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 넘게 한 직장에서 고객들과 소통하며 일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지점장이 돼 있었다. 게다가 첫 여성 지점장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박미숙 하이투자증권 압구정 지점장이 그 주인공이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박 지점장은 창구에서부터 일을 시작했다. “어떻게 이런 좋은 직장이 있을까 싶었다”는 그녀는 그 자리에서 “고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정말 좋았다”고 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PB(Private Banker)는 금녀의 구역이었고 같은 사원이더라도 남녀 직급이 다르게 대우받는 때였다. 박 지점장은 “금융업이 성장하고 증권 시장이 커지면서 이런 기회가 온 것 같다”고 했다. 또 이렇게 오랜 시간 자산 관리 시장에 열정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가족 같은 고객’을 만났기 때문이다.

“자산관리 시장은 여성이 일하기에 정말 좋은 곳이에요. 일하면서 승진에 연연했던 적은 없어요. 열심히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죠. 일 자체를 즐겼던 것 같아요. 가정과 일을 함께 해낸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두려워할 필요도 없었어요.” 박 지점장도 한때는 일을 그만두고 가정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남편이 그러더라고요. 당신이 일을 그만두면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되지 못할 거라고요(웃음). 무엇보다 정말 가족 같은 고객들이 생겨나면서 일이 즐겁기도 했어요.”

박 지점장은 ‘고객과의 관계’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자산관리를 할 때 그 전략도 정말 중요하지만 그보다 우선되는 것은 고객의 목표예요.” 20년이 지나 지점장이라는 자리에 오르기까지 고객과 관계를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었느냐 하는 능력이 중요했다는 설명이다. “평생 모은 돈을 맡기러 오는 고객들이 많아요. 그 고객이 이 자금을 운용하려는 이유를 알고 목표를 이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이 목표를 달성하고 끝까지 지켜내야 하는 거죠.” 고객은 단순히 몇 % 수익을 올려달라고 말하지 않는다. ‘몇 년 뒤 손주에게 이 자산을 물려주고 싶다’와 같은 목표가 있다. “물론 자산관리에 기본적인 원칙은 있어요. 환금성, 안정성, 수익성이에요. 고객이 원하는 목표에 따라 이 세 가지 원칙 중 중요한 것에 무게를 두고 자산 관리를 해야겠죠.”

저금리 시대 자산 관리를 위해서는 전략과 함께 상품을 고르는 안목도 필요하다. 경기가 어려울 때 변동성을 만나면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느냐가 더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절세’ 전략을 세웠다면 비과세 상품이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의 상품을 꼼꼼히 살펴보고 자신의 투자 목표에 맞는 상품을 고르는 것이다. “ISA를 찾는 일반 투자자들은 직장인 자녀에게 증여용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부모님이 많아요. 현장에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사실 재테크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적극 나서는 개인 투자자들은 가계를 직접 관리하는 주부들도 많은데 ISA와 같은 상품은 가입 대상이 한정돼 있어서 대중적으로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거예요. 물론 가입 대상에 해당되고 절세 전략을 세운 투자자에게는 적합한 상품이에요. 내가 세운 투자 목적에 ISA의 혜택이 더 크다면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좋고요. 직장인의 경우는 적립식 상품을 잘 활용해야 하겠죠.” 박 지점장은 이런 전략을 세울 때 PB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지점장에게 개인 투자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상품을 묻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시장부터 살펴보기를 조언했다. “고객들은 일반적으로 주식 하면 ‘차익’만 고려하는데 앞으로 선진국과 같은 형태로 산업이 성숙한다면 배당주는 충분히 매력적이에요. 우리가 자주 쓰는 것에 관련된 배당주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아요. 이를테면 통신주라든지 가스와 같은 유틸리티도 좋고요. 매일 쓰는 샴푸와 같은 상품에 관련된 기업 중 배당을 하는 곳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죠. 지금 자산들이 부동산에 많이 몰려있는데 사실 부동산은 인플레이션이 움직이는 정도로만 움직이거든요. 어떤 혁신이라는 건 지식에서 나오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투자 매력이 좀 더 높다고 봐요.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은 상품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고요. 펀드는 시작이 어렵다면 인덱스 적립식 펀드로 시작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한편 고객과 가장 가까이서 호흡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최근 로보어드바이저와 같이 인공지능(AI) 금융 상품들이 나오면서 언젠가 AI가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 지점장은 이 또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겠지만 아직까지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더 크다고 봤다. “로보어드바이저는 확실히 위협적이긴 해요. 그래도 PB들과 좋은 경쟁자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그 전에 로보어드바이저라는 시스템의 성과를 검증하는 것이 우선돼야 하고요. 사람이 볼 수 없는 것을 로보어드바이저가 읽어주고 반대로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이 읽을 수 없는 부분을 사람이 볼 수 있기 때문에 상호작용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로보어드바이저는 앞으로 한 분야에 특화된 상품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PB가 투자자와의 상담을 통해 자산 운용 목표나 투자자 성향에 맞는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골라줄 수도 있겠죠. 고객과의 관계는 단순히 ‘수익률이 얼마’라는 것으로 맺어지는 것은 아니에요. 로보어드바이저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트렌디한 투자 운용 방법을 제시할 수는 있어요. 그래도 투자자에게 설득력 있는 투자 방향을 제시하고 투자 운용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은 아직까지는 사람이 더 잘 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지점장이라는 자리가 마냥 좋기보다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는 박미숙 지점장은 앞으로도 고객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