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 상장 지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고평가’ 여부다. 그렇다면 ‘예상보다 낮은’ 두산밥캣 공모가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이는 두산밥캣 자체의 가치는 물론 이와 연관된 거시경제 상황 등 복잡한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은 그동안 수익성 저하와 재무부담 확대에 대응해 지난 2015~2016년 인력 구조조정, 저수익 생산시설 폐쇄 등을 실시했다. 이어 오는 10월 예상됐던 두산밥캣의 기업공개(IPO)를 마지막으로 그룹의 구조조정 작업은 마무리 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지난 10일 두산밥캣은 IPO 철회신고서를 제출하고 IPO를 연기 및 재추진할 것으로 결정했다. 두산그룹 측은 두산밥캣의 상장 지연으로 그룹 구조조정과 단기차입금 상환에 부담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국내신용평가사들이 두산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신용등급 부여에 두산밥캣 IPO에 따른 자금유입 규모 등이 반영돼 있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역으로 말하면 두산밥캣의 IPO 지연은 두산그룹 전반의 신용도를 저하할 수 있는 요소임은 물론 그만큼 향후 차입금 상환 등을 위한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밥캣의 공모가 밴드는 4만1000원에서 5만원으로 예상됐으나 지난 6~7일 실수요 예측에서는 기관투자자들이 밴드 하단에도 미치지 못하는 약 3만5000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IPO를 통한 총자금 조달 규모 측면에서 예상보다 15~30% 낮아진 것이다.

사실 두산밥캣 IPO의 핵심은 시기 지연보다 예상을 빗나간 공모가에 있다. 공모가가 예상보다 낮아 상장은 지연한 만큼 이를 당연한 것이라 볼 수 있지만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공모가를 제시하는 기준은 향후 기업의 지속성과 수익성 측면을 고려했다는 측면에서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달랐다는 것이 중요하다.

두산밥캣이 공모하려던 주식수는 4898만1125주로 이를 4만1000원~5만원의 밴드로 계산하면 약 2조~2조4500억원이다. 전체 주식수를 고려한 상장후 시가총액은 4조1034억원~5조41억원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두산밥캣의 자본총계는 3조2842억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두산인프라코어 측이 희망한 밴드 기준으로 주당순자산비율(PBR)은 1.24~1.52배 수준이다. 하지만 기관투자자들이 제시한 가격을 PBR로 환산하면 1.06배로 기업가치를 자본계정에 해당되는 수준만 인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두산밥캣의 성장가능성을 제로(0)로 본 것과 마찬가지다. 두산밥캣의 공모물량이 많아 공모가가 낮아진 것이 아닌 기업전체의 평가가 좋지 못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모물량을 줄인다해도 공모가가 높아지는 ‘기적’이 일어나기 어렵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두산밥캣의 IPO 연기로 수요자 우위(buyer's market)의 시장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즉, 두산밥캣의 지분을 사들이려는 주체가 많아지지 않는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두산밥캣에 불리한 쪽으로 흐르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두산그룹은 그룹의 구조조정 마무리를 위해 무리하게 공모가를 높이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플랜B’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미 주택시장 호조로 두산밥캣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미 금리인상 등 복잡한 문제가 얽히면서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운용축소 기조가 만연한 가운데 두산밥캣의 높은 공모가를 기대하는 것은 두산인프라코어는 물론 그룹 전체에 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시장의 상황을 수궁하고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면 과감히 단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출처;나이스신용평가

특히 두산밥캣의 경우는 총자산 대비 무형자산 비중이 무려 64.5%에 달하며 무형자산 중 영업권 비중은 44.9%에 달해 향후 재무구조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는 요소라는 점에서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

한편, 올해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향후 기업들의 차입조달 비용에 대한 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미 주택시장에 대한 시장의 의견도 분분한 상황에서 두산그룹은 좀 더 빨리 움직일 필요가 있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