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6이 성황리에 막이 오른 가운데,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물론 ICT 업계가 자동차에 집중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최소한 IFA는 가전제품이라는 하드웨어 정체성과 더불어 MWC나 CES와 비교해 다소 보수적인 행사로 평가받는 곳이다. 그런 IFA도 올해는 자동차 업계를 적극적으로 품어가는 분위기다.

가장 눈길을 끄는 지점은 IFA 역사상 처음으로 자동차 업계의 수장이 기조연설에 나선 대목이다. 디터 체제 메르세데스 벤츠 회장 및 다임러 AG 회장은 2일(현지시각) 열린 기조연설에서 '궁극의 모바일 기기: 우수한 타임머신으로의 자동차'라는 주체로 연설에 나섰다.

▲ 출처=벤츠

자동차 오피스 시스템이 핵심이다. 내년 상반기 공개될 예정이며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해 눈길을 끈다. 비록 스마트 오피스가 탑재된 신형 E클래스 차량 E350e를 시연하지는 않았으나 자율주행차의 비전과 더불어 그 이상의 사용자 경험을 강조해 눈길을 끈다. 더불어 새로운 솔루션인 모션 시팅도 공개됐다.

체제 회장의 등장과 더불어 그의 기조연설이 던지는 메시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MS와 협력한 대목이 극적이다. 최근 MS는 샤오미와 특허교류를 시도하는 한편 운영체제를 넘나드는 오픈 생태계 전략을 강력하게 펼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뚜렷한 운영체제 정체성을 가진 구글과 애플과는 달리 MS는 미약한 윈도 운영체제를 고집하지 않고 전통 제조업체의 손을 잡는데 더욱 적극적이다.

아마존이 알렉사가 탑재된 에코를 기점으로 다수의 서드파티를 운용하는 지점이 연상된다. 음성인식 인공지능 스피커인 에코는 아마존의 기본적인 인프라와 우버, 스포티파이 등 다양한 협력사와 만나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아마존은 최근 LG전자와도 만나 눈길을 끈다. LG전자는 2일 국내에 출시한 스마트씽큐 센서(SmartThinQTM Sensor)와 스마트씽큐 허브(SmartThinQTM Hub)에 아마존의 사물인터넷 서비스 알렉사를 결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스마트홈 영역에서 아마존의 경쟁력과 만남 셈이다.

스마트씽큐 허브에 아마존의 음성 인식 서비스인 ‘알렉사’를 연동한다는 설명이다. 음성을 기반으로 LG전자의 가전제품을 원격으로 조절하는 방법론이다. 나아가 스마트씽큐 센서는 아마존의 대시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센서를 누르기만 하면 생활필수품을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다. 자동차와 MS의 만남은 곧 아마존이 추구하는 오픈 생태계의 전형과 유사하다.

자동차 오피스 시스템을 비롯해 차량 운전자의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시트가 섬세하게 변화하는 모션 시팅이 자율주행차의 비전에 반드시 필요한 지점이라는 것도 중요하다. 스마트홈을 중심으로 사물인터넷 경쟁력이 생명력을 얻는 과정에서, 핵심 플레이어들이 자동차에 집중하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이제 사용자 경험은 집을 중심으로 회사 및 도시 등 다양한 지점을 연결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궁극적인 스마트시티를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 이동수단이 바로 자동차라는 점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 출처=테슬라

자율주행차는 구글과 테슬라가 주도하고 있으며 그 버전에 약간 차이가 있다. 자율주행차의 시스템은 크게 감지기술, 지도 제작 기술, 소프트웨어 등 세 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서 테슬라는 오토파일럿(Autopilot) 기술을, 구글은 라이다(LIDAR/light-sensing radar)라고 불리는 기술을 핵심으로 사용하고 있다.

라이다는 고가인 반면 4레벨 수준의 강력한 자율주행기술을 자랑하며 오토파일럿은 일종의 운전자 보조의 개념으로 여겨진다. 정리한다면 구글과 테슬라는 급진적인 자율주행 도입, 순차적 도입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자율주행차는 결국 운전자의 손을 운전대에서 해방시키고 '다른 일'을 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스마트시티의 총체적 도시 인프라 변화와 더불어 사용자 경험이 자동차에서 확장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결론적으로 자동차 업계는 ICT 기업이 집중하는 스마트홈에서 시작된 스마트시티의 비전에서 중요한 플랫폼 역할을 맡을 전망이며, 때에 따라 핵심적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오피스 시스템과 모션 시팅은 이에 필요한 전략의 퍼즐 중 하나로 여겨진다.

▲ 자료사진. 출처=위키미디어

여기서 '플랫폼'에 더 집중한다면, 자율주행차로 인한 사용자 경험의 확장적 측면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자동차를 매개로 유통시킬 수 있는 점도 중요하다. '자동차를 스마트폰처럼 쓰는 시대'가 온다는 뜻이다. 필수적인 관점에서 당연히 '정보'가 모이고 'LBS'와 같은 위치기반서비스도 연동될 수 있다. IFA가 자율주행차의 매력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디터 체제 회장이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경험을 산다"고 언급한 대목이 핵심인 이유다.

결론적으로 자율주행차는 스마트홈에 집중한 ICT 기업의 매력적인 파트너며, 스마트시티 로드맵에 있어 스마트홈의 경쟁력을 인프라 전반에 뻗치게 만드는 핵심 원동력이다. 사용자 경험을 확장시키고 포스트 스마트폰의 지위까지 노릴 수 있다. 심지어 전통적 제조업체와 기민하게 연결될 수 있다. IFA 역사상 처음으로 기조연설에 나선 자동차 업체 수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한편 올해 IFA 2016에는 두 대의 테슬라 모델S가 깜짝등장해 눈길을 끈다. 독일 현지 업체 디지털스트롬(digitalSTROM)이 인근 주차장에서 모델S P85D를 배치했으며 독일 충전기 업체 메네키스도 모델S P85+를 보여줬다. 각각 스마트홈과 완속충전기 기능성을 자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자동차에 더욱 적극적이다. 벤츠 E200을 전시해 메르세데스-벤츠와 함께 디지털 스마트 키 사업에 전사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지난해 6월 출시된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가 시선을 사로잡았다는 후문이다.

▲ 출처=르노

르노의 초소형 전기차 ZOE는 일종의 스테디셀러다. 월드라인(Worldline)과 베스텔 등 다수의 기업들이 자신들의 솔루션을 ZOE에 반영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