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앞두거나 이미 은퇴한 세대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늘어나고 있다. 은퇴세대가 부동산시장을 압박할 것이란 예상과는 분명 다르다. 이는 저금리 기조가 만들어 놓은 부동산 임대 시장의 변화 중 하나로 보인다.

국회 정무위 소속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신규취급액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4년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은퇴를 앞뒀거나 은퇴를 한 50대 이상 연령대의 주택담보대출 잔액 증가율이 다른 연령대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동안 50대 이상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2조2000억원 늘었으며 이중 60대 이상은 21.5%(10조3000억원) 급증하는 증 증가세가 가장 높았다.

이에 대해 김영주 의원은 반퇴세대와 이미 은퇴한 연령대의 주택담보대출 증가가 자칫 노후 빈곤, 주거불안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부마저도 ‘주택담보대출’을 가계부채 급증의 주범으로 지목한 만큼 이는 현재 국내 경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힌다. 하지만 50대 이상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여타 세대를 앞질렀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보통 은퇴를 앞두거나 이미 은퇴한 세대들은 집을 구매하기 보다는 오히려 집을 내놓는 경향이 높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주택담보대출을 늘리고 있는 것일까.

국내 부동산가격이 상승한 데는 정부정책과 함께 저금리의 영향이 있었다는 것이 보편적인 분석이다. 아울러 주택담보대출도 늘면서 가계부채의 압박도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이 전혀 틀렸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가계부채 압박이라고 표현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 한국 국고채 10년물 금리 추이 [출처:한국거래소]

<이코노믹리뷰>는 지난 9월 21일 ‘리츠, 가계 금융·부동산의 새로운 지도를 그린다’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전세가 사라질 수 있는 가능성과 그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2008년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금리가 8.1%, 현재는 2.1%다. 집주인은 전세 세입자로부터 보증금을 받는데 이 자금을 정기예금에 넣어두면 현재는 2008년 대비 이자수익이 4분의 1로 감소한 것이다. 한마디로 집주인 입장에서 전세가 과거와 같은 매력이 없는 셈이다.

▲ 임차가구 중 월세가구 비중 [출처: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발표한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 전체 가구 중 임차거주율은 46.4%이다. 흥미로운 점은 2014년 전·월세가구 중 월세 비중이 55%로 이는 지난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는 것이다.

쉽게 생각해보자. 지난 2008년 이후 국내 시장금리가 본격적으로 낮아지기 시작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자금을 받아 은행에 넣어둘수록 이자수익이 줄어든다. 반면, 월세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수익률 측면에서 볼 때, 전세보다 월세가 집주인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흘렀던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국내 전세가율(전세가율/매맷값)은 2009년 52%에서 2015년 74%까지 상승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금리수준이 지속적으로 낮아져 집주인들이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졌다면 전세값은 오르게 된다. 그만큼 전세 공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 국내 전셋가율 [출처:국제통화기금]

과거 부동산 불패 신화가 이어질 당시는 고금리 시대이기도 했지만 집주인이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전세자금에 일부 대출을 받아 추가로 주택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중 전세자금은 무이자차입과 같은 역할을 했으니 집주인들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엄청난 레버리지 효과를 봤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08년 이후를 생각해보자. 향후 경기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은 부동산 구매를 꺼리게 만들고 이보다는 전세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금리수준이 본격적으로 낮아지기 시작하면서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기조와 맞물렸다면 그동안 전세가격 상승은 결국 수요증가과 공급부족 양쪽이 맞물린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이 50대 이상을 중심으로 늘어났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이들이 은퇴이후 소득에 대해 고민하다는 점에서 ‘월세’를 은퇴소득의 하나로 보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도 단순히 늘어난 것이 아닐 수 있다. 우선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했다면 무이자차입금에 해당되는 보증금은 전세대비 현저히 줄어든다. 그만큼 주택매입을 할 때, 주택담보대출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는 50대 이상 세대들의 주택담보대출 급증을 단순히 부정적으로 볼 수 없는 이유가 된다. 물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글로벌 주요국들의 금리가 오르면서 국내 금리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그만큼 주택담보대출을 통한 부담도 늘어날 수 있으며 주택가격상승에도 제약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주택임대시장의 구조가 바뀌는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과 가계부채가 증가했다면 이는 생각보다 우려스러운 일은 아니다. 물론 가계부채는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으며 가처분소득은 이러한 상승 추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소비활동을 제약할 여지도 있다.

그만큼 늘어나는 가계부채에 대한 명확한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며 정부 또한 막무가내 정책이 아닌 명확한 진단을 통한 종합적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