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정부정책이나 사업, 기업의 로드맵과 퍼포먼스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내실'이다. 하지만 간혹 화려한 대내외적 마케팅적 수사로 내실을 외면하거나 가식적으로 꾸미려는 시도가 문제다.

궁극적으로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된 자원외교를 비롯해 현 정부의 대통령 순방에 따른 자원외교 경제적 수치 뻥튀기 현상이 일각에서 비판받는 이유다. 우리는 지금 콘텐츠가 좋으면 플랫폼도 바꿀 수 있는 시대에 살고있다. 내실이 먼저다.

이런 상황에서 창조경제와 한미약품의 사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먼저 창조경제. 전국에 설치된 창조경제혁신센터 및 다양한 창업 및 보육 기관의 존재감으로 확인할 수 있듯이, 아니 미래창조과학부의 설립으로 명확히 알 수 있듯이 현 정부의 국정철학은 창조경제다.

이를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고 스타트업의 미래에 경제적 자원을 집중하는 현상은 분명 고무적이다. 일각에서는 요식행위라고 비웃지만 현 정부의 창조경제는 실체의 증명이 다소 어렵다는 점만 제외하고는 분명 필요한 철학이다.

그런 이유로 카이스트 1호 자회사이자 현 정부의 국정철학인 창조경제 신화로 주목받았던 아이카이스트의 김성진 대표가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는 소식은 속이 쓰리다. 호창성 더벤처스의 대표의 경우 스타트업 투자를 두고 창업 지분과 관련된 이슈에 휘말렸다면, 김성진 대표는 매출 규모를 부풀려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투자금을 받아낸 후 다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소 전통적인 '수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가슴이 아픈 지점이다.

지난 2011년 4월 설립된 카이스트 자회사인 아이카이스트는 지난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이 아이카이스트의 스마트스쿨 솔루션을 직접 체험하며 더욱 유명해졌다. 최근에는 힙합가수 놉케이와의 콜라보 마케팅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아직 명확한 법적인 결론이 나오지 않았기에 예단은 금물이지만, 우리는 여기서 아이카이스트의 혐의에 분노할 것이 아니라 '왜 아이카이스트와 같은 사례가 벌어졌는가'에 집중해야 한다. 왜일까? 바로 내실을 다지기 위한 노력보다 화려한 스타를 통해 창조경제의 비전을 잘 꾸미려는 욕망이 앞섰기 때문이다. 김성진 대표가 투자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본인의 노력과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크게 보면 창조경제의 황태자로 추켜세운 우리 모두의 책임도 크다.

청담동 주식부자로 명성이 높던 이희진 사건과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우리는 그의 범죄사실에 분노하면서도 '왜 그가 괴물이 되었는가'도 알아야 한다. 원금 보장을 약속하며 개미들의 돈을 갈취한 그는 왜 탄생했을까? 아니 어떻게 탄생했을까? 바로 화려한 퍼포먼스에 눈이 멀어 내실을 바라보지 못한 모두의 책임이다. 더 정확하게 말해 각자의 필요에 따라 그를 위로 들어올린 일부 언론과 나팔수들의 책임이 크다.

한미약품 사례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8조원 규모 수출에 성공하며 기세를 올렸던 한미약품은 지난달 30일 천국과 지옥을 경험했다.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 항암신약 'HM95573'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줬지만 다국적 제약사인 베링거인겔하임으로 기술수출한 항암신약 개발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발표에 따르면 환자 2명에게서 '독성표피괴사용해(TEN)' 부작용과 '스티븐스존슨증후군(SJS)'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2명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 출처=한미제약

당장 한미약품의 성과를 강조하던 증권가와 언론은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 하룻동안 기관 투자가가 한미약품 주식을 2000억 원을 '던져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도 '왜'라는 의문이 필요하다. 증권가와 언론은 답을 알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창조경제와 한미약품이 분명 '반짝반짝 빛나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분명하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창조경제는 분명 필요한 정책이며 현재의 대한민국이 가장 간절히 원하는 성장동력이다. 한미약품의 존재감도 마찬가지다. 사노피와 얀센, 제넨텍 등 대형 프로젝트 4건은 정상적으로 추진될 정도로 한미약품은 역량있는 기업이며, 또 그 자체로 찬사를 받을 가치가 충분하다.

문제는 대내외적 시각이다. 정부와 기업, 언론, 국민 모두가 약간 냉정하게 사안을 살펴야 한다. 반짝반짝 빛나는 내실을 더욱 돋보이게 하려고 무리한 찬사를 날리는 순간 일은 엉망이 되기 때문이다. 창조경제가 사업가 하나 구속된다고 없어지는것 아니며 한미약품이 돌발악재가 발생했다고 당장 망하는 것 아니다. 그들은 그들 자체로 경쟁력이 있다. 이제 설레발을 멈출때다. 바로 그때 내실은 더욱 빛난다. 냉정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