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인기 절정의 TV 드라마에 인도가 반복적으로 언급된 적이 있다. 하지만 인도 입장에서 반길 내용이 아니었다. 오히려 방송사에 항의할 만한 매우 부정적인 묘사였다. 주인공의 대사 속에서 인도는 ‘역겹고 사람 살 곳 아닌 모진 나라’로 표현됐다. 배우끼리 주고받는 대화에서도 몇 번이고 이런 표현이 반복됐다. 자연히 인도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가 안방 깊숙이 스며들게 됐다.

이후에도 한국 미디어에 등장하는 인도는 지구상에 유례없는 ‘몹쓸 나라’였다. 인도의 사건사고는 배경에 대한 자초지종 설명이 부족한 상태로 보도되곤 했다. 이 때문에 인도 관련 기사 한 줄, 방송 한 마디 나올 때마다 인도로 가는 여행객이 줄었다. 당시 인도 출장을 자주 다니던 필자를 보는 주변의 시선도 ‘어쩌다 그런 나라에…’라는 측은함 그 자체였다.

단순히 여행 목적이라면 인도 말고 갈 곳이 없는 것도 아니며, 설령 편견으로 인해 인도를 멀리 한다고 한들 크게 문제될 것도 없다. 그러나 인도는 우리에게 ‘여행지’만이 아니다.

2014년 기준 인도로 출국한 한국인은 약 5만명이다. 이 가운데 여행이 아닌 상용 목적의 출국자는 전체의 35%로 전년의 25%보다 크게 늘었다. 실제로는 상용 목적이지만 발급절차나 비용 때문에 관광 비자를 받는 경우를 감안한다면 인도행 출국자의 50% 이상이 비즈니스 목적일 것이다. 그만큼 비즈니스 상대국으로서의 인도 가치가 커졌다. 이는 한국 경제에 미치는 인도의 경제위상이 높아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더구나 중국의 고(高)성장 포기 선언으로 수출이 연일 하락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서둘러 중국을 대신할 전략시장을 찾아야 할 입장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지난 20여년 성장세를 이어오며 마침내 중국의 경제성장률까지 앞질러 글로벌 거대시장으로 부상한 인도는 최고의 대안으로 돋보인다.

인도는 한국이 외면할 수 없는 전략적 경제 가치를 지녔지만, 목숨 걸고 가야 할 정도로 험한 나라라면 그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확언하건데, 인도는 결코 ‘몹쓸 나라’가 아니다. 오히려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도 가능성이 무한한 곳이다. 제대로 인도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인도에 대한 편견은 잘못된 풍문에다 상상력이 덧붙어 생겼다. 본래 인도가 험한 곳이 아니라 정체성이 독특한 인도를 사전 지식 없이 마주했을 때의 문화적 충격 등으로 갖가지 오해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인도에 대한 사전지식으로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 편견을 내려놓고 이해로서 다가갈 때 여행이나 비즈니스 측면에서 인도의 가치가 제대로 보일 것이다.

타지마할의 모습. 출처=김응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배낭여행자들은 믿지 못할 정도(Incredible India!)로 아름다운 인도의 풍경과 문화를 체험하려면 고생을 각오해야 했다. 하지만 21세기 이후 성장 단계에 올라선 인도사회의 인프라 덕분에 지금은 훨씬 쾌적한 상태에서 경험할 수 있다. 에어컨이 펑펑 쏟아지며 달리는 중에도 와이파이(Wi-Fi)가 연결되는 관광버스가 일반화되었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연결되는 올라(Ola)와 우버(Uber) 공유택시서비스가 대도시뿐만 아니라 지방 곳곳으로 확산되어 더 이상 요금 시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 같은 IT 부문 인프라는 한국보다 앞선다. 인도의 이동통신 사용자는 10억명을 넘어섰고, 스마트폰 사용자는 연내 3억명에 달할 전망이다.

인도의 비즈니스 환경은 더욱 긍정적이다. 예를 들면, 현대식 메트로(Metro)의 경우 이미 11개 도시에서 운행 중이거나 건설 중이다. 신규로 계획 중인 도시 역시 줄지어 있다. 향후 메트로가 건설될 도시가 120여개에 이를 것이란 시장의 예측도 있다. 이처럼 인도의 메트로는 규모에서나 기간 면에서 향후 20년 이상 기대되는 거대한 시장이다. 그런 까닭에 한국의 건설기업은 물론 도시설계, 요금징수기 등 기자재, 역사(驛舍) 개발 및 운영 기업들의 관심이 뜨겁다.

인도는 일생의 인연이 있어야 갈 수 있다고 말한다. 멀고 먼 곳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시대, 해외 진출에 기업의 명운을 걸어야 할 우리에겐 매일매일 검토하고 접해야 할 일상의 인연이 됐다. 그 인도를 이제부터 비즈니스 시각으로 이해해보자. 칼럼을 시작하면서 ‘인도는?’하고 자문한다. 인도는 ‘비즈니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