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 크레모텍이 미국 유통 기업 KDC와 스마트빔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1000만달러(약 110억원)에 달한다. 크레모텍은 SK텔레콤이 육성한 스타트업이다. 현재 SK텔레콤의 사후 지원 프로그램 ‘포스트 BI’를 통해 지원받고 있다.

크레모텍은 SK텔레콤 벤처 육성 프로그램 ‘브라보! 리스타트’ 1기 졸업팀이다. SK텔레콤은 크레모텍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해 아낌없이 지원했다. 제품 개발을 위한 레이저 광원 마이크로 프로젝터 광학엔진 특허를 포함 총 9건의 핵심 특허를 무상 제공했다. 또 창업 지원금, 공동개발 연구실, 연구개발·마케팅 인력 등을 제공했다. 25억8000만원 규모 지분투자도 시행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브라보! 리스타트’ 출신 스타트업들이 하나둘씩 열매를 맺고 있다. 국내는 물론 크레모텍처럼 해외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둔 회사도 늘어났다. 닷(DoT), 라인어스, 제이사운드 등이 그렇다. 졸업팀은 물론 현재 기수(4기) 팀도 포함된다.

SK텔레콤은 2013년 처음으로 ‘브라보! 리스타트’를 시작했다. 현재 4기를 육성 중이며 이번 10월에 5기 모집에 나선다. ICT를 기반으로 우리 생활을 더 편리하게 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발굴해 성공적인 창업을 지원한다는 것이 핵심 취지다.

‘브라보! 리스타트’에 합류하려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서류·면접 심사를 통과한 뒤 워크숍과 PT 관문까지 넘어야 한다. 기존 1~2기에서는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창업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3기부터는 공모 자격을 모든 세대로 확장했다.

모든 절차를 넘어서면 다채로운 내용의 인큐베이팅을 받을 수 있다. SK텔레콤은 일단 최종 선정 팀에 초기 창업 지원금 2000만원을 지급한다. 또 팀당 최대 1억원 기술 개발자금을 차등 지급하며, SK-KNET 창업 펀드를 통해 최대 20억원 자금 투자도 선별적으로 진행한다.

창업 입주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다. 10개월간 업무 공간과 함께 인큐베이팅이 제공된다. 전문가 멘토링은 물론 제품·서비스 판로 개척과 마케팅 홍보 지원이 이뤄진다. 우수 아이디어를 보유한 업체에겐 SK텔레콤과 공동 사업화 기회가 제공된다. 1기의 경우 10개 팀 중에 5개 팀이 SK텔레콤 관련 부서와 공동 사업화를 추진했다.

기수를 거듭하면서 ‘브라보! 리스타트’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은 인큐베이팅 공간을 새로 꾸며 육성 여건을 업그레이드했다. 추가적인 벤처 창업과 창업 생태계 확산을 위해 지난 9월 서울 중구에 260평규모의 ‘SK창조경제혁신센터 서울캠퍼스’를 새롭게 열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서울캠퍼스에는 입주 공간은 물론 시제품 제작소와 모바일 테스트베드, SK텔레콤은 서울캠퍼스가 강북지역 스타트업 생태계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각종 신기술 개발을 위한 테스트베드, 오픈 강의장 등이 마련됐다. 또 SK텔레콤은 창업포럼 ‘브라보! 데이’를 열어 예비·초기 창업가들에게 SK텔레콤의 기술과 사업화 노하우를 공유해 대기업-벤처 간 협업과 상생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렇다면 ‘브라보! 리스타트’에 합류한 스타트업 대표들은 인큐베이팅의 효과를 어떻게 체감하고 있을까. 졸업을 앞두고 있는 4기 스타트업 3팀의 대표 3인을 만나 직접 들어봤다. 또 SK텔레콤 ‘브라보! 리스타트’ 사업 담당자도 만나봤다.

 

▶ 이혁진 TKS세미콘 대표

TKS세미콘은 무전원 온도 센싱 통신 태그를 이용해 아주 적은 비용으로 콜드체인 전 구간을 실시간으로 온도 검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 ‘브라보! 리스타트’에 합류하고 달라진 점은 이전에는 어딜 가서 기술적인 얘길 하면 이해 못했어요. 아무도 안 하고 있는 것을 왜 하느냐, 매출 근거를 가지고 와라, 이런 말을 했죠. 기술을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랬다고 봅니다. ‘브라보! 리스타트’에서는 사업성과 기술력을 검증해 육성 업체를 선발하죠. SK텔레콤 조직이 크니까 이를 검증할 사람도 많잖아요. 이제 외부에서 “너희 회사는 기술 검증 OK다” 이렇게 말해요. ‘브라보! 리스타트’에 합류했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검증됐다는 의미니까요. 그런 부분이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됩니다.

# ‘브라보! 리스타트’의 특별한 점은 어떻게든 SK텔레콤과 사업을 연계해주려고 한다는 겁니다. 스타트업을 선발하고 단순히 지원해주는 ‘보여주기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제품·서비스가 시장에서 통하도록 하는 걸 우선으로 여기더라고요. 이 프로그램에 합류한 이후 우리 제품 자체도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팔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을 고쳐라’는 식의 조언을 자주 받는데, 정말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 SK텔레콤에 기대하는 시너지는 일단 우리 제품은 IoT(사물인터넷) 온도 센서 태그입니다. 사물의 온도를 측정해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보내주죠. 이 태그가 세상에 뿌려지는 순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생겨나는 데이터가 어마어마할 텐데 이를 가공하고, 서비스로 구현하고, 과금 체계를 만드는 것 같은 일을 우리가 전부 해내긴 어렵죠. 지원과 협력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SK텔레콤은 지금 음성통화에서 데이터를 거쳐 IoT로 넘어가고 있잖아요? 이런 과정에서 우리와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SK텔레콤 IoT 관련 사업부서와 매칭도 이뤄진 상태입니다.

 

▶ 황수익 시큐리티플랫폼 대표

시큐리티플랫폼은 IoT 디바이스에 하드웨어 기반의 암호 및 전자서명 기술을 적용했다. 불법복제 등을 불가능하도록 해 각종 보안 위협을 해결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 ‘브라보! 리스타트’ 합류 과정은 SK텔레콤과의 인연은 ‘브라보! 리스타트’ 4기에 합류하기 전에 시작됐습니다. 사업 아이템을 평가하기 위한 심사 과정에서 우리가 발표를 하니 SK텔레콤 보안 관련 부서에서 관심을 보여 왔습니다. 그쪽에서도 고민하던 솔루션이다 보니 평가 과정에서 먼저 SK텔레콤과 함께 공동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4기 합류가 최종 결정이 날 당시에 벌써 하나의 솔루션을 함께 완성했죠. 지금은 그 솔루션을 적용할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합류 이전에 우리가 개발한 솔루션은 주로 단품에 적용됐습니다. 지금은 더 큰 부분에서 적용을 시도하고 있죠. SK텔레콤의 IoT 플랫폼인 ‘씽플러그’에 우리 솔루션을 연동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 ‘브라보! 리스타트’의 강점은 현업과 연계가 잘 된다는 것입니다. 스타트업이라는 건 이제 겨우 시작한 회사이니 열매를 맺으려면 기다려줘야 합니다. 그런데 대기업들은 바로바로 성과가 나야 하니까 스타트업과 협업이 쉽지가 않죠. 그들이 이왕이면 제품·서비스가 완성된 검증된 회사와 함께 일을 하려고 하는 이유입니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그럼에도 SK텔레콤은 현업에 있는 사업부서와 우리를 계속 매칭해줍니다. 사업 연계 노력도 이어지고요.

# SK텔레콤과 발휘할 시너지의 모습은 SK텔레콤에게는 추진 중인 IoT 사업에 신뢰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러 가지 IoT 서비스는 보안이 잘 이뤄져야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가 있으니까요. 그러니 디바이스 보안 기술이 SK텔레콤 입장에서도 필요한 거죠. 시너지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우린 SK텔레콤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지만 실제로는 SK인포섹이라는 SK 그룹 보안 부문 자회사와 더 자주 일을 하고 있습니다. 보안이란 어떻게 보면 신뢰를 파는 일인데, 스타트업이 영업을 하기엔 쉽지가 않아요. SK인포섹과 같이 신뢰도가 높은 회사와 함께 하면 사업에 더욱 도움이 됩니다.

 

▶ 이석훈 운동이땡길때 대표

운동이땡길때는 300개 이상의 다양한 운동·뷰티 업체의 4000개가 넘는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멤버십을 판매한다. 소셜 운동 예약 서비스를 개발해 출시 예정이다.

# SK텔레콤으로부터 받은 도움은 ‘브라보! 리스타트’에 참여하면서 정말 좋은 환경과 교통이 편리한 지역의 사무실을 지원받아 좋은 사람들을 채용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어요. 격주로 진행되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서 경영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가 실제 ‘운땡’ 서비스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에도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같은 ‘브라보! 리스타트’ 팀들과 교류하면서 서로 마케팅을 돕고 정보도 교류한 것이 사업에 큰 도움이 됐고요.

# ‘브라보! 리스타트’ 참가하면서 달라진 점은 참여한 이후 ‘스포츠펀드1호’로부터 투자 유치를 성공했습니다. 임직원 수도 8명에서 12명까지 늘어났습니다. 올해 초부터 서비스를 출시해 첫 매출도 발생시켰으며, 팀원들과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 ‘브라보! 리스타트’의 차별성은 실제 사업부와의 연계가 가장 큰 차별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SK텔레콤의 많은 사업 부서와 실제로 미팅을 하고,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정보를 교류하는 것에서 앞으로도 우리와 큰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또 창업센터 내에 상주하는 센터장과 SK텔레콤 담당자들의 진심과 열정으로 사업을 운영하다가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를 해결하는 것에 굉장히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 이창석 SK텔레콤 CEI사업단 부장

이창석 부장은 ‘브라보! 리스타트’ 3기 때부터 관련 사업 부서에 합류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 다른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과 차별성은 우리는 기본적으로 육성 팀이 사업 수요처를 빨리 개발할 수 있도록 ‘올인’합니다. 그게 되지 않으면 기술 사업화를 하면서 소위 말하는 ‘죽음의 계곡’이라는 것을 건너기 어렵습니다. 그 단계를 빨리 넘어설 수 있도록 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고, 수요처가 생기도록 해주는 것을 급선무로 여깁니다. 프로그램에 합류하게 되면 SK텔레콤 관련 사업 부서와 빠르게 매칭시켜 주는 것도 그런 일환입니다.

# 글로벌 시장 진출 지원 방향은 글로벌 진출에 앞서 사업 정교화가 우선입니다. 전문가 멘토링은 물론 SK텔레콤 사업 부서와 연계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매칭해주는 이유입니다. SK텔레콤은 매년 국제 컨퍼런스나 박람회에 참가하는데 항상 창업 팀과 함께 나갑니다. 해외 투자자나 혁신을 찾는 기업들에 소개해주는 거죠. 매년 최소 6팀 이상과 함께 국제 전시에 참가합니다. 현재 육성 중인 기수는 물론 졸업한 팀까지 그 대상입니다.

# 스타트업과 기대하는 시너지는 예측할 수 없는 시장 상황에 대해서는 스타트업들의 아이디어와 열정과 혜안이 우리에게 자극이 됐습니다. 이를 계기 삼아 함께 사업을 추진해 성공도 이뤘죠. 스타트업도 대기업과 협업을 계기로 기술적인 비전을 가지게 되면서 계속 발전할 수 있게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측면을 쉽게 움직이기 힘든 대기업이 흡수해서 시장을 선점한다면, 이는 대기업한테도 성장 모멘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 앞으로의 목표는 예전 기수 지원팀을 보면 생계형 창업팀이 많았습니다. 요즘엔 혁신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 창업팀 지원이 늘었습니다. 자연스레 경쟁이 되다 보니 우수한 창업팀들이 많이 선발됩니다. 우리는 갈수록 책임감을 느끼게 되죠. 인큐베이팅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 스타트업이 지속성을 가지게 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육성 이후에 지원하는 것을 내부적으로는 ‘포스트 BI’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졸업 이후에도 SK텔레콤이 계속 역할을 하면서 창업팀들이 날개를 펼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싶습니다. 이런 완벽한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지금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