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펀딩은 기본적으로 집단지성에 기반한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이다. 당연히 역사가 짧으며 특히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개념으로 여겨진다. 다만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의 출발로 나름의 원동력을 확보한 것은 사실이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국내에도 의미있는 업체들이 등장해 나름의 존재감을 발휘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업체 중 첫 퇴출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제기되어 눈길을 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A업체에 대해 유사수신 및 소위 바지사장 혐의를 이유로 지난 8월 말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등록취소 징계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이 금융감독원 통보를 받고 수사하는 중으로 확인된다.

업계 관계자는 "A의 경우 실 소유주가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리인을 앞세운 소위 바지사장 체제로 운영된 것으로 안다"며 "자금 추적을 조사하고 있는 금감원에서 유사 수신 혐의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출처=픽사베이

사실이라면 증권형을 타고 나름의 비상을 시작한 크라우드펀딩 업계에 상당한 후폭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지금까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기대했던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은 제기된 바 있지만 법을 위반해 일종의 '장난'을 친 사례는 없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P2P 대출업체의 조상이라고 불리우는 머니옥션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는 소식도 알려졌다. 한국금융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인 머니옥션은 투자금 출금이 정지됐음며 현재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것으로 확인된다. 나아가 기업에 투자하는 펀딩 플랫폼인 오퍼튠도 비슷한 위기에 봉착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시적인 위기라는 설명이지만 한국금융플랫폼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최악의 경우 P2P와 크라우드펀딩 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러한 일련의 위기로 인해 업계의 관심은 크라우드펀딩의 미래가 아니라 당장의 현실적 공포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얼마나 수익을 올리고 얼마나 좋은 생태계를 꾸릴 수 있는가'라는 발전적인 논의가 아니라 현재의 불확실성에 모든 현안이 블랙홀처럼 빨려들어간다는 뜻이다. 가짜와 진짜를 구분해야 하는 소모적 논쟁이 시작됐다.

다만 소모적 논쟁을 최대한 단축시킬 방향성은 있다. 와디즈에 따르면 정상적인 크라우드펀딩의 경우 당연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으며, 이를 면밀히 살피는 방식으로 투자에 나설 것을 권하고 있다. 물론 투자 대상인 기업이 폐업을 하거나 재정적 어려움에 처하는 등의 사유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안전한 투자 장치는 마련되어 있다는 뜻이다.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살필 수 있다. 자본시장법에 근거한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 금융위원회 등록이다. 와디즈는 1호 기업이며 이를 충족하기 위해 다양한 법적 요건들을 충족해야 한다. 인적요건의 완성과 플랫폼이 구비해야 하는 최소자본금요건과 IT 시스템 요건 등이 해당된다. 여담이지만 A의 경우 이 부분을 편법으로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 바지 사장을 내세워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 등록을 한 혐의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약간 허술한 구석은 있다.

그렇다면 다음은 무엇일까. 투자자 보호적 측면이다. 와디즈에 따르면 "중개 플랫폼을 이용하는 투자자들의 투자금이 중간에 도난 또는 횡령되는 일이 없도록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금융당국의 목표"다. 그런 이유로 중개 플랫폼 외에 투자금의 이동과 결제과정에 공공기관들이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이 투자자의 투자한도를 관리하고, 크라우드펀딩이 성공하여 발행된 주식을 법상 전매가 제한된 기간동안 예탁형태로 보관하는 일을 하며 투자 이후 주식을 마음대로 거래하지 못하도록 1년간 보관한다. 또 한국증권금융이 투자가 진행되는 과정 중에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보관하는 역할을 한다, 와디즈에 따르면 투자접수는 플랫폼에 하지만 투자금 자체는 투자자 본인이 본인의 계좌에서 직접 Bankpay라는 시스템을 이용하여 한국증권금융으로 이체하게 된다.

즉 투자자의 돈은 와디즈 플랫폼을 통해 이동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제로로 수렴된다. 와디즈가 폐업해도 투자자의 돈은 보관된다는 설명이다. 국가기관이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때문에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이는 모두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비책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세 번째. '국가로부터 공인받은 금융기관'인지 따져보는 일이 중요하다. 와디즈는 자본시장법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에 따라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로 등록한 후에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을 중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제도권금융기관조회에 와디즈는 제도권 금융기관으로 나온다는 뜻이다. 금융업무에 적용되는 자본시장법과금융투자업에관한 법률은 기본적으로 증권회사 등 기존 금융투자회사들을 규율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라는 뜻이다. 이 역시 매우 복잡한 관치의 냄새가 나지만, 투자자 보호적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와디즈의 설명이다.

물론 투자기업이 폐업하는 등의 투자 리스크는 어찌 할 도리가 없다. 하지만 나름의 대비책을 바탕으로 투자자 보호에 나서는 '진짜'를 충분히 가려낼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를 내세워 고수익을 미끼로 사기를 벌이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사기는 대부분 비트코인과 같은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그럴싸한 아이템'을 내세웠을 뿐 사실상 유사 수신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 19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유사수신 신고건수가 421건에 달할 정도다. 그런 이유로 투자자 입장에서도 '진짜'를 가려낼 안목을 길러야 한다. 투자할 기업은 물론 플랫폼의 가능성도 직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이러한 논란이 진짜의 존재감을 폄훼할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완전한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며 모든 기업이 전멸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열어두어야 하지만 최소한 이는 미래 방법론의 실패 시나리오에서만 벌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