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대 미국 대통령 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의 최대 분수령으로 꼽히는 대선 후보 1차 TV 토론이 시작되었고, 앞으로 투표까지 두 차례의 TV 토론만을 앞두고 있다. 전 세계가 차기 미국 대통령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시점에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숨 막히는 정치 대결 이야기는 잠시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역대 미국 대통령들을 돌아볼 시간을 마련했다. 그들의 정책, 사상, 업적 등 무거운 주제를 나누는 게 아니다. 33대 해리 트루먼 대통령부터 44대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주요 대통령들의 시계 이야기다. 참고로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부터 제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까지는 회중시계를 주로 사용했고, 현재 미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는 공식 석상에서 각각 롤렉스 데이트저스트와 데이-데이트를 착용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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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대 해리 트루먼 대통령

▲ 백악관 사진 기자 협회가 해리 트루먼 대통령에게 선물한 벌케인 크리켓 워치. 출처=트루먼 뮤지엄

일명 ‘대통령 시계(presidents watch)’라 불리는 시계가 있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 벌케인의 크리켓 워치가 그 주인공이다. 역사는 195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재임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던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백악관 사진 기자 협회로부터 시계 하나를 선물 받았다. 바로 백 케이스에 “One more please”라고 새긴 벌케인의 크리켓 워치였다. 트루먼은 시계에 탑재된 알람 기능에 매료되어 크리켓 워치를 즐겨 찼고, 그 덕에 대통령의 시계라는 명성을 얻은 벌케인은 이후 미국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백악관에 시계를 증정하고 있다. 그 역사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벌케인은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며 브랜드의 최상위 컬렉션 중 하나인 애니버서리 하트 워치를 선물한 바 있다.

제34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롤렉스가 증정한 데이트저스트 시계를 차고 있다. 출처=롤렉스매거진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롤렉스를 소유한 첫 번째 미국 대통령으로 알려져 있다. 롤렉스는 1950년 당시 나토군 최고사령관이던 아이젠하워에게 골드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을 장착한 데이트저스트 시계를 선물했다. 이는 롤렉스 공식 크로노미터 인증을 통과한 15만 번째 시계로, 백 케이스에 5성 장군을 의미하는 별 다섯 개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의 이니셜 그리고 1950년 12월 19일이 새겨져있다. 아이젠하워는 1952년 7월 21일에 발행된 라이프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이 시계를 차고 표지에 등장해 화제를 모았고, 아이젠하워의 롤렉스는 2014년 PR 옥션에 등장했지만 낙찰되지 않았다.

제35대 존 F. 케네디 대통령

▲ 그랜트 스톡데일이 존 F. 케네디에게 선물한 오메가 스퀘어 워치. 출처=오메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시계 중 가장 유명한 건 역시 오메가의 스퀘어 워치다. 1960년 케네디는 그의 친구 그랜트 스톡데일(Grant Stockdale)에게 18K 골드 케이스를 장착한 오메가 시계를 선물 받았다. 시계 백 케이스에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에게 친구 그랜트로부터”라고 적혀져 있어 케네디의 당선을 염원한 친구의 우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랜트의 바람대로 케네디는 제3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그는 취임식에서 그랜트에게 선물 받은 오메가 시계를 착용하고 단상 위에 올랐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오메가 시계는 현재 스위스 비엘에 위치한 오메가 뮤지엄에 전시되어 있다.

제36대 린든 존슨 대통령

▲ 명사들의 시계로 칭송받는 롤렉스 데이-데이트를 착용한 린든 존슨 대통령. 출처=롤렉스매거진

린든 존슨 대통령은 롤렉스 데이-데이트를 즐겨 찼다. 롤렉스 데이-데이트는 시계 애호가들 사이에서 “롤렉스 프레지던트”라 불리는데 데이-데이트가 이러한 별명을 얻게 된 데엔 린든 존슨 대통령의 공이 컸다. 미국 대통령인 그가 공식 석상에서 이전의 대통령이나 명사들이 주로 차던 쥬빌리 브레이슬릿이 아닌 프레지던트 브레이슬릿을 장착한 데이-데이트 모델을 착용하며 롤렉스의 새로운 스트랩에 대해 알렸기 때문이다. 반원 형태의 3열 링크로 이루어진 프레지던트 브레이슬릿은 오직 골드 소재로만 제작하며, 롤렉스 데이-데이트와 일부 여성용 데이트저스트 골드 모델에만 사용된다.

제40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 제40대 미국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이 롤렉스 데이트저스트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을 차고 있다. 출처=롤렉스매거진

영화배우 출신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롤렉스 데이트저스트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을 착용했다. 점잖으면서도 활력 있는 그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시계다. 롤렉스 데이트저스트는 다이얼 3시 방향에 날짜를 표시한 최초의 방수 오토매틱 시계로, 앞서 언급한 5열 링크의 쥬빌리 브레이슬릿이 특징이다. 로널드 레이건 이후의 미 대통령들은 롤렉스, 까르띠에, 오메가 같은 고급 시계보단 타이맥스, 티쏘, 조그 그레이 등 보다 대중적인 시계를 선호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제42대 빌 클린턴 대통령

▲ 대통령 초상 속 빌 클린턴의 손목 위엔 타이맥스 시계가 채워져 있다. 출처=백악관

빌 클린턴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타이맥스의 아이언맨을 착용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롤렉스, 오메가, 벌케인 등 기계식 시계를 즐겨 찬 것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다. 심지어 백악관에서 촬영한 대통령 초상에서도 그는 타이맥스를 차고 카메라 앞에 앉았다. 그의 손목 위 타이맥스를 본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클린턴을 “전자 기기 덕후(techno-nerd)”라고 조소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1993년 그의 대통령 취임 기념 무도회에서도 타이맥스 시계와 함께했는데 워싱턴포스트 스타일 팀은 이를 두고 “손목 위 괴물(wrist gargoyle)”이라 비평했다. 빌 클린턴은 재임 기간 타이맥스 시계로 인해 받은 야유에 보란 듯이 화답하듯 임기가 끝난 후 롤렉스, 까르띠에, 파네라이, 로저드뷔, 예거 르쿨트르 등 수많은 고급 시계를 사 모았다.

제44대 버락 오바마 대통령

▲ 오바마 대통령은 공무 수행 중에도 조그 그레이의 크로노그래프 워치를 빼놓지 않았다. 출처=zimbio.com

현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는 태그호이어 다이버 워치부터 조그 그레이 크로노그래프 워치, 벌케인 애니버서리 하트, 티쏘 티-터치 엑스퍼트 파일럿과 하이기어 엔듀로 컴퍼스 워치까지 다양한 시계를 선보이고 있다. 그중 오바마 시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단연 조그 그레이의 크로노그래프 워치다. 이는 2007년 그의 생일에 경호팀으로부터 받은 선물로 블랙 다이얼 위에 미국 비밀경호국의 로고가 새겨져 있다. 비밀경호국의 로고가 적힌 시계는 관련 부서 직원들만 사용할 수 있으며, 조그 그레이는 대중들을 위해 비밀경호국의 로고를 제외한 버전을 출시하기도 했다. 가격은 395달러(한화 기준 약 43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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