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국내 1위 포털 사업자이자 ICT 업계의 큰형이다. 상징적인 존재이자 바로미터로 여겨지며 그 자체로 거대한 미래 권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당연하지만 논란에 휘말리는 경우도 많다. 물론 그 논란은 전통적인 대기업의 사내정치, 후계자 전쟁, 정경유착과는 180도 다르지만 거대 기업의 존재감은 골목상권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이는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보아야 할까? 한 번 덧대어진 이미지는 쉽게 벗어날 수 없지만, 최소한 네이버에 대한 모두의 우려는 필요 이상으로 증폭된 감이 있으며 그 공공의 잠재력은 다소 폄하된 측면이 있다. 골목상권과 함께하는 네이버의 행보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장면’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 크리에이터 데이. 출처=네이버

플랫폼으로 돕는다

포털 정체성을 바탕으로 성장한 네이버는 플랫폼 본능으로 사업을 전개시킨다. 주특기가 플랫폼이며 가장 강력한 무기도 플랫폼이라는 뜻이다. 이를 전방위적 O2O 방향성으로 풀어가지 않는 신중함과 더불어, 네이버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며 라인과 스노우의 사례처럼 미래 ICT 경쟁력의 자양분으로 스스로를 포지셔닝하고 있다.

골목상권과의 상생을 추구하는 네이버의 방법론에도 비슷한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4월 네이버는 프로젝트 꽃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스몰 비즈니스를 지원해 ‘함께 성장하는 미래’를 그리는 것이 포인트다. 초연결 시대를 맞아 강력한 인터넷 플랫폼인 네이버를 공익을 위해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해 새롭다. 김상헌 대표가 거시적 관점에서 “우울한 한국 경제 전망”까지 논하며 공익적 요소의 플랫폼 존재감을 보여주겠다고 거듭 공언하는 수준이었다.

나아가 김 대표는 “네이버는 국내의 가장 많은 사업자와 창작자가 생산품과 콘텐츠를 공급하고, 가장 많은 이용자가 소비하는 인터넷 플랫폼으로서 이들의 도전과 성공을 도울 역할과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네이버에서는 160여만명의 지역 사업자와 8만5000곳의 네이버페이 가맹점주, 5000여명의 쇼핑윈도 사업자, 400여명의 프로 웹툰 작가, 1만여명의 일러스트레이터와 3300여명의 예비 뮤지션이 활동을 벌이고 있다. 매일 2600만여명 이상의 이용자가 네이버를 방문해 3억회 이상 검색을 하고, 1800만번 이상 동영상을 시청하며 이들의 콘텐츠나 상품을 소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양성이 요동치는 플랫폼 생태계를 가지고 있고, 네이버는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미래를 설계하겠다는 뜻이다.

먼저 스몰비즈니스의 손쉬운 창업을 지원하는 방안이 나왔다. 네이버 서비스 총책임자인 한성숙 서비스 총괄 부사장은 네이버의 쉬운 창업 지원의 핵심을 교육, TOOL 제공, 노출 기회 확대라는 3가지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매년 1만여명의 신규 쇼핑 창업자를 만들어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며 “올해에는 연매출 1억원 이상 올리는 사업자가 1500명, 5000만원 이상은 2000명, 1000만원 이상은 4000명 규모로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창작자에 대한 지원 방향도 소개됐다. 창작의 영역 확대와 창작자 발굴, 수익구조 다양화, 글로벌 진출 지원을 골자로 한다. 일례로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확인한 그라폴리오를 ‘Grand Portfolio’로 확대하는 장면이 눈길을 끈다. 일러스트레이션 외에도 전문 포토그래퍼, 디자인, 회화, BGM 작곡가 등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가 그라폴리오에서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지난 7월 1일 네이버는 실용음악 창작자 발굴 챌린지를 통해 그랜드 포트폴리오로 나아가기 위한 실질적 행보에 나섰다. 7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한 달간 진행된 BGM 챌린지는 당선된 창작자들에게 그라폴리오에서 자신의 작품을 정기적으로 연재할 수 있는 ‘스토리픽’ 공간이 주어졌다.

네이버 유승재 뮤직&컬쳐 이사는 “그라폴리오가 그동안 일러스트레이션 분야의 대중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온 결과, 그라폴리오 소속 일러스트레이션 창작자들의 2차 판권 계약, 글로벌 진출 등이 이뤄지는 등 의미 있는 결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며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노력들을 바탕으로 앞으로 보다 다양한 분야의 창작 콘텐츠가 웹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에는 네이버 뮤직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프로젝트 꽃의 세부 계획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네이버는 뮤지션들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은 ‘뮤지션리그’의 미발표 창작곡을 중심으로 ‘뮤지션리그 Top 100’ 차트를 신설한 대목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음악 창작자들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창작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뮤지션리그 차트를 기반으로 매달 30팀의 뮤지션리거에게 창작 지원금도 전달하며 지난 2월에 선보인 모바일 홈의 뮤직판을 통해 인디 뮤지션, 인디 밴드, 잘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공연 정보 등 뮤지션들의 다양한 스토리도 보다 적극적으로 알린다.

거시적 관점에서 프로젝트 꽃의 방향성을 더욱 명확하게 발견할 수 있는 지점은 다양한 프로그램의 등장이다. 일러스트레이터, 뮤지션, 플로리스트, 문화기획자, 대안공간이 함께 참여하는 새로운 컬래버레이션인 크리에이터데이(Creator Day)가 눈길을 끈다. 최근 열린 행사에서 프로젝트 꽃의 상징적 의미인 ‘Bloom’을 주제로 전시를 꾸미고, 음악과 일러스트레이션을 함께 감상하는 ‘라이브 드로잉쇼’로 눈길을 끌었다.

더불어 크리에이터데이를 시작으로 동네 골목골목의 스몰비즈니스를 응원하는 ‘백반위크’와 푸드윈도의 우수생산자의 철학을 소개하고 해당 재료를 활용한 셰프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네이버 푸드윈도에서 만난 12인’도 실시됐다. 특히 푸드윈도에서 만난 12인은 참신한 기획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생산자들의 노고와 생산품에 대한 존경을 모토로 마이알레의 김병집 셰프가 식재료를 활용해 생산자의 이름을 넣은 새로운 메뉴를 선보였다. 관련 레시피는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네이버 모바일 ‘푸드판’을 통해 공개되었다.

▲ 푸드윈도. 출처=네이버

스몰비즈니스의 핵심인 ‘윈도시리즈’의 상품을 한곳에 모은 전시체험형 마켓인 ‘윈도마켓데이’도 상당한 관심을 모았다. 지난 8월 4일부터 네이버 플랫폼에서 활동 중인 스몰비즈니스 및 창작자들을 선정한 뒤 이들의 스토리를 광고로 제작해 2주씩 네이버 DA(디스플레이 광고) 영역에 노출하는 온라인 영상 캠페인 ‘이름을 불러주세요’도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는 후문이다. 평소 큰 규모의 예산을 들여 광고를 제작 및 집행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았던 스몰비즈니스와 콘텐츠 창작자들에게 효과적인 온라인 광고 집행 기회를 제공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브랜드를 알리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플레이스에 소상공인을 위한 특별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 지점도 의미 있다. 네이버는 지난 8월 25일 스몰비즈니스를 위한 모바일 첫화면 주제판 플레이스를 공개했다. 스몰비즈니스도 플레이스판을 통해 네이버 플랫폼의 주요 인프라인 모바일 첫 화면의 트래픽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 디자이너 윈도. 출처=네이버

9월 1일에는 국내 패션 디자이너들을 위한 창작자 플랫폼 ‘디자이너윈도’까지 오픈했다. 디자이너’를 전면에 내세우며 매력적인 상품뿐 아니라 컬렉션·룩북·쇼룸과 같은 디자이너 브랜드 특유의 콘텐츠와 디자이너의 일상을 담은 스토리까지 차별화된 패션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네이버는 디자이너윈도와 함께 패션 디자인 창작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제공할 예정이다. 우선 창작자 포트폴리오 서비스인 ‘그라폴리오’에 ‘패션 디자인’ 영역을 새롭게 오픈하고 예비 패션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소통할 수 있는 전문 플랫폼을 제공한다. 향후 가능성 있는 디자인 콘텐츠의 상품 제작까지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 백반위크. 출처=네이버

플랫폼으로 생태계, 나아가 공익까지

네이버는 포털 사업자가 아닌, 기술을 핵심에 둔 솔루션 회사로 진화하고 있다. 강력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제2, 제3의 라인을 배출하는 한편 블루 프로젝트로 대표되는 하드웨어 기술력을 바탕으로 나름의 역사를 쓰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파파고 베타버전을 공개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이 지점에서 네이버는 소상공인, 즉 스몰 비즈니스를 지원하며 철저하게 플랫폼 로드맵을 추구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착해 보이고 싶어서?’ 절반은 맞는 말이다. 네이버는 거대 ICT 공룡이면서 절대적 ‘갑’의 위치에 선 기업이다. 현재 국내 ICT 기업 중 네이버의 아성을 넘볼 수 있는 기업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당연히 잡음이 벌어질 수밖에 없으며, 네이버는 이 지점을 크게 신경 쓰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가 단지 ‘착하게 보이고 싶어서’ 스몰 비즈니스를 지원하고 골목상권과 만난다고 단정하기에는 다소 어폐가 있다. 시가총액은 27조원을 넘기고 있으며 그 주가도 무섭게 오르고 있지만 네이버의 경쟁자는 8월 말 기준 시가총액 약 393조2695억원(3559억달러)의 아마존과 약 570조1800억원(5160억달러)의 알파벳, 약 389조8400억원(3528억달러)의 페이스북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글로벌을 지향하는 회사다. ICT의 국경이 무너진 상태에서 네이버는 오히려 군소사업자에 해당된다. 이런 상황에서 코스프레를 하며 착한 대기업 흉내를 낼 여유가 있을까?

네이버가 소상공인과 만나는 가장 확실한 이유는 일차적으로 공익, 1등 ICT 기업의 책임감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에 스몰 비즈니스 생태계의 구성원을 자사의 효과적인 플랫폼에 실어 강력한 생태계 구축에 나서기 위한 방법론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차라리 후자가 더 긍정적이고 솔직하다. 윈윈을 위한 모두의 활로를 찾는 방식은 냉정한 기업의 법칙에서도 충분히 통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진심을 오해하지도, 호도하지도 말아야 하는 이유다. 네이버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넘어 실제적 생존의 측면에서 스몰 비즈니스를 지원하고 있다. 다양한 생태계 객체의 돌발적 잠재력을 충실하게 끌어내는 것이 지상과제라는 뜻이다.

네이버는 라인이라는, 스노우라는 충격적 혁신이 탄생하는 것을 경험한 기업이다. 그들이 플랫폼을 무기로 손을 내밀었다. ‘다 함께 살아보자’는 필사적인 손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