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고 사태의 추이만을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위해 공격적인 경영을 선택할 것인가. 불경기가 지속되는 현 시대, 어느 쪽이 정답일까.

장기 불황에 기업들이 매출부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비하는 기업들의 모습들도 상반되게 나타나고 있다. 기존 사업을 지키기에도 버거운 시기라며 수세적 경영을 고수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몇몇 기업들은 체질개선이나 새로운 사업 확장으로 불황 탈출을 모색하는 돌격형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변신하지 않아도 힘들거라면 혁신적으로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공격 경영을 선택한 것이다.

최근 기업들이 내세운 불황 탈출을 위한 키워드는 기존 사업 내부를 전면 리뉴얼하는 체질개선에서부터 주력 사업 이외에 새로운 사업 도전으로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도전하는 기업들이 제시하는 새로운 그림과 전략은 무엇일까. 우선 국내 빵집 1위 파라크라상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에 밀려 기를 펴지 못했던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브랜드 이름을 제외한 브랜드 전면 교체를 선언하면서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신세계인터네셔날은 패션 시장 부진에도 정유경 사장을 필두로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공격 경영을 보여주고 있다. 유제품 사업이 주력이었던 빙그레는 CJ올리브영과 손잡고 화장품 제품을 출시, 사업 다각화로 제2의 도약을 꿈꾼다.

먼저 1997년 처음 문을 연 뚜레쥬르는 2010년 BI, SI를 한차례 교체한 이후 6년 만에 브랜드 손질에 나선다. 1세대 ‘매일 굽는 빵’, 2세대 ‘건강 빵’에 이어 3세대 아이덴티티(BI), 스토어 아이덴티티(SI)는 ‘하루에 다섯 번 굽는 빵’이라는 콘셉트로 신선함을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 출처: 뚜레쥬르

전면적인 리뉴얼을 위해 뚜레쥬르는 빵 굽는 시간을 기존 하루 한 차례에서 다섯 차례로 늘리고 메뉴도 확대 개편했다. 이와 함께 ‘갓 구운 매대’를 신설해 어떤 빵이 언제 나오는지 고객들이 알 수 있도록 했다. 매장 외관은 기존 민트그린색보다 눈에 잘 띄는 잉글리시그린색으로 바꿨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최근 빵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브랜드는 획일화되고 묵은 제품을 판다는 인식이 있다”며 “뚜레쥬르는 매일 굽는 빵을 판매한다는 초심을 전면에 내세워 신선함의 초창기 이미지를 다시 얻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뚜레쥬르는 이번 개편을 통해 점포당 매출도 다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따른 신규 출점에 제한 등 악재 속에 성장 정체를 극복하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수입·독자 브랜드를 동시다발적으로 내놓으면서 정유경 신세계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이 이끄는 패션 사업 속도 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먼저 남성복 라인에서는 신규 남성복 브랜드 ‘맨온더분(MOTB)’과 이탈리아 고급 남성복 브랜드 '라르디니(LARDINI)'를 론칭하면서 출사표를 던졌다. 여성복의 경우 ‘V라운지’를 론칭하고 백화점에서 매장을 오픈했으며 2012년 인수한 자회사 신세계톰보이는 내년 론칭 40주년을 앞두고 ‘스튜디오 톰보이(STUDIO TOMBOY)’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새롭게 리뉴얼 했다.

▲ 출처: 신세계인터내셔날

앞서 최홍성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이사는 올해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올해 경영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을 강조하며 신규 브랜드 발굴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 대표는 “경영목표 달성을 위해 사업 효율성 제고, 신규 사업 발굴 및 온라인 강화, 조직문화 혁신을 골자로 구체적인 노력을 이어가겠다”면서 “매출 증대가 영업이익에 직결될 수 있도록 회사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핵심사업이 유제품이었던 빙그레는 CJ올리브영과 손잡고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다. 유제품의 매출 부진이 지속되자 잘되는 사업으로 꼽히는 화장품으로 영역 확장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빙그레는 내달부터 CJ올리브영 자체브랜드(PB) 제품으로 보디클렌저와 보디로션, 핸드크림, 립밤 등 총 4종의 제품을 선보인다. 화장품 시장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빙그레의 장수 제품인 바나나맛 우유에서 기획해 화장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것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바나나맛 우유의 향과 브랜드는 물론 화장품 케이스까지 바나나맛 우유 특유의 단지 모양을 그대로 옮겼다”면서 “딸기맛 우유 제품을 모티브로 한 화장품도 만나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출처: 빙그레

제품 생산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한국콜마가 맡았고 유통과 판매총괄 마케팅은 CJ올리브영에서 담당한다. 이번 제품은 CJ올리브영의 수도권 거점 점포 위주로 6개월 간 한정판매되며, 바나나 우유가 중국인 관광객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속되는 불황에 기존의 것을 지키는 ‘안정 추구’ 기업들이 있는 반면에 내부 체질개선이나 새로운 사업 진출로 도전하는 기업들도 눈에 띈다”면서 “신사업을 통해 흑자전환을 기대하는 기업들은 최대한 손실을 줄이고 신성장동력 발굴에 힘쓰면서 제2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