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왕자와 신세계의 용사"
전통적인 산업군과 ICT의 총아가 만나 협력하는 방식은, 그 형태가 인수합병이든 전격적인 만남이든 큰 의미를 가진다. 지난 7월 11일(현지시각) GE와 MS의 만남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MS가 캐나다 토론토에서 개최한 ‘월드와이드 파트너 컨퍼런스’에서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과 함께 전략적 제휴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협력의 핵심은 GE가 내세우는 산업인터넷 플랫폼인 프리딕스를 MS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에서 구동하는 것이 골자다. 더불어 GE의 프리딕스를 기반으로 MS의 코타나, 오피스 라인업이 깔릴 예정이다.

일단 GE와의 협력으로 MS는 AWS에 대항할 수 있는 일정정도의 성장 동기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눈길을 끄는 지점은 오프라인의 강자 GE와 ICT 기술의 지배자 MS의 만남이다. GE는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재탄생을 천명하며 금융사업을 포기하고 가전사업을 매각하는 한편, 에너지 기반 인프라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으며 MS는 말이 필요없는 ICT의 강자다.

결국 이들의 만남은 전통의 오프라인 강자가 소프트웨어 방법론을 추구하며 기간 인프라 사업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ICT 기업 MS의 기술력을 콘텐츠처럼 체화시키고 있음을 의미한다.

▲ 출처=MS

월마트의 제트닷컴 인수도 비슷한 방식이다. 미국 대형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8일(현지시각) 신생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제트를 33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물론 제트는 평범한 스타트업이 아니다. 제트는 코스트코와 아마존의 경계에 서 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박리다매와 중독성 있는 할인체감을 무기로 삼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시작했다. 취급물품은 1000만개 수준으로 적었지만 포장단위가 컸다. 또 연회비는 50달러로 아마존 프라임의 절반, 코스트코보다 약간 저렴한 수준이고 개별상인이 직접 입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다른 쇼핑몰과 연대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했으며 배송적 문제에서 약점을 드러내기도 했으나 구매액이 35달러를 넘으면 배송 서비스 및 한 달 이내의 제품을 반품할때 발생하는 비용은 받지 않는 파격적인 정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약점도 나중에는 완전히 보강되어 아마존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

주요 수익원이 판매수수료가 아니라 연회비며 구입 금액에 따라 할인을 적용하기도 한다. 특히 상품을 결제하며 점진적으로 할인을 체감하게 만드는 부분은 초창기 제트의 출범에 관심을 보였던 많은 언론이 집중했던 대목이기도 하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지점은, 제트의 CEO가 쿼드시(Quidsi)를 2010년 아마존에 매각시켰던 마크 로어라는 점이다. 그는 '아마존이 두려워하는 남자'로 유명하며 제트를 1년 만에 매출 10억달러, 회원 360만명, 입점업체 1600곳을 확보한 곳으로 키워냈다.

무엇을 의미할까. 월마트는 2014년 2월 더그 맥밀런 CEO의 지휘아래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구사하며 제2의 도약을 꿈꾸기도 했다. 1990년 월마트 제품구매 견습사원에서 시작한 더그 맥밀런은 그 유명한 ‘낚시줄 메모 일화’로 성공신화를 쓴 젊은 사업가며 취임과 동시에 월마트닷컴의 대대적 업그레이드를 추진하는 한편 옴니채널까지 아우르는 '모든 것을 위한 전략'(everything strategy)을 구사하기도 했다. 지난해 처지가 비슷한 대형 유통공룡과 커런트C 동맹군을 꾸린 대목도 이러한 몸부림의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월마트의 온라인 성장률은 신통치 못했다. 시장조사업체 슬라이스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e커머스 측면에서 2016년 6월 기준 월마트는 성수기 효과를 빼면 고작 30% 성장에 머물렀다. 온라인 매출은 더욱 암담해, 판매 성장률 기준으로 전년과 비교하면 2015년 12.3% 늘어나는데 그쳤으며 2016년 1분기는 7%로 바닥을 기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트를 품어내는 신의 한 수를 둔 셈이다.

월마트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필요한 지점을 확보해 위계질서를 세웠다면 아마존은 전자상거래의 가능성을 중심에 두고 수평적, 아니 아마존을 중심에 둔 상태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원형으로 둘렀다고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적 방법론은 아마존의 상대가 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월마트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아마존을 추격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게다가 오프라인에서 시작된 기업의 O2O 전략은 풍부한 시장 노하우를 바탕으로 온라인을 이용한다면, 온라인에서 시작된 기업의 O2O 전략은 플랫폼 역할 자체를 '중개' 수준에 머물도록 만든다. 국내 신세계가 추구하는 SSG 페이 방법론과 비슷하게, 상거래 시장에서 오프라인 유통 권력은 온라인으로 플랫폼을 뻗어나가는 순간 나름의 강점을 지닌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오래된 왕자와 신세계의 용사가 만났다는 점에서 MS와 GE의 만남, 그리고 월마트의 제트 인수는 비슷하다. 다른 점은 전자의 경우 플랫폼과 콘텐츠의 만남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후자는 오프라인이 온라인 경쟁력을 흡수해 외연을 확장한 사례다.

▲ 출처=월마트

"정보의 보물, 유통과 ICT의 만남"
4차 산업혁명이 고조되며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동시에 이를 저장해 유용하게 사용하려는 클라우드의 존재감도 두드러지고 있고 정보를 제어하는 인공지능, 현실의 구현인 로봇에 대한 업계의 열망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핀테크가 태동했으며 그 외 다양한 ICT 방법론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유통의 경우 정보의 바다라는 점에서 많은 ICT 기업들이 탐내고 있다. IBM은 코그너티브 비즈니스를 내세워 전략적인 공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그 외 다양한 제조사,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전자상거래 기반의 정보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삼성페이와 애플페이를 비롯해 각기 다른 주체의 간편결제 솔루션도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국내의 경우 SSG페이를 내세운 신세계의 존재감이 상당하다. 신세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SSG페이는 누적 결제건수 500만 건을 돌파한 후 제휴처 별 SSG페이의 평균 결제 건수도 26만 회로 집계됐다. 지난 1년간 1회 최고 결제 금액은 이마트에서 사용된 1860만원, 1인 최다 누적 결제 건수는 605건으로 알려졌으며 3040에서 특히 인기인 것으로 확인됐다. SSG페이의 회원은 30대가 32%로 가장 많고 20대와 40대도 각각 21%를 차지한다. 성별로는 여성 이용자가 58%, 남성 이용자가 42%로 구성되어 있다.

SSG페이는 ICT 기업이 아닌, 거대 유통기업의 간편결제 솔루션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강점을 가진다. 이미 확보한 유통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나름의 전략을 짤 수 있기 때문이다. ICT 기술을 바탕으로 '결제'의 영역으로 진입하는 것도 고무적이지만 이를 역으로 추진하는 것은 기존 인프라의 혜택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이 분명하다.

물론 이는 유통업체를 중심에 둔 패러다임이다. 핀테크의 주도는 네이버와 카카오, 애플, 구글 등 주요 글로벌 ICT 기업을 중심으로 전개되거나 관련 스타트업을 통해 발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이 결제 그 이상의 기능으로 전이되며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지점도 유심히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흥미로운 지점은 기존 유통업체, 즉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경우 이러한 바람을 마케팅적 측면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신세계를 볼 필요가 있다. 오는 11월 신세계의 스타필드 하남에 테슬라가 입점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테슬라 매니아인 정용진 부회장의 열정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ICT 기술의 총아의 입점은 스타필드 하남의 브랜드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나아가 신세계아이앤씨는 화웨이와도 만났다. 10일 열린 화웨이 메이트북 기자간담회에서 고학봉 신세계아이앤씨 밸류서비스사업부 상무가 양사의 협력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고 상무는 “신세계아이앤씨는 화웨이 커슈머 제품 총판을 맡는다”며 “화웨이의 우수한 기술력과 디자인 경쟁력을 국내에 알리고자 한다”고 전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화웨이는 국내 시장에서 네트워크 장비를 기점으로 공략을 거듭해 왔다. 다만 스마트폰 경쟁력을 조금씩 넓히는 시도를 해 왔으며, 네트워크 장비로 맺어진 인연을 바탕으로 2014년 9월 LG유플러스의 자회사인 미디어로그를 통해 중저가 스마트폰 아너6를 X3로 이름을 바꿔 출시하기도 했다. 이어 2015년 12월에는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를 내세워 Y6를 LG유플러스를 통해 유통시키는 한편, 라우터 카파이(CarFi)도 출시했다.

하지만 LG유플러스 외 다른 통신사와 협력하지는 못했다. 외산폰의 무덤이라는 국내 시장에서 X3가 전혀 힘을 쓰지 못했고, AS 및 기타 제반 인프라도 충실하게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통신사들이 감내해야 할 리스크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폰 외 다른 전자제품의 유통은 말 그대로 언감생심이었다. 그래서 오프라인의 신세계아이앤씨가 화웨이 컨슈머 총판을 맡는 지점은, 두 개의 총판을 통해 온라인에 방점을 찍어 국내로 진격한 샤오미와 미묘한 대비를 보여주고 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