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는 과학이다’라는 유명한 광고 카피가 있다. 최근에는 이 뒤에 ‘자 봤으면 알 텐데!’라는 문구가 추가되었다. 그런데 이 내용은 비단 침대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여성들이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편안하기를 바라는 자신의 몸. 속옷은 몸에 바로 닿는 첫 번째 옷인 만큼, 그 소재와 구조면에 있어서 ‘과학으로 만든 옷’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속옷 그 안의 면면을 살펴보면 ‘속옷은 과학이다. 입어봤으면 알 텐데!’라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우선 가장 다양한 기술이 함축되어 있는 아이템은 브래지어다. 물론 예전에는 와이어나 신축성도 없는 천으로만 가슴을 감싸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브래지어는 수십 가지의 작은 자재들이 서로 잘 어우러져 있는 섬세한 옷이다.

수십 가지의 자재 중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컵 아래 위치한 와이어다. 얼핏 보기엔 똑같아 보일 수 있지만 와이어에도 엄밀히 좌우 구분이 있다. 와이어를 구부렸을 때 좀 더 안으로 휘어지는 방향에 따라 좌우가 구별되는데, 이렇게 안으로 더 휘어지면서 좌우 가슴을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와이어의 부분에 따라 다른 모양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이른바 ‘입체와이어’라고 불리는 와이어는 가슴 부위별로 와이어를 평면, 원형, 수직의 형태로 입체 설계해 부위별 특성에 맞는 기능성을 강조했다. 가슴 안쪽과 아래쪽에는 받쳐주는 힘이 강한 평면으로 설계돼 가슴을 위로 올려주고, 와이어의 바깥쪽은 수직으로 설계해 옆쪽의 군살을 컵 안으로 모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 또한 부분적으로 탄력성이 뛰어난 원형 와이어를 사용해 와이어가 올라가거나 압박감을 주는 문제점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와이어의 소재도 주목할 만하다. 형상기억와이어는 이름 그대로 첨단소재인 ‘형상기억합금’을 사용한 것. 형상기억합금은 1960년대 미국 해군이 잠수함의 재료를 찾다가 우연히 개발한 소재로, 일정한 온도가 되면 원래 갖고 있던 모양으로 되돌아오는 성질이 있다. 이처럼 보통 합금보다 10배 이상 신축성이 좋아서 세탁 후 휘고 구부러져 망가지기 쉬운 기존 와이어의 단점을 획기적으로 보완해줄 수 있었다.

속옷의 원단에도 과학이 숨어 있다. 특히나 군살을 잘 잡아줘야 하는 보정 기능의 속옷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 부분별로 모양이 다른 3D 와이어

예전 어머니 세대가 입던 거들이나 바디슈트 등의 보정속옷은 마치 갑옷 같았다. 군살을 잡아주는 보정 기능을 위해 여러 겹의 원단을 차례로 덧대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의 보정속옷은 얇으면서도 보정 기능이 뛰어나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부위별로 압력이 다르게 짜인 원단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거들을 예로 들면, 군살이 많은 복부엔 튀어나온 살을 잡아줄 수 있게 잘 늘어나지 않게 쫀쫀해야 하고 돌출되어 있는 엉덩이 부분의 원단은 잘 늘어나야 편하게 착용할 수 있다. 원단을 직조할 때 각 부분의 압력과 신축성을 다르게 데이터를 입력하면, 하나의 원단 안에서도 부위마다 탄력이 다른 원단을 만들 수 있다.

이런 특징의 원단은 브래지어 날개에도 사용된다. 브래지어의 날개를 보면 특징 없는 하나의 원단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브래지어 날개도 부위마다 다른 신축성을 갖고 있는데 1단계는 브래지어 컵과 바로 이어지는 옆 날개 부분에 해당한다. 여기는 다른 부분보다 촘촘하게 짜여 신축성이 가장 적고, 그래서 처지고 컵 밖으로 빠지기 쉬운 옆 가슴을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이보다 좀 더 신축성이 있는 원단은 브래지어를 채우는 훅앤아이가 있는 날개 끝 쪽에 사용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신축성이 좋은 원단은 날개의 가운데 부분에 쓴다. 이 부분의 신축성이 좋아야 옆구리가 심하게 눌리는 느낌 없이 편안하게 브래지어를 착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부기를 방지해주는 부위별 압박 스타킹이나 추운 겨울에 입기 좋은 보온 및 발열내복, 여름을 위한 흡습속건 기능의 내의까지 속옷 속 과학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 신소재 개발과 새로운 디자인, 또는 어떤 기능을 가진 어떤 모습의 속옷이 새롭게 개발될지는 기대를 갖고 지켜봐도 좋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