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노트7 발화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있는 삼성전자가 분위기 쇄신에 성공할 수 있을까? 갤럭시노트7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식 리콜 결정과 더불어 인도로 간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 이에 따른 기민한 방법론이 연속적으로 펼쳐지며 삼성전자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CSPC 리콜...'나쁘지 않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가 15일(현지시각) 갤럭시노트7 공식 리콜 명령을 내렸다. 이미 예정되었던 리콜 명령이지만 그 여파는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CPSC는 성명을 통해 갤럭시노트7에 치명적인 화재와 화상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미국 내 화재피해만 55건에 달한다는 소식이다. 리콜 대상만 100만대에 달하며 교환 및 100% 환불이 이뤄질 전망이다. 기존의 자발적 교환프로그램이 아닌 정식 리콜절차를 밟게 됐으며, 휴대폰 리콜 규모로는 역사상 최대다.

하지만 CSPC의 전격적인 리콜 결정이 삼성전자 입장에서 꼭 악재로만 여겨질 필요는 없다. CSPC가 갤럭시노트7 공식 리콜을 결정하는 한편 중국 ATL 배터리가 탑재된 갤럭시노트7의 사용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공식 리콜 결정은 뼈 아픈 대목이나 빠른 리콜 결정에 이은 ATL 안전승인은 '사태수습'에 큰 도움을 줄 전망이다. 리콜에 따른 신뢰도 하락은 피할 수 없으나 문제의 소지가 되는 갤럭시노트7을 신속하게 수거하는 한편 ATL 갤럭시노트7의 안전도는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길'은 열렸기 때문이다.

만약 공식 리콜 결정이 늦어지며 ATL 안전도가 승인되지 않았다면 삼성전자는 전진하지도, 후진하지도 못한체 사태의 악화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만 받아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삼성전자는 공식 리콜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 갤럭시노트7을 빠르게 수거, 악몽을 지우는 일에 주력할 전망이다. 이후 ATL 배터리를 탑재한 갤럭시노트7의 안전도를 강조하며 미국 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 항공당국이 갤럭시노트7의 기내 사용과 화물 수송을 전격적으로 금지하는 한편 1일 정식으로 출시되기전 풀린 1858대의 갤럭시노트7 회수 조치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치들은 갤럭시노트7을 둘러싼 논란을 공식적 피해로 규정해 브랜드 가치에 심각한 타격을 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에서 갤럭시노트7이 일부 수거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이 역시 ATL 배터리가 장착된 갤럭시노트7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정식 출시일 전 ATL의 갤럭시노트7을 탑재하지 않은 갤럭시노트7이 수거되고 있으며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삼성전자는 빠르고 확실한 리콜, 그에 따른 ATL 안전성 확보로 일정정도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 출처=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인도로
갤럭시노트7 논란이 한창인 상태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12일 열린 이사회에서 사내 등기이사직을 수락했다. 10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로 선임되면 당일부터 등기이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등기이사로 선임된다는 것은 곧 책임경영을 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등기이사, 이사회 의장에 이름을 올린 최태원 SK회장과 LG전자 이사회 의장, LG화학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린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의 행보가 나름 의미있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에 대해 “급변하는 IT산업환경 속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 등 장기적 안목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 의사결정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 지고 있다”며 “이재용 부회장이 이사회 일원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맡을 시기가 되었다고 판단해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추천을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갤럭시노트7 논란에 휘말린 삼성전자의 진짜 구원투수로 이재용 부회장이 급부상한 배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15일(현지시각) 인도를 방문,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만났다. 이 부회장은 모디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삼성은 인도의 'Make in India', 'Digital India' 정책에 적극 부응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인도정부와의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인도를 전략거점으로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출처=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인도행은 지금까지 보여준 대외행보에서 알 수 있듯이 '과감하고 공격적인 글로벌 경영'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재용 부회장은 2012년 리커창 중국 부총리, 2014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중국 시진핑 주석, 응웬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2016년 리커창 중국 총리를 만나며 일관되게 '공격적인 투자 및 현지기업의 행보'를 보여왔다. 이번 인도행도 등기이사 선임 사실이 알려진 후 전격적인 외부행보를 통해 '삼성전자의 존재감'을 알리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이 모디 총리와 만나 삼성과 인도의 '인연'을 강조한 지점도 비슷한 연장선상이다. 삼성은 1995년 인도에 처음 진출한 이래 지난 20년 간 판매와 생산, 연구개발, 디자인 등에 꾸준히 현지 투자를 진행해 왔으며 현재 삼성은 인도에서 삼성전자 서남아총괄과 판매법인, TV와 생활가전,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생산법인(첸나이,노이다), R&D 센터와 디자인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애벌 빨래 세탁기'는 당초 인도 내수시장을 위해 인도에서 개발된 전용모델이었으나, 현재는 전 세계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인연을 부각시키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더불어 삼성전자 이외에도 델리의 고층 건물로 손꼽히는 '월리타워'와 델리 지하철 일부 구간을 삼성물산이 건설했으며, 최근에는 삼성중공업이 인도의 조선소와 협업을 통해 LNG 운반선 건조를 계획하기도 했다.

사회공헌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인도 청소년 대상 교육분야를 지속적으로 지원해오고 있으며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공부하는 '나보다야 스쿨'에 2013년부터 '삼성 Smart Class' 프로그램을 도입, 지금까지 20만 명의 학생들이 E-Learning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삼성 Technical School'을 통해 지금까지 1850명 이상의 고교 졸업생들에게 전자회로 수리 등을 교육시키고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 출처=삼성전자

분위기 쇄신 가능할까?
삼성전자는 2일 기자회견을 통해 갤럭시노트7 전격 리콜을 발표한 후 국내 주요 언론사에 사과광고를 실어 사태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용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조 원대의 피해를 감수하며 나름 공격적인 대처를 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도 대외행보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론을 전개시키는 분위기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않다. 최강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라는 자신감으로 넘치던 갤럭시노트7이 치명적인 리스크를 보여준 그 순간부터 '최악의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당연히 리콜을 해야하는 스마트폰이며, 이러한 주장은 삼성전자의 전격적인 사태해결 노력을 두고 '칭찬'이 아닌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삼성전자가 감내해야하는 부분이다.

미국의 보호 무역주의도 넘어야 할 산이다. 대선을 앞둔 미국의 견제는 더욱 심해지는 상황이다. 노골적인 보호 무역주의를 주장하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행보만 봐도 알 수 있다. 클린턴은 부자증세, 트럼프는 부자감세를 외치며 두 후보는 모든 현안에 있어 전방위적으로 충돌하고 있으나 보호 무역주의에서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반대에 두 후보 모두 지지를 보내는 장면이 극적이다. 두 후보 모두 자국 중심의 경제구조에 방점을 찍고있기 때문이다. 한국과의 무역에 있어서도 트럼프 후보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두고 "깨진 협정"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으며 아예 공화당은 자유무역협정이 적절하게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지 못하는 경우 거부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정강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힐러리 후보도 마찬가지다. 보호 무역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트럼프 후보와 달리 이미 발효된 협정은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세워 온도차이가 있지만, 미국의 일자리와 임금 인상에 도움이 될 경우에만 새로운 무역협정을 승인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어 그 정체성을 뚜렷히 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7은 더욱 실제적인 위기다. 애플은 14일(현지시각) 아이폰7 플러스 초도물량이 모두 매진됐다고 발표했다. 1차 물량으로 준비된 아이폰7 플러스가 모두 소진됐다는 뜻이다. 상당한 초반기세다. 참고로 아이폰7는 제트블랙만 매진됐으며 다른 색상은 일단 확보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아이폰7 사전예약이 지난 모델보다 4배 가량 늘었다는 말도 나온다.

갤럭시노트7이 리콜이 끝나고 정식 판매재개에 돌입한다고 해도 이미 기세가 오른 아이폰7과의 경쟁은 분명 어려운 일이 될 전망이다.

▲ 출처=애플

하지만 방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타이레놀과 도요타, 소니의 논란을 반면교사로 삼아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악의적인 테러로 몸살을 앓았지만 사태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한 타이레놀의 긍정적인 대응방식과 급제동 논란에 휘말린 상태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던 도요타의 몰락, 초반 기술적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글로벌 리튬 이온 배터리 최강자의 자리에서 밀려난 소니의 사례에서 배울점을 발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모두 삼성전자의 행보에 달렸다.

다만 현재까지 삼성전자의 대응은 그 자체로 매우 고무적이라는 주장이다. 빠르고 기민한 대처와 이에 따른 실질적인 방법론은 타이레놀 사태의 긍정적 요인과 도요타, 소니의 부정적 요인을 버린 분위기다. 이대로만 가면 갤럭시 브랜드 가치를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