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맡겨놔, 너 이다음에 크면 줄게.’ 이번 추석 때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했을 법한 말입니다.

필자도 어릴 적 명절이면 시골에 가서 어른들에게 인사드릴 때마다 조금씩 용돈을 받고는 했었습니다. 그 돈들은 항상 어머니, 아버지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돈의 크기와 셈을 할 수 있게 된 이후부터는, 명절 동안 받은 돈이 전부 얼마인지에 대해 기억했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달라고 떼를 쓰기도 했습니다. 그때 부모님은 집에 가면 준다고 하셨고, 집에 가서 달라고 하면 짐 정리할 것 많으니 나중에 준다고 미루셨습니다. 그러다 필자가 며칠 뒤 달라고 하면 그 돈으로 네 밥도 차려주고, 학교도 보내주는 거라고 하셨습니다.

아마 부모님은 그 돈들을 어려운 시절 살림에 보탰을 것입니다.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객 상담을 하던 도중 필자의 어린 시절처럼 집이 어렵지 않은데도 자녀의 돈을 가져가고 주지 않는 사람이 있어서 “어째서 아이가 받은 돈을 돌려주지 않으시나요?”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아이가 돈 관리를 잘 못하고, 아이가 쓰기에는 너무 많은 돈이기 때문에 일단은 보관해주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냥 잊어버린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아이가 너무 어리지 않은, 학교생활을 시작한 이후부터는 경제에 대한 올바른 교육을 받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올바른 경제교육을 하려면 먼저 부모들의 경제개념도 올바로 정립되어 있어야겠죠. 무모한 투자, 절제 없는 쇼핑, 불필요한 욕심, 과도한 빚 등으로 가정 경제가 많이 흐트러져 있을 때는 아이도 그것들을 알게 되고, 분명히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반대로 부모가 절약, 검소한 생활, 올바른 투자와 저축 등을 하고 있으면 그 역시 아이가 보고 배우게 될 부분인 셈이죠. 아이의 경제교육을 위해서는 경제 관련 동화책을 이용하는 것도 좋으며 용돈기입장, 저금통 등을 활용하도록 지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필자가 가정방문을 했던 한 곳에서는 아이의 용돈 지출에 대한 변동 폭이 커서 관리가 어려운 경우가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아이의 용돈을 신용카드를 주는 것으로 매우 간편(?)하게 하고 있었고, 이 때문에 아이 역시 어릴 때부터 카드결제가 습관이 되어 있어서 이를 고치기 어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카드결제의 위험성은 앞선 칼럼에서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자면 카드는 결코 여러분의 돈이 아닙니다. 내 신용으로 카드회사의 돈을 빌려 쓰고 있다가 다음 결제일에 갚아야 하는 ‘빌린 돈’인 것이죠. 그런데 아이의 용돈이 굳이 카드로 써야 될 만큼 목돈일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의 용돈을 매월 줄 수 없어 한 달 먼저 카드회사의 돈을 빌려야 된다고 한다면 차라리 용돈을 주지 않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릅니다.

‘엄카, 아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 나오는 신조어로 ‘엄마카드, 아빠카드’라는 뜻입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 명의의 카드를 쓰는 것이 익숙한 청소년들이 지어낸 말인데요. 가끔 몇몇 청소년들은 뭔가 갖고 싶은데 돈 마련이 쉽지 않을 때 한번에 ‘엄카’로 결제했다고 말하곤 합니다. 그런 청소년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목돈을 모아가는 것이 힘들어 대출에만 의지하고 살아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작정 아껴 써’, ‘너는 왜 돈 아까운 줄 모르냐’ 등의 틀에 박힌 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소비습관에 대한 이야기도 잘 들어보고, 지출은 욕심을 먼저 쓰는 것이 아니라, 필요를 쓰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잘 해줄 수 있는 어른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