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들어 선풍적인 유행을 선도했던 ㅊ 브랜드의 ‘철릭 원
피스’와 ‘허리치마’는 같은 해 말, 2015년에 이어 2016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생활한복 판매점을 양산시켰다. 철릭은 조선시대 왕과 문무관이 입었던 겉옷이며 남성들의 의복이었다.

허리 아래로 잔주름을 잡은 모습이 특징적이다. 이것의 형태적 특성에 넓은 소매, 동정 등의 한복적인 특징들을 간소화하여 여성용 원피스가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이 업체에서는 철릭 원피스 위에 허리치마를 두르는 방식의 스타일을 제안했는데, 이것은 이제까지 한복계에서 보아왔던 한복의 테두리에서 크게 벗어나는 형태였기에 많은 이들의 관심을 샀다.

전통한복의 아름다움에 동의하는 사람들조차 ‘입기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그동안 멀리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한복의 모티브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상당히 현대적인 디자인의 철릭 원피스는 한복인지 아닌지에 대한 적당한 혼란을 야기했으며, 이는 역설적으로 한복산업계의 또 다른 블루칩이 되었다.

물론 철릭을 모티브로 한 한복 의상 개발이나 연구 내용이 종전에 없던 것은 아니다. 원피스와 허리치마 매치 상품이 눈길을 끌었던 이유는 이전에 나타나지 않았던 한복 개체를 새롭게 접목한 방법 때문이었다. 그리고 특유의 모던한 스타일링으로 더욱 많이 알려졌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특별한 디자인의 한복을 구입하기를 원했고 유행을 탔으며, 많은 업체에서 비슷한 형태의 제품을 생산했다.

각 쇼핑몰 업체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한복이라는 콘텐츠에서 대부분의 상품이 생활한복 혹은 한복 범주에 들어간다. 그러나 2013년도 이후 만들어진 ‘생활한복’을 표방하는 업체에서 판매하는 한복 상품들의 대부분에서 그리 차별성을 느낄 수 없어 보인다. N 사의 쇼핑항목 중 한복을 키워드로 검색되는 19만4783건 중, 생활한복과 허리치마로 검색되는 수는 9만6060건에 이른다. 브랜드명을 가리고 사진만 보면 어느 업체의 상품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대부분의 업체에서 허리치마를 판매하고 있지만 색깔이나 길이, 원단 등이 조금씩 다를 뿐 형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부분에서 국내 패션업계의 고질적인 카피나 디자인 권리 침해 문제를 운운하기에는 매우 조심스럽다. 이유는 디자인 권리에 대한 법령 실정상, 유사 범위와 비율, 색상들에 따라 판단하는데, 문제는 이 판단의 기준이 꽤 모호한 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업계에서는 완성한 제품 각각을 모두 디자인 출원을 하기란 쉽지 않고, 비용이나 시간적인 면에서도 그리 효율적이지 않다고 여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부 소수의 한복 디자인 숍에서 독창적인 한복 모티브의 의상을 소량 생산해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곳들은 매우 영세하여 자금력이나 생산성에서 부족함이 많기 때문에 홍보나 마케팅 차원에서도 힘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 한복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저렴한 한복을 찾는 이들이 많은 시장에서, 새로운 디자인의 개발이란 업체 입장에서는 양날의 칼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업자들은 잘 팔리는 디자인을 비슷하게 만들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쪽을 선택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어디서 본 적 있는, 이미 많이 보아왔던,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입고 있는 디자인이 계속 팔릴 것인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처음 시작은 독특하고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서 높은 판매고를 올렸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처음에 느꼈던 신선함은 평범함으로 바뀌고 곧 식상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