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은 삶의 다양한 풍경을 바꿔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는 5조7200억원으로, 2013년 1조3480억원에 비해 4배 증가했다. 비단 시장만 커진 게 아니다. 사람들의 의식도 함께 변했다.

얼마 전 DMC 리포트는 모바일 기기 이용자의 97.9%가 모바일 간편 결제를 인지한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그만큼 모바일 결제는 역행할 수 없는 시대의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를 기업이 놓칠 리 없다. 여러 회사에서 앞다퉈 ‘ㅇㅇㅇ페이’를 출시한 까닭이다.

모바일 결제 성과는 지표에서 드러난다. 삼성페이의 경우 누적 결제가 1000만건을 돌파했고, 네이버 페이는 월 이용자가 330만명에 육박한다. 이용자들의 소비 패턴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반이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최근에는 중소형호텔(모텔) 시장에서도 모바일 결제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모텔과 모바일 결제, 이질적인 것처럼 보이는 두 영역이 시너지를 내고 있다.

스테이테크 서비스 ‘여기어때’의 ‘예약’을 통한 객실 판매액이 400억원(2015년 12월~2016년 7월)을 넘어섰다. 주목되는 것은 8월 한 달 동안만 100억원 거래 매출 돌파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물론, 모텔 시장 규모(약 14조원)를 고려했을 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지표는 두 가지 관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첫째, 예약 불모지였던 모텔 산업에 예약 문화를 정착시켰고,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과거 모텔은 대부분 ‘워킹(길을 가다 이용하는 손님의 유형)’ 고객을 받았다. 둘째, 모바일 예약 과정이 일반화되면서 잠재 고객을 끌어내기도 했다.

통상 모텔에서 숙박비를 지불하는 건 남자였다(고 업주들은 전한다). 하지만 최근 여성 비율이 늘었다. 여기어때 ‘예약’ 비중을 보면 남성이 52%, 여성은 48%로 비등했다. 특히 20대 여성(전체 여성 결제자의 75%)의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젊은 여성이 모바일 모텔 예약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여기어때는 스테이테크(StayTech)를 표방한다. 이 용어에는 공간을 뜻하는 스테이(Stay)와 기술을 의미하는 테크(Tech)를 더해 ICT로 숙박(공간) 산업의 혁신을 일궈내려는 의지와 각오가 담겨 있다.

모바일 모텔 예약이라는 새로운 풍조가 형성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모바일 결제는 단순히 편리하고, 빠르다는 기능적 차원을 넘어 잠재 고객을 발굴하고, 시장을 양성화한다는 측면에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프랑스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의 말처럼, 상품이 아닌 기호(취향)를 소비하는 시대다. 모텔이라는 상품도 모바일 결제를 만나면서 새로운 기호상품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