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뮤직이 5일 국내에 기습적으로 런칭했다. 별다른 고지도 없는 상태에서 사용자 약관 홈페이지 공개 후 느닷없이 서비스 개시를 시작해 눈길을 끈다.

애플뮤직은 지난해 6월 출시 후 미국 등 100여개 나라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현재 유료 가입자만 1500만명에 이를 정도로 탄탄한 생태계 운용을 보여주고 있다는 후문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애플뮤직’을 검색한 후 앱을 다운 받으면 바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국내에 상륙한 애플뮤직 중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가격이다. 개인 계정이나 최대 6명까지 사용할 수 있는 가족계정에 가입할 수 있으며 한국 서비스의 개인계정 월사용료는 7.99달러(약 8909원)며 가족 계정은 11.99달러(약 1만3369원)로 책정됐다. 해외에서 개인계정이 9.99달러(약 1만1139원), 가족계정이 14.99달러(약 1만6714원)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을 많이 낮춘 지점이 관심을 끈다. 이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음악 스트리밍 업체의 월 표준사용료와 비슷하다. 서비스 가입 후 첫 3개월은 무료로 즐길 수 있다.

고지식할 정도로 글로벌 가이드 라인을 따르는 애플의 정책을 고려하면 다소 파격적인 실험으로 여겨진다.

▲ 출처=애플

국내 3대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 JYP, YG엔터테인먼트와 파트너십을 맺은 상태에서 막대한 음원을 확보, K팝을 전면에 배치한 지점도 새롭다. 철저한 현지화 정책으로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뜻이 엿보인다. 더불어 다양한 큐레이션 서비스를 통해 콘텐츠 스펙트럼을 넓힌 대목도 눈길을 끈다.

업계에서는 애플뮤직의 기습런칭에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현재 국내 음원시장은 카카오가 인수한 멜론이 55%로 압도적인 1위며 지니가 20%, 나머지를 군소 업체들이 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막강한 생태계 전략으로 국내시장에 진격할 경우 일정정도 시장의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나아가 로엔을 통해 콘텐츠 시너지를 얻어 공격적인 O2O 시장 외연확대를 추구하는 카카오의 행보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업체와의 충돌도 뇌관이다. 수익배분부터 논란이다. 현재 멜론, 지니, 소리바다 등 국내 유통 사업자는 콘텐츠 제공자, 즉 권리자들에게 정산에 있어 정가금액을 기준으로 60%를 주고 있으나 애플뮤직은 판매가 기준으로 70%를 줄 방침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권리자의 이득을 10%더 보장하는것 같지만 내막은 다르다는 것이 국내 유통 사업자의 주장이다. 애플뮤직의 정산방식이 국내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지 여부는 지켜봐야 하지만, 애플뮤직이 대대적인 할인에 돌입해 정가금액보다 훨씬 낮은 판매가 기준으로 권리자의 이득을 정산하면 상대적으로 '마이너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반전이 있다. 현재 국내 유통사들이 주장하는 정상가격 자체가 터무니없이 낮기 때문에 권리자에게는 애플뮤직 정산방식이 더 유리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리하자면 국내 유통사들이 애플의 7:3(권리자:플랫폼)을 비판하는 배경에는 애플뮤직의 '다가올 할인'과 비교해도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음원을 유통시키는 현재의 유리한 상황을 지키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있다. 국내 유통사와 애플뮤직의 배분비율은 거시적으로 보면 큰 차이가 없거나 애플뮤직이 다소 유리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국내 유통 사업자 입장에서는 피해가 예상된다.

나아가 애플뮤직이 글로벌 진출을 기치로 걸고 국내 뮤지션과 스킨십을 늘릴 경우, 국내 사업자 입장에서는 괴멸적 피해도 예상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애플뮤직과 비슷한 밀크뮤직 미국 현지 임원 규모를 축소하는 등 사실상 '스트리밍 서비스' 포기 수순에 돌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국내에 상륙한 애플뮤직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