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좋아하는가? 농림축산식품부의 2015년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조사’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의 주당 커피 소비 빈도는 12.3회로, 7회를 기록한 쌀밥보다 더 자주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환산하면 1년에 무려 640여잔의 커피를 마시는 셈이 되는 것이다.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인 12시부터 1시 사이에 거리를 걷는 많은 사람들의 손에 테이크아웃 커피가 들려 있는 것만 보아도 이 숫자가 틀리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을 보다 보면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긴다. 사람들이 들고 있는 종이컵들은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여기 그 궁금증에 대한 흥미로운 통계가 있다. 환경부의 2016년 ‘일회용품 자발적 협약업체들의 사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회용 컵 사용량은 6억7240만7000개로 전년의 6억2400만개보다 약 7.7% 증가했다고 한다. 1회용품 자발적 협약 업체는 커피 전문점 업체 12곳, 패스트푸드점 5개라고 하니 실제로 쓰이는 일회용 컵들의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종이컵 회수율은 2013년 73.6%에서 2014년 71.5% 그리고 2015년 68.9%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나머지 30% 정도의 그 많은 컵들은 모두 일반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사실 서울의 어느 번화가를 가더라도 거리의 휴지통에서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버려진 일회용 커피 컵들이다. 필자 역시 거리 휴지통에 종이 테이크아웃 컵을 버린 적이 있지만 그 종이컵이 어떻게 일생을 마치는지에 대한 관심은 갖지 않았다. 그렇기에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를 마실 때도 그냥 편하다는 이유로 머그잔보다는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종이컵에 달라고 요청할 때가 많았던 같다. 회사에서는 텀블러나 컵을 사용해 물을 마시고, 또 종이컵을 사용하더라도 재활용 쓰레기통에 버리는데 왜 테이크아웃 커피 종이컵은 재활용할 생각을 못 했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렇다면 실제로 국내에서 사용되는 종이컵 개수는 얼마나 될까? 실제로 2012년 자원순환사회연대가 환경부에 보고한 자료에 의하면 국내에서 사용되는 종이컵 개수는 연간 총 135억개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그중 약 40%가 재활용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생각보다 꽤 많은 수의 종이컵이 그냥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 종이컵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펄프가 수입되고 또 얼마만큼의 이산화탄소가 이 컵을 만들기 위해 배출되며 도대체 몇 그루의 나무를 이 종이컵을 만들기 위해 심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참 많은 자원이 낭비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외국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자료에 의하면 영국의 경우 매일 약 700만개의 종이컵이 버려지고 있으며, 이 중 겨우 1% 정도만 재활용된다고 한다. 특히 영국 맨체스터(Manchester)의 경우 약 27만개의 일회용 컵이 사용되는데, 많은 주민들이 이렇게 쓰레기통에 아무렇게나 던져진 일회용 컵의 처리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미관이나 위생에 대한 부분도 있지만, 그보다는 800만파운드라는 이들 종이컵 쓰레기들을 치우기 위해 시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에 대한 이슈가 더 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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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영국의 유명한 스타 셰프 Hugh Fearnley-Whittingstall는 일회용 종이 커피 컵 쓰레기에 대한 이슈를 제기하고, 이에 대한 소비자 인식 개선 캠페인을 전개했다. 그는 스타벅스, 맥도날드, Costa 등과 협의해 종이컵 매니페스토 운동을 전개하고, 재활용업체와 사회혁신 회사와 함께 매장에서 나온 종이컵을 수거해 친환경 꽃화분으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누어주는 운동을 했다. 이와 함께 시내에 1미터 정도의 커다란 커피 종이컵 모양의 휴지통을 설치하고 그곳에 종이 커피 컵을 버리라고 유도하는 공공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을 통해 사람들은 다른 쓰레기와 섞이지 않게 종이 커피 컵만을 그곳에 버렸고, 테이크아웃 종이컵 재활용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이다.

메시지를 장착한 빅 사이즈 종이 커피 컵 모형을 가지고 재활용을 유도한다는 것은 그렇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설치물을 활용한 공공 캠페인의 장점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매체창의성 중에서 신기성(Novelty)과 일치성(Congruence)이라는 요소가 대표적인 구성 요소로 알려져 있는데, 이 중 신기성은 소비자의 주목을 끄는 효과가 높다. 이런 높은 주목성을 활용해 시민들에게 테이크아웃 종이 커피 컵의 재활용 필요성과 함께 이산화탄소나 나무 심기와 같은 환경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이 또한 매우 효과적인 아이디어다. 그 조형물을 보고 적어도 한 번쯤은 왜 테이크아웃 커피 종이컵에 대한 환경 문제를 생각하지 못했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