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면서 세계 각국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다. 미래 먹거리의 하나로 환경에 관련된 산업들이 주목받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해양바이오산업이다. 해양바이오산업은 해양생물자원에서 구성 성분 및 기능성 물질 등을 연구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을 말한다.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세계 많은 나라들이 관심을 가지고 해양생물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해양생명과학(혹은 공학)을 육성하고 있다.

관련 시장은 아직까지 태동기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추후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어서 각 국은 관련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풍부한 해양생명자원을 가지고 있어 해양바이오산업을 성장시키기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인력이 부족하고 정책 지원이나 기술개발 과정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많지만 시장 진입장벽이 아직 그리 높지 않아 우리나라도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해양생물자원 활용률 1% 미만...가치 ‘무궁무진’

해양은 지구 표면적의 70%를 차지하면서 지구 전체 생물종의 80%가 서식하고 있어 생물 다양성이 높다. 육상생물에 없는 특수 유전자인 비타민 생합성 유전자·DHA 합성 유전자·항암 유전자 등이 있어 그 가치도 높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5 생명공학백서'에서 해양생물 가치는 기후조절·오염물질 자정 능력만 계산해도 육상생물의 2배인 연간 26조 달러에 이르는 경제적 가치를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양생물이 유용생물자원으로 활용되는 비율은 약 1% 미만으로 극히 적은 상황이다. 앞으로 개발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는 뜻이다.

해양생물에서 유래한 유용물질은 식품, 의약, 화학 등의 분야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를테면 미역을 소재로 신종플루 백신을 개발한다던지 홍합을 소재로 의료용 접착제를 개발하는 식이다.

우리나라 해양바이오산업신소재연구단은 홍합이 바다 속 바위에 붙어있을 때 사용하는 접착 단백질을 활용해 홍합유래 순간조직접착제를 개발했다. 이는 수술용 실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의료 봉합 및 접합시장 규모는 연간 140억달러(약 15조원) 규모다. 만약 홍합유래 순간조직접착제가 상용화에 성공해 이 시장에서 사용되던 수술용 실을 대체하게 된다면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해양미세조류를 이용해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등의 해양바이오에너지 기술에도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세계에서 환경 문제가 큰 이슈가 되면서 바이오에너지에 대한 관심은 이미 높아져 있는 상태다. 이에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한창인데 해양생물을 활용해 바이오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다면 에너지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넓은 해양영토를 보유하고 있고 한·난류 교차 지역으로 해양생물이 풍부하고 종도 다양해 해양바이오산업 육성에 적합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육상생명자원은 이미 많은 연구 결과가 나와 있고 대다수 선진국이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 산업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해양바이오 산업과 관련된 해양생명자원에 관한 연구는 국제적으로도 미진한 편인데다 상용화율도 낮다. 또 산업소재화 성공률도 육상생명자원이 1/13000인데 반해 해양생명자원은 1/6000정도로 높게 나타난다.

나고야의정서 발효 이후로 해양생명자원을 확보하려는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풍부한 해양생명자원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서 기술을 선도하게 된다면 원천물질 개발 및 독점적 물질특허 확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해양바이오 시장 연평균 10%대 성장 전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계 해양바이오 시장이 높게는 연평균 10~12%, 적게는 4~5%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 세계 해양바이오산업 연간 매출액 추이 (2013년 자료로 2014~2018년은 예상치), 단위=백만달러/ 출처=Global Industry Analysts, 해양수산부

해양수산부 허만욱 서기관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해양바이오산업 시장 규모는 2013년 약 12억달러 수준에서 2018년이면 약 16억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은 해양과학 연구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으며 해양 생명공학을 전문으로 하는 연구소들이 많다. 

영국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해양생명공학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나라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성장 잠재력에 비해 태동단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덴마크도 적극적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 Novozymes, Chr. Hansen, Danisco와 같은 덴마크 기업은 화학제품, 선박도료, 식품 첨가물 등 해양 자원을 활용해 혁신적이라고 평가받는 제품들을 선보이며 다양한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도 해양바이오 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전통 해양바이오에 첨단 기술을 접목하는 등 일본해양과학기술센터, 해양바이오연구소를 중심으로 단기에 집중해 연구개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해양바이오사업의 중요성을 선언하고 해양바이오 해양에너지 해양플랜트 수자원 등 해양 연구개발(R&D) 사업과 해양신산업 활성화를 위한 기반 확충 마련에 힘쓰고 있다. 지난 10년간 약 1591억원의 R&D 투자가 이뤄졌으며 2004년부터 2011년까지는 연평균 29%씩 예산을 늘렸다. 하지만 2011년 이후부터는 R&D 비용이 연평균 6%씩 감액됐다.

지난 R&D 투자로 해양생명공학 SCI 논문 실적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04년 15건 수준이던 것이 2012년에는 170건으로 크게 늘었다. 특허 성과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04년 9건이었던 특허 출원은 2012년 79건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0건이었던 특허 등록은 35건으로 늘었다. 시제품 개발도 2004년 0건에서 2012년 8건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서도 이렇게 관심은 가지고 있지만 아직은 국가 전체 생명공학사업에서 해양바이오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해 갈 길이 멀다. 선진국에 비해 활용 가능한 연구 인력도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가 인력 양성 프로그램 등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단기적 성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해양바이오산업은 특성상 단기에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운 분야다. 막대한 연구 기간과 자금이 필요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관련 제도와 인프라를 탄탄하게 구성할 필요가 있다.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투자와 프로그램 마련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후속세대 양성을 가능하게 하는 지원 사업이 있어야 할 것이다.

허 서기관은 우리나라 해양 바이오산업 대부분이 소규모 영세기업 위주로 운영 중이고 R&D 결과가 산업화로 연결되는 부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R&D 운영 체계의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도별·단계별 평가를 실시하고 결과를 통해 차년도 예산에 인센티브를 주거나 후속 단계 추진을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거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지원과제를 탈락시키는 등의 평가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연구기관 사이에서도 경쟁 체제가 마련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어 각 사업·연구단의 연구개발 목적에 맞는 다양한 운영방식을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 진입장벽이 높아 시장이 커도 진출할 수 없는 분야는 어쩔 수 없다지만 해양바이오산업은 우리나라에게도 기회가 좋은 시장이다. 더구나 해양생물자원까지 풍부하게 갖추었으니 정부의 정책 지원이 든든하게 뒷받침 되고 실력있는 인재를 길러내 내실 있는 연구개발을 해낸다면 세계 시장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추후 우리나라가 세계의 해양바이오산업의 리더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