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는 팬티와 관련된 재미있는 장면이 나온다. 브리짓(르네 젤위거 분)은 좋아하는 남자 다니엘(휴 그랜트 분)과의 데이트를 앞두고 거울 앞에서 계속 고민한다. 배와 엉덩이까지 충분히 감싸주는 ‘맥시’ 팬티를 입을까? 아니면 역시 섹시함의 대명사인 ‘T팬티’를 입을까? 고민 끝에 그녀는 군살이 덜 드러나는 맥시 팬티를 선택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순간, 그녀의 팬티를 본 다니엘은 크기와 모양에 깜짝 놀라며 뒤로 자빠질 듯이 웃는다. 그 모습을 본 브리짓은 창피해서 어쩔 줄 모르지만 그녀에게는 맥시 팬티가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브리짓이 두 장의 팬티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처럼, 우리도 매일 갈아입는 팬티 앞에서 고민하는 순간이 생긴다. 팬티의 종류가 그만큼 다양하기 때문이다. 종류도 다양하고 그 종류마다 가진 특별한 기능들도 있다.

여성 팬티의 종류는 허리에서 허벅지로 이어지는 부분의 옆선 길이에 따라 나뉜다. 옆선의 너비가 가장 좁은 것이 ‘탕가’ 팬티다. 옆선 부분이 얇은 끈으로 연결되어 있어 T자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 흔히들 ‘T팬티’라고 부르곤 한다. 탕가 팬티는 엉덩이 부분에 팬티 라인이 드러날 염려가 없어 타이트한 옷을 입을 때 가장 유용하다.

그 다음 단계는 ‘비키니’ 팬티다. 옆선 길이가 3.5㎝ 이내로 스타일로, 허벅지 부분이 안으로 깊게 파여 있어 다리가 한층 길어 보이는 착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옆선 길이가 3.5~7㎝ 사이가 되면 ‘미니’ 팬티에 해당한다. 하의 밖으로 팬티의 허리선이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비교적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아가씨 팬티의 대표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들이 가장 많이 입는 팬티의 형태이기도 하다.

옆선 길이가 여기서 더 길어지면 부인용 팬티, 일명 ‘아줌마’ 팬티의 영역에 속하게 된다. 옆선 길이가 7~10㎝ 정도면 ‘미디’ 팬티라고 부른다. 옆선의 길이가 이처럼 길어지면 골반과 허벅지 부분에 압박감을 덜 주어 한층 편안하다. 보통 중년의 연령대가 되면 피해가기 힘든 나잇살 등등 때문에 속옷의 압박감에 민감해지기 때문에 옆선 길이가 긴 팬티를 많이 찾게 된다. 그래서 ‘아줌마’ 팬티라는 조금은 억울한(?) 별칭이 생기게 되었을 것이다.

미디 팬티보다 옆선 길이가 긴 것은 바로 브리짓이 입어 창피를 당하게 된 ‘맥시’ 팬티다. 옆선의 길이가 10~15㎝에 달해 복부까지 넉넉하게 감싸준다. 복부의 군살을 감싸 살짝 가려줄 수도 있고, 약간의 보온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크게는 이렇게 다섯 가지 정도로 구분할 수 있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남성 속옷에서 영향을 받은 팬티도 있다. 여성용 사각팬티라고도 불리는 ‘쇼츠’는 형태가 아주 짧은 반바지에 가깝다. 엉덩이와 골반 라인을 충분히 덮을 정도로 옆선 길이가 길다. 엉덩이를 모두 감싸 다소 큰 움직임에도 팬티가 끼이거나 하는 불편한 현상 없이 입을 수 있다.

아예 몸에 밀착되지 않는 스타일의 트렁크 팬티도 나와 있다. 팬티가 거들처럼 압박감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헐렁한 트렁크 팬티는 더욱 자유로운 느낌을 준다. 남성 트렁크 팬티와는 달리 여성용은 허리나 허벅지 부분에 귀여운 레이스가 장식되기도 하고 부드러운 파스텔톤 컬러에 아기자기한 프린트까지 여성들의 취향에 딱 맞는 스타일이 대부분이다. 또한 여성 트렁크 팬티는 보통 남성용과 커플로 구성되곤 한다. 남성용은 속옷으로, 여성용은 실내에서 반바지처럼 입을 수 있어 실용성이 높은 아이템이다.

이처럼 다양한 팬티 가운데서 어떤 것을 선택하더라도 꼭 주의할 점이 있다. 다른 속옷과 달리, 팬티는 위생적인 부분이 중요하기 때문에 밑 부분은 흡수력이 좋고 순한 면으로 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한 너무 작은 사이즈의 팬티를 입으면 팬티와 다리가 만나는 임파선 부분이 눌려 불편한 것은 물론, 다리가 붓는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도 있다. 자신에게 제대로 맞는 사이즈의 팬티를 입어야 가장 예쁜 실루엣이 생기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