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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태산 서평] 벽돌공 패트릭·생선 장수 캐서린의 ‘기업가 정신’
   
 

<진흙, 물, 벽돌> 제시카 재클리 지음, 김진희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안타깝지만, 이 책은 지금의 한국에서는 통하기가 힘들다. 아프리카나 6.25 직후의 한국처럼 산업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특히 수요에 비해 소비재나 서비스의 공급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면 소자본으로도 나름 성공을 꿈꿀 수 있다. 실제로 1950~60년대 우리나라에서는 리어카에서 음식을 팔고, 껌이나 구두약·쥐약을 파는 좌판을 벌이며, 몇몇이 모여 허드렛일을 수주하기만 해도 제법 돈을 모았다. 하지만, 경제규모가 커졌고 산업이 고도화된 지금 미소금융의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이 책을 소개하려는 것은 기업가 정신의 원형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업가정신을 책에서 배운다. 저명 학자나 CEO들의 저서나 강연에서 기업가정신의 가치와 의미를 듣는다. 그들이 말하는 기업가정신은 탁월한 인재들만의 자질이다. 남 얘기다. 반면 이 책은 절망의 바닥에서 떨쳐 일어나 자신과 가족과 마을과 사회를 바꾸는 인간 본래의 생명력으로서의 기업가정신을 말하고 있다. 여기에 이 책의 가치와 감동이 있다.

우간다 북부에 살던 소년 패트릭은 가진 것이 없었다. 내전으로 가족 대부분을 잃은 채 남동생을 데리고 무작정 남쪽으로 피신했으니 집과 음식은 물론 당장 신을 신발조차 없었다. 교육도 받을 수 없었다. 굶는 날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소년은 인생을 바꿔놓을 결정을 내렸다. 따뜻하고 마른 땅을 응시하다가 땅을 파기 시작했다. 나뭇조각과 버려진 금속 조각을 연장삼았다. 땅의 한 부분이 유독 더 단단했고, 그 속에는 진흙도 훨씬 많았다.

소년은 난생 처음 땅에서 파낸 진흙더미와 물을 섞어 벽돌로 빚어 봤다. 처음에는 벽돌 표면이 거칠고, 반듯하지도 못했다. 마르면 금이 갔고, 이내 바스러졌다. 그러나 계속 만들었다. 개당 1페니에 팔 수 있을 만큼 벽돌이 개선됐다. 그렇게 돈을 모아 벽돌 거푸집을 샀다. 거푸집에서 만든 벽돌은 좀 더 높은 가격에 팔렸다. 벽돌 굽는 가마를 만들어 더 비싼 벽돌을 만들었다. 소년의 사업은 이렇게 성장했다. 나중에는 직원도 두고, 새 가정도 꾸렸다.

책에는 패트릭 외에도 양계업자, 미용사, 염소몰이, 농부와 어부, 숯 판매상, 인력거 운전사, 바구니 직공, 소매상인, 양치기, 재봉사 등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 기업가로 성장한 이들이 소개된다. “기업가 정신은 현재 보유한 자원에 구애받지 않고 기회를 추구하는 것”이라는 하워드 스티븐슨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의 말에 부합되는 성공사례들이다.

저자는 2005년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P2P 소액대출 웹사이트인 ‘키바(KIVA)’를 공동 창립했다. 키바는 저소득층에게 대출, 보험 등의 금융 서비스를 소액 규모로 제공하는 마이크로파이낸스(Microfinance) 회사다. 문맹, 여성, 장애인이라는 차별적 조건으로 인해 은행권에서 대출받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은행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그간 82개국 150만명의 투자를 받았고, 전 세계의 영세 기업가 210만명에게 사업 자금을 대출했다. 총 대출규모는 9억달러이며, 대출상환율은 98.72%에 육박한다.

주태산  |  joots@econovill.com  |  승인 2016.10.15  14: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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