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네이버 라인 상장 당시 이해진 의장은 춘천 데이터 센터 각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다양한 담론이 오갔지만 O2O에 대한 질의응답이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한 기자가 "O2O에 대한 네이버의 방향성은 무엇인가요?"라고 질문하자 이 의장은 "우리가 O2O에 집중한 적이 있나요? 없는데요"라고 답했습니다.

참고로 고백하자면 해당 기자는 네이버의 O2O 방향성이 진짜 궁금했던것이 아니라 일본에서의 라인택시, 그리고 배달의민족과 함께한 O2O 서비스가 힘을 받지 못했던 점을 조명해 이 의장이 어떤 대답을 할지 궁금했다고 합니다.

돌이켜보면 비상하는 라인의 성과를 공유하는 명예로운(?) 자리에서 모두가 네이버를 칭송하고 있지만, 그 중심에서 네이버의 소소한 치부를 한 번 들춰보고 싶었던 짖궂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네, 그 기자는 접니다.(뒤틀려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맥락없는 질문이 짜임새 있게 꾸며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일종의 틈을 만들어 진심을 끌어내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해진 의장을 자주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생태계의 네이버, 충돌의 카카오
네이버가 정의로운 기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며, 사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생존을 위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은 말 그대로 기업이지, 공익법인이 아닙니다. 지탄받을 일이 아니며 그냥 당연한겁니다.

네이버의 프로젝트 꽃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소상공인을 위한 스몰 비즈니스를 플랫폼적 관점에서 지원하는 프로젝트 꽃은 일견 '공익을 위해 노력하는 네이버'의 패러다임을 세웁니다. 실제로 지난 4월 스몰비즈니스와 콘텐츠 창작자를 위한 미디어 라운드 테이블 기사회견에서 김상헌 대표는 프로젝트 꽃을 설명하며 신문을 보니 우울한 한국경제 전망으로 가득했다고 전하는 한편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가 스몰비즈니스에 집중해 우리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습니다.

▲ 출처=네이버

나아가 개인 및 작은 것, 다양성을 바탕으로 스몰비즈니스 성장을 위한 플랫폼 사업자로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김 대표는 “네이버에게는 이런 역할을 할 책임이 있다”고 부연하기도 했습니다.

일단 프로젝트 꽃을 보겠습니다.현재 네이버에서는 160여만명의 지역 사업자와 8만5000곳의 네이버페이 가맹점주, 5000여명의 쇼핑윈도 사업자, 400여명의 프로 웹툰 작가, 1만여명의 일러스트레이터와 3300여명의 예비 뮤지션이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엄청나요. 매일 2600만여명 이상의 이용자가 네이버를 방문해 3억회 이상 검색을 하고, 1800만번 이상 동영상을 시청하며 이들의 콘텐츠나 상품을 소비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네이버는 이들을 효과적으로 지원합니다. 먼저 창업. 네이버 서비스 총책임자인 한성숙 서비스 총괄 부사장은 네이버의 쉬운 창업 지원의 핵심을 교육, TOOL 제공, 노출 기회 확대라는 3가지가 핵심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에는 연매출 1억원 이상 올리는 사업자가 1500명, 5000만원 이상은 2000명, 1000만원 이상은 4000명 규모로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창작자에 대한 지원 방향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례로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확인한 그라폴리오를 ‘Grand Portfolio’로 확대하는 장면이 눈길을 끕니다. 일러스트레이션 외에도 전문 포토그래퍼, 디자인, 회화, BGM 작곡가 등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가 그라폴리오에서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방식이에요. 일러스트레이터, 뮤지션, 플로리스트, 문화기획자, 대안공간이 함께 참여하는 새로운 컬래버레이션인 크리에이터데이(Creator Day)와 더불어 동네 골목골목의 스몰비즈니스를 응원하는 ‘백반위크’와 푸드윈도의 우수생산자의 철학을 소개하고 해당 재료를 활용한 셰프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네이버 푸드윈도에서 만난 12인’도 새롭습니다.

하지만 내면을 보면 이는 네이버에게 가장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두 자기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일단 골목상권 논란을 피할 수 있어요. 소상공인을 네이버의 플랫폼에 '태워준다는 것'은 곧 상생을 의미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거대 ICT 공룡의 네이버 이미지를 일정정도 벗어버릴 수 있습니다.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뭐가 보일까요? 바로 생태계 구성입니다. 하나의 조직이 자체적으로 지속적인 혁신을 보여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고인물은 썪어버리기 마련입니다. 외부로부터 꾸준히 신선한 충격을 받아야 합니다. 이 지점에서 네이버의 생태계 전략이 빛나는 법입니다.

이러한 전략이 더욱 만개한 대목이 바로 스타트업과의 협력입니다. 네이버는 9일 야놀자, 여기어때, 예스오예스, 헤어클릭, 헤이뷰티 등에 이어 최근 망고플레이트, 모두의 주차장, 식신, 코자자, 포잉 등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고 블루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카셰어링 업체 그린카와 함께 커넥티트 카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각 스타트업들은  네이버 모바일 검색의 플레이스 영역과 PC의 지도 서비스, 비즈니스 솔루션을 활용해 자사의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합니다. 네이버는 각 영역에서 전문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들과 든든한 파트너십을 구축함으로써 사용자에게 더욱 풍부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방침이고요.

물론 플리토 논란 및 맞춤법 검사기 이슈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네이버도 '갑'질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통해 대단위 플랫폼 전략을 구성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 출처=네이버

반면 카카오는 다소 묘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모바일 메신저를 바탕으로 O2O 시장에 진출하는 상황에서 스타트업 업계와 날을 세우고 있어요. 물론 100% 날을 세운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 힘을 더하는 장면도 엿보이기 때문입니다.

카카오는 중소기업청과 ‘중소·소상공인 유통분야 상생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카카오의 강력한 모바일 및 온라인 플랫폼을 개방해 중소·소상공인에게 신규 판로를 제공하는 한편 이들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상호 협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는 설명입니다.

중기청이 엄선한 중소·소상공인 제품을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에 입점 우대하는 방식과 각종 경진대회에서 입상한 중소·소상공인 제품에 대해 카카오 유통 플랫폼 입점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플랫폼 강점을 충분히 살리겠다는 뜻이에요. 나아가 O2O 등 비즈니스 전반에서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소상공인사관학교의 운영을 지원하고, 전통 시장의 고객 유치에 위치기반 기술을 지원합니다. 아, 스타트업 캠퍼스 초대 의장도 김범수 의장이라는 것도 잊어서는 곤란합니다.

그러나 큰 줄기만 보면 카카오는 스타트업 업계에 있어 포식자에 가깝습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O2O에 기반을 둔 상태에서 카카오톡이라는 엄청난 메신저를 보유한 카카오가 핵심 플랫폼으로 각자의 생활영역을 포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이미 국소지역의 사업을 전개하던 소규모 스타트업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카카오의 진출을 반기는 스타트업도 있습니다. 대단합니다. 그런데 여기는 묘한 시사점이 있습니다. 보겠습니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O2O 전략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생태계의 대형 객체, 즉 거대 조직을 끌어들여 플랫폼 사업을 자임하는 구조"라며 "카카오가 O2O 공략을 시작해도 니치마켓을 중심으로 '숨어있는 니즈'를 창출하는 스타트업들은 상대적으로 카카오의 진출을 반기는 분위기"라고 귀뜸하기도 합니다.

결국 대단위 플랫폼 전략을 구사하는 카카오의 특정 영역 진출에 있어 '니치마켓'을 노리거나 '특별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은 상대적으로 카카오의 진출을 반긴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O2O 스타트업은 이러한 정교한 방법론을 가지지 못했어요. 그런 이유로 모든 영역이 O2O를 내세운 카카오의 진격에 노출될 경우 태생부터 '사용자 경험'을 확보하지는 못했으나 차차 이를 확보할 여지가 있는 대다수의 스타트업은 무너질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게다가 앞으로 '니치마켓'이나 '특별한 사용자 경험'을 가진 스타트업이 100% 자신들의 영역을 지킬 수 있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교통 영역의 경우 카카오는 택시를 시작으로 고급택시, 대리운전 등 카테고리의 세분화를 바탕으로 솔루션 고도화를 꾀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방향성이 해당 영역의 파생 서비스를 발굴하는 방식으로 가닥이 잡히면 막강한 플랫폼과 자금력을 가진, 심지어 대중적 인지도까지 높은 카카오의 공세에 무너질 가능성이 높아요. 일부 스타트업의 패기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일각에서 이를 '만용'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베끼기 논란도 이슈입니다. 카카오가 O2O에 전방위적 시동을 걸며 이미 터를 잡고있던 중소규모의 스타트업과 미팅을 열고, 그 아이디어를 배낀다는 의혹도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카카오는 교통 및 홈클리닝, 심지어 택배시장까지 노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 영역이 많아질수록 스타트업과의 충돌은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비판과 미래의 간극에서
네이버나 카카오는 국내를 대표하는 강력한 ICT 강자입니다. 이 지점에서 누구도 정의롭지도, 악하지도 않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이러한 전제를 깔아야 합니다.

하지만 최근 전략에 있어 공리주의적 관점으로 접근하자면 네이버가 더욱 상생에 가까운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기는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그러나 카카오가 나쁘다는 것도 아닙니다. 카카오의 사업적 방향성이 O2O이기 때문에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일정정도 파열음은 있기 마련이니까요.

문제는 다른 방법을 찾는 노력입니다. 특히 카카오가 아이디어 베끼기에 나선다는 의혹은 적극적으로 해소되어야 합니다. 카카오가 상황을 봐주면서 O2O에 집중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카카오가 공익법인이라는 전제가 붙어야 합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규모의 경제를 횡포로 둔갑시키는 것은 지양되어야 합니다. 나아가 스타트업 말살로 그 정책적 가답이 잡힌다면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네이버는 상생의 플랫폼으로 실익을 챙기고, 카카오는 O2O를 기점으로 스타트업과 일부 협업하지만 대부분 충돌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포털을 중심으로 삼은 네이버의 정체성과 모바일 메신저를 기반으로 삼은 카카오의 숙명입니다.

특히 카카오의 경우 중국의 위챗처럼 생활전반을 모두 장악해야 합니다. 대형 사업자가 없는 영역에서 생태계의 대의명분을 살리고 빠르게 시장에 안착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처럼 상생의 틀을 쓰고 집단의 힘을 연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론으로 보입니다. 당연하지만 이 과정에서 과도한 지적과 비판도 좀 걷어내야 합니다. 우리는 너무 필요이상으로 분노하고 흥분하고 있어요. 카카오는 대한민국 ICT 인프라 중, 가장 필요한 경쟁력입니다.

결국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프랜차이즈처럼 카카오의 전략을 법적으로 구속할 이유도, 방법도 없지만 분명히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규제'가 아닌, 말 그대로 새로운 방법론이에요. 카카오가 기존 스타트업이 진출하지 못한 영역을 먼저 장악하거나, 혹은 기존 스타트업이 존재할 경우 다양성을 바탕으로 협업 시너지를 창출하면 그에 상응하는 제도적 혜택을 보장하는 것도 다소 이상적이지만 나름 의미있는 해결책으로 여겨집니다.

제도적 관점을 넘어 카카오가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의미있게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는 카카오에 강제할 것이 아니라 온전히 스타트업의 몫입니다. 니치마켓을 발굴해 사용자 경험의 노하우를 고도화시킨다면, 그리고 이러한 시도가 카카오의 구미를 당기게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에요. 물론 독자적인 서비스를 유지하는 방식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 상황에서는 불가능에 가깝고, 하려면 카카오가 넘볼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존재감을 확보해야 합니다. 모두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입니다.

▲ 출처=네이버

만약 지난 7월 간담회가 김범수 의장 기자회견이었다면, "O2O에 대한 카카오의 방향성은 무엇인가요?"이라는 질문은 매우 진부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 대답도 진부하면 어떨까요? "생태계 연결에서 찾겠습니다" 물론 O2O는 포털 생태계 중심의 플랫폼 전략과는 다르게 흘러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공통분모인 생태계를 전제한다면 카카오톡의 메신저 역량도 더욱 강해지지 않을까요? 한가지 더. 당연한 말이지만 스타트업도 더 노력해야 합니다. 야속한 말일수 있으나 베끼기 한 방으로 휘청이지 말아야 합니다.

[IT여담은 취재과정에서 알게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번은 곰곰히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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