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배달앱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제기되어 눈길을 끈다. 사실이라면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O2O 스펙트럼에 '배달'이라는 카테고리가 하나 추가되는 셈이다.

7일 언론보도 및 일부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연내 배달앱 시장에 진출한다. 특정 프랜차이즈 업체와 만나 배달 서비스와 관련된 논의를 시작했으며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세부적인 전략까지 가다듬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 출처=카카오

카카오가 배달앱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은 지난 7월 주문중개 플랫폼인 씨엔티테크의 지분 20%를 확보했을 당시에도 불거진 바 있다.

씨앤티테크는 프랜차이즈 브랜드 80여 개의 주문을 중개하는 곳이며 해당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한 곳이다. 각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전화번호나 온라인 홈페이지로 접수되는 주문을 해당 브랜드의 인근 매장으로 연결하거나 매장의 판매시점관리시스템(POS)으로 전송하는 서비스를 지원한다.

다만 씨앤티테크 투자 당시 카카오가 배달앱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제기되기는 했으나, 일반적으로 B2B적 모델을 차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씨앤티테크 산하에는 영상기술 및 SNS 융합을 추구하는 텔레스타, 주식정보시장 및 IT 기술력을 제공하는 씨데티테크 등 원천기술을 보유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카카오가 씨앤티테크 지분 투자를 통해 통상적인 배달 서비스가 아닌, B2B적 관점에서 일종의 '플랫폼 위의 플랫폼 서비스'를 선보일 가능성이 제기되곤 했다.

그러나 7일 업계에 알려진 소식은 카카오가 일반적 의미의 배달앱 시장에 진출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이 점하고 있는 평범한 B2C 플랫폼 모델로 승부를 걸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에 카카오는 "씨엔티테크의 경쟁력을 모바일 경쟁력으로 묶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라며 "서비스 구현의 구체적인 윤곽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종합하자면 카카오가 씨엔티테크 지분 투자를 단행한 후 내부적으로 배달앱 시장 진출을 고려하고 있으며, 그 방향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진출의 시기를 저울질하는 상황에서 카카오 배달앱 서비스를 씨앤티테크 투자 당시 제기된 '플랫폼 위 플랫폼'으로 구현하는 방안과 '일반적인 B2C 방식'도 함께 고민하는 분위기다.

업계의 분위기는 어떨까. 카카오가 일반적 의미의 배달앱 시장 진출을 한다는 전제로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배달앱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소문은 씨엔티테크 투자 전부터 업계에 돌았던 소문"이라며 "현 상황에서 또 배달앱 시장 진출설이 불거지는 것을 보면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라는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이어 "배달앱 시장은 IT 및 O2O적 관점에서 해석되지만 사실 바닥부터 다지며 차근차근 역량을 쌓아야 하는 영역"이라며 "이미 3개 업체가 견고한 시장 장악력을 구축한 가운데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통해 진출을 선언한다고 해도 단숨에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구체적으로 관련 소식을 듣지는 못했다"는 전제로 "이미 배달앱 시장은 구도가 정해졌고, 카카오가 비집고 들어올 곳은 없어 보인다"고 단언했다. 이어 "배달앱 시장은 고객관리만큼 '사장님 관리'도 중요한 곳이며, 이를 카카오가 단숨에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냉정하게 말해 카카오가 일반적 의미의 배달앱 모델로 시장에 진출하면, 업계 관계자의 지적처럼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시장의 특성은 물론, 지금까지 카카오가 맞서보지 못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카카오 O2O가 걸어온 역사에서 증명된다. 먼저 카카오택시. 카카오는 카카오택시를 런칭하며 우버와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 우버는 기존 택시기사의 밥그릇을 노렸으나 카카오는 철저하게 플랫폼적 관점에서 당장의 수익을 포기하고 생태계 협력을 택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드라이버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는 카카오드라이버를 런칭하며 이미 존재하는 업체를 배제하고 대리운전기사에만 집중, 이를 대리운전기사 처우개선이라는 공익적 관점의 프레임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조만간 출시 예정인 카카오홈클린도 여성의 경력단절을 보완하는 공익적 관점이 배어난다.

이러한 진출을 모두 성공이라도 볼 수 없지만, 그나마 O2O의 카카오가 의미있는 존재감을 보여준 영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 더 꼽자면, 카카오와 같은 강력한 중개 사업자가 없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카카오택시 정국에서 경쟁했던 리모택시는 내구도가 약했고, 카카오드라이버 정국에서 대리운전업체는 힘도 제대로 쓰지 못하며 철저하게 공익적 프레임 밖으로 추방당했다. 카카오홈클린 정국에서도 딱히 카카오의 적수가 보이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카카오는 시장의 '니즈'가 있는 지점에서 강력한 중개 사업자가 존재하지 않았던 영역에서만 힘을 발휘했다. 하지만 배달앱 시장은 이미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이 시장을 선점하고 강력한 중개 사업자 역량을 과시하는 상황이다. 카카오 입장에서 이를 뚫기에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물론 카카오가 마성의 카카오톡을 활용해 기존 배달앱 시장을 완전히 재편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카카오도 치뤄야 할 대가가 상당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사업적 출혈을 넘어 스타트업으로 여겨지는 기존 배달앱 업체의 시장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골목상권 논란이 달아오를 전망이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카카오가 플랫폼 위의 플랫폼 전략을 구사해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을 구사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카카오가 지금까지 B2C 관점에서만 진출했던 O2O 특정 영역을 배달앱 시장에서 변칙적으로 침투한다면, 혹은 마케팅적 측면에서 일정정도 성공을 거둔다면 기존 업계의 아성도 위협을 받을 전망이다. 카카오는 교통 O2O에 진출하며 내비게이션, 택시, 버스, 지하철, 주차장, 사물인터넷 솔루션까지 아우르는 행보를 보여준 바 있다. 대단위 플랫폼 전략을 촘촘하게 구성하면 게임의 룰은 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