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A씨는 휴가를 활용해 일본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이미 6개월 전 저비용항공사(LCC)의 특가 프로모션을 통해 비행기 표를 ‘반값’에 구해뒀다. 다른 직원과 날짜가 겹치지 않게 하려고 여름 휴가 기간을 피했다. 하지만 A씨는 회사에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 휴가를 갈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울며 겨자먹기로 일정을 취소하려던 A씨는 항공사 측으로부터 “수수료를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 사실상 환불을 거의 받지 못하는 상황. A씨는 “출발 일정이 한참 남은 상태에서 취소를 했는데 ‘수수료 폭탄’을 맞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 프리랜서 B씨는 각 항공사별 특가 이벤트를 활용해 여행을 다녀오는 것을 즐긴다. 항공권을 평소보다 50~80% 가량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중국에 다녀왔다. B씨는 “몇몇 좌석을 특가로 내놓는 항공사의 프로모션이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취소 시 불이익을 받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미 여행 일정을 정한 만큼 개의치 않는다. 항공권을 싸게 구한 만큼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세로 자리잡은 ‘반값 항공권’

일명 ‘반값 항공권’이라 불리는 항공사의 특가 프로모션은 이미 ‘대세’가 된 지 오래다. 하늘길을 두고 경쟁하는 항공사가 많아지고 취항 노선이 다양해지면서 각 업체들은 이벤트를 경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LCC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저렴한 운임에 승객을 많이 모아 ‘박리다매’식 운영을 하는 구조 탓이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은 각각 주기적으로 ‘슬림한 진’, ‘얼리버드 특가’ 이벤트를 열고 있다. 제주항공이 최근 실시한 ‘찜’ 이벤트도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스타항공은 추석 연휴동안 국내선 전 노선을 편도 최저 1만1900원부터 제공하는 깜짝 특가 이벤트를 열었다. 에어서울은 11월 가을 여행객들을 위해 ‘반반 특가’ 행사를 열고 9월20일까지 50% 가격의 항공권을 선착순으로 판매했다. 에어부산은 저렴한 가격의 ‘늦은 바캉스 특가 항공권’을 선보였다.

▲ 에어서울이 최근 진행한 '반반 특가' 이벤트 / 출처 = 에어서울

외국항공사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베트남의 LCC 비엣젯항공은 9월 6~8일 3일간 총 15만장의 항공권을 최저 7만원에 팔았다. 싱가포르항공은 8월 한달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노선을 편도 최저 47만3400원에 판매하는 기념 특가 프로모션을 실시했다. 핀에어도 가을을 맞아 베를린, 런던, 마드리드 등 유럽 주요 35개 도시의 왕복 특가 항공권을 내놨다. 대만의 브이에어는 타이베이 편도 항공권을 최저 6만3000원에 선보이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특가 항공권 판매는 LCC와 소비자 모두 ‘윈-윈’을 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항공사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손해를 보고서라도 일부 좌석을 저렴하게 파는 것이 좋다. 안정적인 탑승률을 유지할 수 있는데다 많은 고객들에게 자사 서비스를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홈페이지·앱 가입자도 증가한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저렴한 가격에 탑승권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치열한 경쟁, 그늘이 생기다

이 과정에서 부작용도 발생했다. 이목을 끄는 데만 집중하다 내실을 챙기지 못한 경우가 발생했다. 저렴한 운임 탓에 환불·위약금 과다 등 그늘의 생기며 소비자 불만이 고조됐다.

▲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무관 / 출처 = 진에어

이벤트에서 매번 ‘허탕’을 치는 고객들 사이에서 도리어 반감이 생기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사람은 많이 몰리는데 인터넷·앱을 활용한 ‘선착순’ 특가 프로모션이 진행되다보니 매번 ‘헛고생’을 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할인폭을 줄이더라도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격을 내리다 서비스 질에 신경을 못 쓰는 경우도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 1분기까지 항공여객 관련 소비자 피해는 해마다 약 30%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에는 275건이 접수, 지난해 같은 기간(180건) 대비 52.8% 증가했다.

피해유형별로 보면 ‘항공권 구매 취소 시 위약금 과다 요구 및 환급 거부’가 227건(50.9%)으로 가장 많았다.  한쪽에서는 특가 항공권에서 비용을 최소화하는 과정에서 ‘환불 불가’ 등의 약관이 추가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LCC들이 특가 이벤트를 많이 진행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 출처 = 한국소비자원

공정위, 손을 뻗다

이런 상황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칼을 꺼내 들었다. 항공권 취소 수수료 관련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을 의식한 결과다. 우선 지난 2013년 외국계 LCC들을 상대로 ‘환불 불가 약관 조항을 시정하라’고 명령했다. 그간 ‘환불 불가’ 방침을 고수해왔던 외국 LCC들의 행위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에는 항공권 취소에 따른 수수료를 시점에 따라 차등 지급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앞선 A씨처럼 ‘출발을 한참 앞둔 와중에 환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단에서다.

사실상 ‘특가 이벤트’를 염두에 둔 논의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대부분 LCC들이 저렴한 가격에 항공권을 판매한 대신 ‘환불 불가’ 방침 혹은 정상 항공권보다 높은 수준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약관에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수수료를 항공기 출발 전 60일 이내 취소부터 부과하고 금액도 판매가의 10% 이내로 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불공정 약관을 바로잡아 소비자들의 피해·불편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항공사 입장에서도 좌석이 취소된 이후 다른 사람이 이를 구매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손해를 입지는 않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라”

다만 공정위의 대책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상당하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오히려 ‘역차별’을 일으키고 일부 승객이 누릴 수 있는 혜택조차 사라진다는 게 골자다.

일정이 확실치 않아 일반 항공권을 구매한 고객이 더 많은 수수료를 내야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수익 여건을 고려해 나왔던 ‘초특가 프로모션’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가 항공권이 줄면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항공료는 인상, 소비자들의 부담이 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무관 / 출처 = 제주항공

또 특가 항공권에 수수료 부담이 없어진다면 결제를 마친 고객이 이를 취소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해당 좌석을 다시 구매하는 승객은 높은 금액을 지불, 결론적으로 소비자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우려 때문에 해외 항공사의 경우에도 대부분 운임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의 경우 2013년 에어아시아 운항노선 중 유일하게 환불 의무화를 적용했는데, 이후 일본 등과 비교해 한국 출발 노선의 운임이 더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는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 서비스(좌석)는 일정, 구매 시기, 서비스 등에 따라 다른 특성을 지니는 만큼 운임의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저렴한 가격에 좌석을 확보한 대신 취소 수수료 등에 대한 부담을 소비자가 안아줘야 항공사도 상품 운영이 가능하다”며 “무작정 환불을 요구하는 일부 ‘불량 소비자’ 때문에 선량한 승객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야 하는데, 공정위의 대책은 실효성이 부족해 보인다”고 일침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것 아니면 저것’을 추구하는 상황은 지양해야 한다. 스스로 책임지는 문화도 만들고 선택의 폭을 남겨두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며 “획일적인 정책을 만들면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 것이 자명하다. 시간이 지나면 그 불편은 고스란히 승객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문길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선진 항공사에서는 환불 불가의 초저가 상품부터 정상가격의 상품까지 다양한 경우의 수를 제시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있다”며 “환불 비율이 높아질수록 판매되는 항공권 가격은 인상될 수 밖에 없다. 항공사의 수익은 늘어날 수 있으나 소비자의 편익은 크게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일부 소비자의 불만을 고려해 낮은 품질의 초저가 항공권의 판매를 금지시키는 것은 항공사의 이익을 대변할 수는 있어도 대다수 항공소비자의 편익은 크게 침해되게 된다”며 “항공권 품질의 결정은 시장 경쟁력을 고려한 항공사의 몫이다. 정부는 불완전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소비자에 대한 고지방법 및 의무 등에 대한 감시와 지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