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100년의 기억을 찾아 일본을 걷다>
-이재갑 지음
-살림출판사 펴냄

1910년 한일강제병합 이후 100년이 넘은 현 시점에서 당시 삶과 죽음의 극단에 내몰렸던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 잔혹사를 다룬 <한국사 100년의 기억을 찾아 일본을 걷다>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다큐멘터리 사진을 지향하는 이재갑 작가가 2007년 7월부터 약 4년간 일본 열도 곳곳을 발로 답사한 기록물이다.

군부대 진지, 탄광, 광업소, 댐, 해저탄광, 지하 터널, 비행장, 통신 시설 등 강제징용 노동자들의 한(恨)서린 역사의 흔적을 약 240여 컷 사진과 현장르포 형식의 생생한 글을 담아 ‘식민지 조선인’의 삶을 돌아보며 오늘 한국인의 정체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구성은 총 5장으로 제1장 후쿠오카부터 나가사키, 히로시마, 오사카, 오키나와로 전개된다. 저자는 재일 사학자인 박경식씨의 자료를 인용, 일본은 1939년부터 1945년에만 약100만명이 넘는 우리 동포를 강제 연행했고, 군속(軍屬)으로 37만명을 전선에 동원했다고 썼다.

제5장 오키나와 부분. “흙 속에 판 토굴은 미군의 공습이나 폭격에 대비해 안쪽으로 조금 굽은 형태로 보통 사람들이 허리를 숙이고 움직여야 할 정도로 작았다. 대장이 사용한 토굴은 규모도 컸지만, 더더욱 놀랐던 것은 이곳에 조선인 ‘위안부’가 같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아무도 말이 없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모두가 의아해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본문 314쪽)

저자는 이 책을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했다. 하나는 사진작가로서, 일본 내 조선인 강제징용과 관련된 건축물 잔재에 대한 작업이라는 점이다. 이는 불편한 역사와 치열한 리얼리티를 카메라에 담아내는 휴머니즘 작가로 평가받는 그의 작품세계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또 하나는 한·일간을 갈등과 대립이 아니라 미래지향적 관계라는 점에 무게를 두었다는 점이다.

역사를 어떤 방식으로 재해석하느냐에 따라 현재와 미래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인데 그러자면 한국과 일본 속에 남아 있는 일본 잔재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우선 과제로 바로 이것이 강제징용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자유와 평화는 노력하는 자의 것이라는 믿음으로 현장에 가서 체험하고 확인하고 문제를 인식하려 했다.

그것이 나와 우리들이 꿈꾸는 현재와 미래의 세상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길이라고 확신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저자는 “현장에 가보면 또 다른 길 위의 역사를 만날 수가 있다”며 “일본 내 철도 침목 하나가 조선인 한 명”이라는 재일 한국인 배동록씨 증언을 전했다.

권동철 문화전문 기자 kdc@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