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8월은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자나 투자자들에게 상당히 주목받는 기간이었다. 크라우드펀딩으로 진행한 영화 투자에 대해 첫 결과물이 나오는 시기였기 때문이다(우리에게 익숙하게 알려져 있는 <귀향>, <26년>, <또 하나의 가족> 등의 영화들은 보상형, 기부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자금조달이었으므로 증권형의 결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결과는, 하나의 프로젝트가 투자 성공*, 다른 하나의 프로젝트는 투자 실패였다. 이번에는 영화 투자 사례를 통해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프로젝트 투자에 대한 구조를 조망해보고자 한다.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크라우드펀딩 성공과 투자 성공을 구분해 사용하는데, 크라우드펀딩 성공은 자금조달을 성공하는 경우를, 투자 성공은 그로 인해 투자자들이 수익을 얻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경우를 말한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영화에 투자한 첫 사례는 <인천상륙작전>이다. 3월 말경 진행된 <인천상륙작전> 크라우드펀딩은 모집금액 5억원에 관객 수가 500만명 이상일 경우 수익이 발생하는 조금은 무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펀딩에 성공했다. 당시 투자계약증권의 발행가능 여부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지하던 중 특수목적법인(이하 ‘SPC’)을 설립해 이익참가부사채를 발행하는 방법으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는데, 이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았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대한 첫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관심은 기대 이상이었다.

<인천상륙작전>의 모집 성공에 이어 6월경 진행된 <사냥>의 크라우드펀딩은 더욱 빠른 시간 내에 모집에 성공했다. 모집금액 3억원에 수익기준 관객 수가 164만명으로 <인천상륙작전> 대비 조건이 좋았으며, 출연 배우들의 인지도가 결코 부족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이익참가부사채를 발행하는 구조도 익숙하게 느껴진 이유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크라우드펀딩으로 이익참가부사채를 발행해 영화 투자를 진행하는 방식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에 대한 이해를 위해 다음 그림을 보자.

▲ 출처=강윤구 변호사

SPC는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해 이익참가부사채를 발행하고, 모집된 금액으로 투자계약을 체결한다. 그리고 조건에 따라 투자금이 회수되면 SPC는 이에 대해 투자자에게 이익배당을 하고, 사채의 만기일에 원금을 상환한다. 결국, 이 구조의 핵심은 SPC와 영화 제작사 또는 배급사가 영화의 누적관객 수 대비 일정 수익을 얻는 조건의 계약(①)과 그로 인해 수익을 얻은 SPC의 투자자에 대한 이익배당 및 상환(②)이다.

일반적으로 위와 같은 개괄적인 설명을 듣고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는데, 필자가 투자자라면 여러 가지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SPC는 무엇인지, 이익배당은 회사의 주주들이 결정하는데 SPC의 주주들이 이익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 SPC가 체결하는 투자계약, 그에 따른 정산 및 SPC의 정산의 내용을 신뢰할 수 있는 것인지, 수익이나 손실은 왜 정확하지 않고 대략적으로 표시하고 있는 것인지 등.

SPC는 대중이 제작사 및 배급사와 프로젝트 계약을 직접 체결하기 어려워 만들어낸 특수한 목적을 가진 법인으로서 투자만을 위해 설립한 법인이다(대중이 프로젝트 계약을 직접 체결하기 어렵다는 것은 투자계약증권의 발행가능 여부와 연결된 논의가 필요하므로 다음 기회에 다시 다룰 예정이다). 프로젝트 투자는 SPC를 활용해 진행되는데, SPC의 투자 계약(①)은 중개업자가 직접 확인한다.

그리고 실무적으로 중개업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자산관리 및 정산 등의 업무를 신뢰할 만한 업체에게 위탁하도록 해 투명하게 재정을 관리하도록 하며, SPC의 주주와 모든 배당가능이익에 대한 이익배당을 시행하도록 별도 계약을 체결하기도 한다. 투자자에 대한 수익은 결과적으로 이익배당을 통해서 지급되기 때문에, 이자와 같이 특정 금리에 따라 지급되는 것과 달리, SPC 운영에 따른 비용 등이 제하고 상법상 배당가능이익의 한도 내에서 이익배당이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SPC와 제작사 혹은 배급사와의 투자계약에 따라서 정산되는 투자회수금액을 계약상 정하고 있더라도, 투자자가 이익배당으로 얻게 되는 수익금은 사전에 확정하기 어렵다. 게다가 이익배당은 법인세가 부과된 이익잉여금으로 지급하게 되는데, 투자자는 다시 배당소득에 대한 세금을 납부하게 되는 이중과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이 아직은 없는 상태이니,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대략적으로 언급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인천상륙작전>과 <사냥>은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했지만, 투자자들 중 위의 구조를 모두 이해하고 투자한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이 구조들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어야 투자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투자자는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 외의 절차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중개업자가 위험요인들을 보완해줄 것이라고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SPC의 역할, 자산관리 및 정산을 수탁받은 자의 존재 등 프로젝트 투자의 구조적인 설명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지금까지의 투자자들은 이러한 구조적인 부분보다는 투자 판단을 위해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인천상륙작전>과 <사냥> 모두 영화 제작이 완료되고 홍보 단계에서 크라우드펀딩이 진행된 것인데, 이러한 경우에는 투자자가 영화의 완성도를 가늠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천상륙작전>은 투자 성공 사례가, <사냥>은 투자 실패 사례가 되었는데,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 판단을 위한 정보는 배우 및 감독의 이름, 개봉시점 정도밖에 없었으므로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오로지 개인들의 볼멘소리로 치부하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향후 투자 성공 사례이든 투자 실패 사례이든 실제 정산이 이루어질 때 투자자들은 결과적으로 구조적인 설명이 부족했다고 느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도 예상해야 한다.

이런저런 잡음이 있다고는 하지만, 크라우드펀딩의 프로젝트 투자는 굉장히 매력적이다. 고도의 기술력을 가진 바이오 기업이나 IT 기업보다 대중에게 친숙하고, 투자 성공 여부가 비교적 빠르게 결정되어 투자금 회수가 빠르기 때문이다.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에게 해당 프로젝트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다양한 리워드 혜택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도 프로젝트 투자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프로젝트 투자는 여러 방면에서 보완할 점이 있지만, 크라우드펀딩 제도의 원만한 정착에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제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프로젝트 투자는 영화를 넘어 뮤지컬, 게임과 같은 다양한 콘텐츠 등으로, 홍보를 위한 펀딩에서 제작을 위한 펀딩으로 확대되고 있다. 오늘은 비록 구조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으나, 향후 프로젝트 투자가 어떠한 구조로 진행되는지 살펴보는 것만큼이나, 어떠한 프로젝트들이 크라우드펀딩으로 진행되는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