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묵자(墨子)를 우주에 보냈다. 여기서 묵자는 춘추전국 시대 철학가가 아닌 양자통신위성의 이름이다. 중국은 세계 최초로 양자통신위성을 쏘아올리는 데 성공했다. 정보 보안 문제를 영구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는 양자통신 상용화에 한 걸음 다가선 셈이다.

미국·독일·일본을 비롯해 한국 등 주요 통신 선진국이 양자통신을 연구하고 있지만 이번 위성 발사 성공으로 중국보다는 상용화 단계에서 뒤처진 것으로 보인다. 양자통신이 상용화될 경우 보안 패러다임 전환을 통한 금융 분야 혁신이 예고되는 한편 국가안보 증진에도 직결될 것으로 여겨진다. 글로벌 패권 다툼 중대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이번 위성 발사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분석이다.

신화통신은 16일 오전 1시 40분(현지시간) 북서부 간쑤성 고비사막에 있는 주취안 위성발사센터에서 세계최초 양자통신위성(QUESS)을 탑재한 장정 2-D로켓이 발사됐다고 보도했다. 위성의 이름은 중국 춘추전국 시대 철학가이자 과학자, 기술자였던 묵자(墨子)다. 무게는 약 600kg 이며, 90분마다 한 번씩 지구를 한 바퀴 돈다.

양자통신은 보안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암호기술로 꼽힌다. “양자는 물질을 구성하는 최소단위로 분할할 수 없어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양자물리학의 기본원리를 바탕으로 정보의 도청과 유출을 원천 차단했습니다.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정보 보안 문제를 영구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죠.” 양자위성 개발 프로젝트 책임자인 판젠웨이(潘建偉) 중국 과학기술대학 교수의 설명이다.

중국과학원과 중국 과학기술대는 지난 2011년부터 양자통신위성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당초 지난 7월 발사될 예정이었지만, 정확한 이유가 알려지지 않은 채 연기된 바 있다. 이번에 위성 발사가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양자통신의 상용화를 의미하진 않는다. 연구팀은 이번에 발사한 양자통신위성을 상용화를 위한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양자통신위성은 궤도 진입 후 3개월간 궤도 운행 테스트를 거칠 예정이다. 위성은 90분마다 지구를 한 바퀴 돌며 지상국과 위성 간 장거리 양자통신을 시도한다. 연구팀은 최근 양자를 활용한 단거리 통신에 성공한 바 있는데, 위성 시험을 성공하면 양자통신을 전 지구적 규모로 확대할 수 있다. 판젠웨이는 “우리는 위성을 통해 베이징에서 오스트리아 빈까지 양자 암호키를 쏘는 것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험이 성공하게 되면 중국은 세계 최초 양자통신 상용화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된다. 중국은 양자통신 기술 상용화를 위해 중국 선전시 난산(南山)구, 칭하이성 더링하(德令哈)시, 허베이성 청더시 싱룽(興隆)현, 윈난성 리장(麗江)시 등 4곳에 지상 거점을 마련했다. 베이징에서 상하이에 이르는 2000km규모의 양자통신 네트워크 구축도 추진 중이다. 베이징~상하이간 네트워크는 올해 말 완공될 예정이다.

중국은 양자통신 구현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양자기술 개발과 관련한 구체적 예산을 공개한 적은 없다. 그러나 양자역학을 포함한 기초과학 연구 비용은 지난 2005년 19억 달러에서 지난해는 1010억 달러(약 111조5545억 원)로 급증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13차 5개년(2016~2020년) 계획에서도 양자통신 기술은 최우선 순위에 놓여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중국만 양자통신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독일·일본·한국 등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12년 소형 위성에 적용가능한 양자통신기술을 개발했지만 이후 비공개로 연구를 진행해 개발 정도와 성과가 베일에 싸여있다. 유럽우주국(ESA)은 지난해 10억 유로를 투입해 2018년 발사를 목표로 양자통신위성 개발에 착수했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자통신 상용화에 중국처럼 정부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양자통신 상용화가 추진되고 있다. SK텔레콤과 미래창조과학부가 국내 최초로 양자암호통신 시험망을 구축 중이다. 지난 2월 미래부는 국내 최초로 양자암호통신 시험망을 구축하고 시험·인증 등을 지원하기 위한 '양자암호통신 테스트베드(가늠터)'를 개소했다. 이는 2014년 ‘양자정보통신 중장기 추진전략’의 후속조치다. 2018년 수도권과 대전권을 잇는 양자암호통신 시험망을 구축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SK텔레콤과 미래부는 올해 1단계로 ▲SK텔레콤 분당사옥과 용인집중국을 연결하는 왕복 구간(약 50㎞) ▲대전지역 연구소간 통신망인 대덕고성능첨단통신망 구간(약 11㎞)에서 기술개발과 시험에 필요한 각종 연구장비와 시험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다. 다음해에는 2단계로 ▲단계별 추진계획에 따라 200㎞ 이상의 장거리 전송 ▲양자정보통신 상용화를 위한 시스템(체계) 및 소자·부품 등에 관한 기술개발·시험․인증 등으로 연구장비와 시험환경을 확대 제공한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국가들은 국가보안법 차원에서 양자통신과 양자 컴퓨터 개발 연구를 추진해왔다. 정보 보안기관이나 국방 관련 기관들을 통해 비밀리에 자체 개발 또는 지원하는 등 국가적 자원을 집중시키고 있는 정황도 포착된다. 양자통신과 같은 미래 보안 통신 시스템 개발 수준이 낮은 국가는 향후 정보의 일방적 유출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