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찜질방처럼 후끈후끈했던 여름 날씨가 비 한두 방울로 인해 손바닥 뒤집듯 확 뒤집혔다. 이로 인해 갑자기 피곤하고 무기력해지며 아무런 의욕이 없고, 때로는 어지럽고 멍해지며 전신에 힘이 쫙 풀린다. 조금 지나면 감기가 오고 감기증상이 쉽게 낫지 않는다.

검사를 해보면 아무 이상도 없다고는 하는데 당혹스럽다. 여름에 더위에 적응하느라고 몸에서 부신피질호르몬을 많이 소모했는데, 갑자기 또 추워지니 추위에 적응하려면 역시 또 부신피질이 많이 필요한데 이것이 부족하여 생기는 ‘환절기병’이다. 또 오르락내리락하는 기온변화로 인해 체온조절이 힘들어지니 생리적 불균형 상태에 놓여 면역력이 떨어진다. 이럴 때 면역력이 낮은 암환자나 천식환자는 감기가 폐렴으로 진행되어 위험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

물론 봄에도 똑같은 현상이 생긴다. 그래서 봄이 오면 나른하고 피곤하고 무기력해지는 병을 ‘춘곤증’이라고도 한다. 젊을 때는 모르지만 나이가 들수록 증상은 더 심해진다.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부신피질 호르몬이 나오지 않지만 이에 적응하여 좋아진다.

물이 담긴 항아리에 아무리 물이 가득 차 있어도 깨진 쪽으로 물은 쏟아지게 마련이다. 사람의 오장육부가 아무리 튼튼하다 해도, 한쪽으로 기울면 그쪽으로 서서히 기능이 약화되며 면역 수준도 낮아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미리 체크하고 질병의 조짐이 있으면 약한 쪽을 보강하고 예방해야 한다.

면역력의 약화는 우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힘(正氣)이 떨어진 것을 뜻한다. 정기가 약해지면 외부의 세균이나 바이러스(邪氣)가 침입했을 때 방어하지 못한다. 똑같은 음식을 먹고도 식중독을 일으키는 사람이 있고 괜찮은 사람이 있듯이, 에어컨 같은 낮은 온도에 장시간 노출되었을 때 면역력이 낮은 사람은 바로 냉방병이나 감기에 걸리기 마련이다.

우선 신장이 약한 소양인은 면역력이 낮고 바이러스에 약하다. 이런 체질은 특히 환절기에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 웬만큼 급하지 않으면 일을 뒤로 미루어 체력 안배를 해야 한다. 미리 긴팔의 옷을 준비하여 갑자기 전철을 탔을 때 에어컨 바람이 나오면 등 쪽에 찬바람을 맞지 않도록 입어야 한다. 간단히 머플러로 뒷목만 가려도 갑자기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외출 후 집에 돌아와서 혹은 아침에 일어나 너무 피곤한 경우, 따뜻한 목욕이나 샤워를 통해 피부에 머물고 있는 차가운 기운을 따뜻한 물로 몰아내면 기분도 좋고 피로가 풀린다. 아울러 물을 자주 많이 마셔주어야 몸 속의 노폐물도 충분히 배출하고 췌장의 기능이 좋아지게 할 수 있다. 면역력을 높여주는 음식은 순대국, 삼겹살 등 돼지고기와 가지, 해삼, 구기자차, 용봉탕 등이 있다.

추위에 특히 약한 소음인은 무조건 따뜻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한여름에 찬 음식을 먹으면 내장이 긴장을 일으켜 가스나 담이 잘 생기니 목이 뻣뻣하고 등이 결리며 허리까지 아프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일과를 시작하며 신진대사를 촉진시키고, 건포마찰로 피부 마사지를 자주 하여 혈액순환이 잘되게 해야 한다. 가능하면 야외에 나가 햇빛을 많이 쐬어 비타민 D의 합성을 많이 해두는 것이 면역증진에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과로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모든 것을 완벽하게 철저히 하려고 하다 보면 지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주 쉬면서 중요한 일을 구상하고만 있다가 일이 막상 닥치면, 짧은 시간에 요령이 있게 해치울 생각을 가지고 바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 떨어진 체력을 만회하는 데 삼계탕, 인삼차, 쑥차, 옻닭 등이 좋다.

태음인은 가을이 되면 건조한 날씨 때문에 피부가 거칠어지고 호흡기질환이 악화되어 감기가 가볍게 자주 오며 면역력이 떨어진다. 특히 밤에 일을 많이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되도록 일찍 자서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반드시 창문을 열어 산소가 많은 공기로 환기를 시켜 주어야 한다. 주말에는 침엽수림이 많은 산에 등산을 하는 것이 폐활량을 높이는 데 가장 좋은 수단이고, 특별히 가을에 많이 나는 과일을 많이 먹어 비타민 C를 충분히 공급하면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 특히 고구마, 더덕, 도라지, 무, 연근 등 뿌리음식과 견과류 그리고 녹용이 좋다.

환절기를 부드럽게 넘기는 것이 몸에 여러 가지 질환을 예방하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방법이다. 급격히 떨어지는 체력에 당황하지 말고 체질에 맞는 건강관리법을 알아두면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