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아파트 분양시장의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매월 매번 새로운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향후 전망은 엇갈리지만 가을 성수기를 맞은 분양시장은 ‘10월대전’ 준비에 여념이 없다.

전통적 분양 성수기인 10월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은 2000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10월에만 전국 아파트 분양 계획 가구 수는 10만2487가구다. 2000년 이후 월별 최대 물량이었던 2015년 10월 6만4681가구 대비 58%가량 증가한 수치다.

막바지 반짝 열기가 될지, 또 다른 기록을 세우며 화기를 이어갈지 업계의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10월 가을 분양대전에 출격하는 아파트 단지들은 대부분 대단지, 재건축, 뉴타운 등의 인기요인을 전면에 내세웠다.

단지 규모가 크고 세대수가 많을수록 아파트 가격도 높고 분양 성적도 좋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프리미엄이 높게 형성된 상위 10개 중 4개단지가 2000가구 이상 대단지였다. 하반기에도 2000가구 이상의 대단지 아파트 21개 단지 총 6만2853가구가 분양 예정에 있다.

서울 도심 지역의 경우 재건축이 가장 큰 화두다. 상반기 ‘고분양가’ 논란에 휘말려 정부가 수차례 분양보증을 반려하는 사태까지 빚었던 강남 재건축 단지들의 경우에도 분양 성적은 매우 좋은 편이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앰게이츠 장원석 대표는 “서울 지역 재건축 사업 진행이 빨라지고 있고 하반기에도 강남 재건축 단지의 인기는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일반분양 완판 행진과 더불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다시 시행되는 2018년 이전에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려는 단지들이 많아 분양가 상승의 제한이 있다해도 사업 진행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여진다.

하반기 분양하는 강남 재건축 단지들은 대림산업이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5차’를 재건축한 ‘아크로 리버뷰’, 잠원동 신반포18·24차 통합 재건축단지 ‘신반포 래미안 리오센트’, 방배3구역 재건축 아파트인 ‘방배아트자이’ 등이 있다. 이들 중 가장 먼저 분양하는 ‘아크로 리버뷰’는 총 595가구 중 41가구가 일반에 분양되는데,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3.3㎡당 평균 4200만원  하로 분양보증을 받았다.

정부의 공공택지 공급 조절 발표 이후 아파트 실수요는 수도권 신도시나 도심 뉴타운으로 몰리고 있다. 앞으로 분양을 통해 내 집을 마련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본 소비자들이 청약을 서두르고 있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 센터장은 공급 총량이 많다고 해도 신규 주택에 대한 수요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센터장은 “주택 수요자들에게는 ‘주거상향욕구’라는 것이 있다”면서 “우리 주택 시장에는 여전히 안전하고 교통 학군 병원 상가 등 인프라가 갖춰진 택지지구를 중심으로 공급되는 신규 아파트들에 대한 수요는 많다”며 계획적 개발을 이룬 경기권 신도시와 서울 시내 뉴타운을 주목하기를 권했다. 강북권 최대 규모 뉴타운인 장위뉴타운은 상반기의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열띤 분위기가 연말 밀어내기 분양이라는 비판도 있다. 미국 금리 인상과 담보대출 심사 강화 등 2017년 분양시장에 대한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강남 재건축 단지부터 대단지 지방 아파트까지 쏟아지는 분양 물량에 미분양 우려도 함께 커지는 상황. 이같은 불확실성으로 투자자의 발걸음은 예년보다 큰 폭의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먼저 하반기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대출 규제였던 총부채상환비율(DTI)보다 강화된 연소득 대비 총부채원리금상환액(DSR)이 이르면 12월 도입될 예정이다. DSR은 가계 연 소득 중 얼마를 부채의 원금과 이자를 갚는 데 쓰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은행권에서는 신규대출 규모를 산정하는 참고용 자료로 쓰인다.

정부의 규제시행을 서두르는 것은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8.25 대책의 후속조처도 되도록 빨리 시행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게다가 연말까지 미국의 금리 인상이 상당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 같은 시장 안팎의 불확실성 때문에 하반기 분양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빠르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장원석 앰게이츠 대표도 현재 공급이 많은 만큼 주택시장을 분양권 전매 차익을 노리는 등 실수요가 아닌 투자로 접근하기에는 ‘끝물’에 가깝다고 본다. 하반기 분양공급이 많은 만큼 향후 입주가 비슷한 시기에 몰릴 것도 고려해서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서울과 지방 시장의 양극화, 서울 내에서도 인기지역과 비인기 지역의 양극화가 분명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강남 재건축 시장 등에 대한 인기는 계속될 것이고 뉴타운 등도 투자 수요는 크겠지만 경기권 비인기 지역 혹은 단지규모가 작은 단지 등은 투자로 접근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평택, 김포 등 이미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는 지역들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반기에도 공급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미분양 물량이 적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