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가 제법 선선해졌다. 뜨거웠던 올해 여름 날씨가 무색해질 정도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자판기 커피, 호빵, 포장마차 어묵. 그리고 김장 나누기 같은 기업들의 천편일률적인 사회공헌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평소 ‘혁신’ ‘새로움’ ‘차별화’ 등을 강조하다 사회공헌활동에만 나서면 평범해진다.

재계 안팎에서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지난해(2.6%)보다 낮은 2.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는 2.2%로 더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가 위축되고 있는 만큼 지속가능경영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예산 감소로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부연이다. 지속가능경영은 사회공헌·자선·기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공유가치창출(CSV), 사회적 기업 참여·지원 등 크게 4개 영역으로 나뉜다.

해외시장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의 경기불안,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 해외 시장이 장기적인 불황에 빠져 있는 셈이다.

문제는 지속가능경영 역량이 점차 기업의 필수 역량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소비 활동을 통해 특정 기업에 힘을 실어주거나 견제를 가할 수 있다. 일례로 지난 2012년 애플이 전자제품 환경평가시스템(EPEAT) 녹색인증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후 미국 소비자를 중심으로 불매운동 움직임이 일자 “우리는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이라며 태도를 전환했다.

그간 지속가능경영에 무심했던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사태, 코웨이 정수기 중금속 물질 검출 논란 등을 경험하며 소비자운동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다.

이제는 효율성의 싸움이다. 한정된 예산으로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어떻게 차별화할지가 관건이다. 경쟁사와 유사한 전략으로는 기업 입장에서 아무런 소득을 얻을 수 없다. 예산만 낭비하는 꼴이다. 부디 올 하반기에는 새롭고 기발한 사회공헌활동을 많이 만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