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면세점 업체 증가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인 데다 국내 면세점들의 2분기 매출 실적이 좋지 않다. 신규면세점의 경우 적자 규모가 1분기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10월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4장이 발급되면 업계 경쟁은 보다 격렬해져 수익성이 낮아질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여기에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논란 등으로 면세점 주요 고객인 유커(중국 관광객) 감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신규면세점들은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공격적으로 집행하면서 2분기 영업이익률이 떨어진 것이지만, 사업 초기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당분간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명품 브랜드의 갑(甲)질이 이어지면서 면세점의 속앓이는 더 심해지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명품 브랜드들은 입점할 수 있는 면세점 선택권이 더욱 많아졌고, 업체들은 너도나도 타 면세점보다 먼저 주요 브랜드를 모시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콧대가 높아진 명품 브랜드의 갑질은 도를 넘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일 수입화장품 에스티로더가 갤러리아면세점63에서 판매사원 약 30명을 철수시켰다. 샤넬코스메틱에 버금가는 조건을 제시했지만 면세점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판매사원들을 철수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브랜드에 대한 전문성 있는 상품설명 등의 교육을 받은 직원들을 철수시킨 에스티로더 측의 지나친 대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현재 면세점 측의 인원이 대체하고 있다지만, 결국 불편은 소비자의 몫이다.

1979년 국내 첫 시내면세점 사업을 시작한 동화면세점은 1991년 루이비통을 유치했지만, 25년 만에 작별을 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루이비통은 다음달 15일 제주시 연동 제주시티호텔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제주시티점에 신규 매장을 연다. 고급 이미지를 지향하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국가별 매장 수를 제한하는 브랜드라 관련 이야기에 더욱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루이비통 입장에서 보면 신규 면세점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동화면세점에 입점해 있을 이유는 없다”면서 “면세점 측에 여러 요구사항을 이야기하면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귀띔했다.

불과 1년 만에 서울시내 면세사업자가 6곳에서 9곳으로 늘어났다. 하반기에 면세점이 추가로 확정되면 명품 브랜드 입장에서는 보다 좋은 조건에서 더 큰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을 택할 것이다. 과거에도 빅3 백화점이 해외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해 수수료 할인, 인테리어 비용을 제공해 출혈 경쟁이 지적된 바 있는데, 서울시내 면세점 수가 늘어나면서 또 다시 그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모습이다.

갑질은 좋지 않다. 그러나 명품 브랜드만 탓할 게 아니다. 갑질을 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이미 제공한 것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