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즈이노베이션 커뮤니케이션팀 지용진과장

수영선수가 꿈인 아이가 있다. 하지만 아이는 물을 두려워한다. 물이 무서운 아이는 수영선수가 되고 싶은 꿈을 실현할 수 있을까. 어쩌면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이 아이가 꿈에 다가갈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줄지도 모른다. 비약적인 상상이 아니다. 실제 스웨덴에서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나서 수중 촬영한 360도 VR 영상을 수영을 배우는 아이들에게 제공해 물에 대한 공포를 덜어준 사례가 있다. 소비자 체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기업들은 이미 VR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가볍고 저렴한 카드보드 VR을 앞세운 구글을 비롯해 영국 패션 브랜드 탑샵 등 세계적인 기업이 VR 마케팅을 선보였고, 미국의 유력지 <뉴욕타임스>는 VR 영상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기사로 언론의 새 지평을 열었다.

국내에서도 VR 활용 사례가 늘고 있다. 여기어때가 최근 도입한 VR 객실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사람들이 중소형 호텔(모텔) 정보를 찾을 때 봤던 사진들은 정보가 왜곡된 경우가 있었다. 광각 렌즈로 촬영된 객실은 실제보다 넓게 보이는 착시효과를 일으켰다. 그래서 사진을 보고 객실을 찾은 이용자들이 더러 실망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VR 영상은 최대한 사실적으로 현실을 재생해낸다. 마치 이용자가 실제 공간의 한복판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부여한다. 또 최대 3840×1920의 UHD급 고해상도에 3000만 화소의 사진으로 제공돼 현실감을 만들었다. 이는 기술로 숙박(공간) 산업의 혁신을 도모하는 여기어때의 스테이테크(머무르다를 뜻하는 스테이(Stay)와 기술을 의미하는 테크(Tech)의 합성어) 정신에 부합하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VR이 우리 삶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VR 시장이 커지면서 관심은 고조되고 있다. 영국의 시장조사 기관 DIGI Capital은 2016년 40억달러 규모인 VR 산업규모가 2020년 1500억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무리한 관측이 아니다. 실제 소니가 내놓은 PS VR은 이미 전 세계 판매량이 4000만대를 돌파했다. 국내에서도 이런 흐름에 발을 맞춰가고 있는 추세다. 미래창조과학부는 VR 플랫폼과 VR 콘텐츠를 육성하기 위해 향후 3년간 18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VR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왜 VR일까. 사이버 문학의 관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육체를 초월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실현시켜주는 기계.”(힐리스, 1996) 사람들은 조금 더 사실적이고, 조금 더 생동감 있는 대상에 눈길을 주기 마련이다. 그리고 리얼할수록 대상과의 관계가 탄탄해지고, 신뢰도 쌓인다. 무엇보다 깊이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VR의 가치가 있다. 관찰에서 경험으로, 소비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다.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온 VR이 미래의 일상을 어떻게 바꿔나갈지는 미지수다. 분명한 건, VR을 통해 우리가 지향하는 삶의 방식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은 있다. 비현실적인 상황을 현실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VR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VR을 통해서라면 하루 만에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를 차례대로 다녀올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물을 무서워하는 아이가 수영선수가 될 수 있다는 예시는 그래서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