연평균 15%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른 센서의 탑재량은 연평균 40%로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 반면, 경쟁심화와 기술진보에 따른 원가절감으로 평균판매단가(ASP)는 연평균 7% 하락할 전망이다. 지속적인 ASP 하락은 그만큼 시장을 빠른 속도로 확장시키는 긍정적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센서의 고성장은 스마트카와 스마트가전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카에 탑재되는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의 탑재 증가와 웨어러블 디바이스, 보안용 카메라 판매 증가는 센서시장 성장의 중심이다. ADAS는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로 구성되는 운전자 보조장치로 2020년 전체 차량용 센서의 36%를 차지할 전망이다.

특히 저렴한 가격과 물체 판독 가능 이유로 카메라 모듈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크다. 2020년 ADAS 센서에서 카메라 센서의 비중은 70%에 이를 전망이다. ADAS 탑재 증가에 따라 On Semiconductor(미국), Sony(일본), 삼성전자, OmniVision(미국)과 같은 이미지 센서 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국내업체로는 LG그룹의 자동차 전장사업 강화목표에 맞춰 차량용 반도체 설계업체로 체질개선을 시도하고 있는 실리콘웍스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눈에 보이는 화려함에 현혹돼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IoT 산업 발전과 이에 따른 센서산업의 성장 가능성에서 찾을 수 있는 교훈은 실질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공짜 수혜주’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한편, 센서산업은 IoT산업 발달에 따른 성장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그 이후 차세대 성장 동력의 발전에 따라 센서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IoT산업의 급격한 발전이 센서에 대한 수요를 폭증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

그만큼 센서 산업은 여타 산업과 다르게 ‘사양’이라는 수식어가 영원히 붙지 않을 수 있다.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갖고 있는 센서산업, 그리고 이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둬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