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우 HK저축은행 신임 대표의 어깨가 업계 2위 지키기, 사잇돌 대출 견제 등 쉽지 않은 과제들로 무거워 보인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OK저축은행이 격차를 줄여가고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는 시중은행의 사잇돌 대출이 선전하고 있다. 타사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브랜드 평판도 해결해야할 문제 중 한다.

HK저축, 구영우 대표 체재 돌입

29일 서울시 강남구 HK저축은행 본사에서는 구영우 신임 대표의 취임식이 진행됐다. 구 대표는 전날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부대표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미캐피탈 팀장, 우리파이낸셜 상무를 역임했다. 지난 1988년 한일리스를 시작으로 20여년 동안 기획, 자금, 심사, 영업 등 다양한 업무를 섭렵한 금융 전문가로 알려졌다. 지난 2009년 HK저축은행에 상무로 합류, 1년만에 전무로 승진됐다. 구 대표는 신상품 개발, 포트폴리오 다변화, 리스크 관리 정책 수립 등을 통해 수익성과 건전성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화려한 이력에도 앞으로의 행보는 녹록치 않아 보인다. 업계 2위 쟁탈전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7월 현재 HK저축은행은 저축은행업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2011년 매출 3722억원 영업이익 140억원, 2013년 매출 3936억원 영업이익 -13억원, 2015년 매출 2792억원 영업이익 682억원을 올렸다.

업계 3위 OK저축은행의 추격이 매서워지고 있다. OK저축은행은 2013년 매출 455억원 영업이익 -87억원에서 2015년 매출 2513억원 영업이익 60억원으로 승승장구 중이다. OK저축은행은 홍보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말 경영공시를 보면 OK저축은행의 한 달 광고비용은 20억원으로 추산된다. 2억~3억원 수준인 HK저축은행과 격차가 크다. OK저축은행 배구단과 연계한 5~6% 적금 상품, 30일 무이자 대출 등 이벤트 마케팅도 적잖은 흥행을 기록했다.

SBI저축은행은 2011년 매출 4221억원 영업이익 -934억원, 2013년 매출 2131억원 영업이익 -1977억원, 2015년 매출 4722억원 영업이익 768억원으로 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있다.

시장위치 대비 낮은 브랜드 인지도도 고민거리다.

중금리 대출 시장, 사잇돌 대출 강세

한국기업평판연구소는 최근 저축은행들의 브랜드 평판에 대해 조사했다. HK저축은행, SBI저축은행, OK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등 12개 저축은행에 대한 지난 1개월간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SBI저축은행이 브랜드평판지수 27만2921점으로 1위에 올랐다. 웰컴저축은행(27만2184점)과 OK저축은행(25만4584점)이 그 뒤를 이었다. HK저축은행은 12개 저축은행 중 11위를 기록했다.

중금리 대출시장에서 시중은행과의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사잇돌 대출이 출시 2주만에 9개 은행에서 총 3163건, 323억8000만원이 지원됐다고 최근 밝혔다. 도입 초기임에도 하루 평균 264건(27억원) 수준으로 빠르게 안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등 9개 은행은 서울보증보험과 보증보험 협약을 맺고 10% 내외의 중금리 대출 상품인 사잇돌 대출을 출시했다. 신용도 4∼7등급자를 주요 대상으로 최대 2000만원까지 제2금융권보다 낮은 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반면 저축은행이 내놓은 중금리 대출은 10~20% 수준의 금리가 적용되고 있다. 중신용자 고객이 저축은행을 대거 이탈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의 시중은행으로 쏠릴 개연성이 크다. TV방송광고 규제라는 불리한 조건까지 안고있다. 현행법상 저축은행은 평일 오전 7~9시와 오후 1~10시, 공휴일 오전 7시~오후 10시 사이에 TV광고를 할 수 없다.

구 대표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HK저축은행은 신임 대표에 대한 질문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HK저축은행 관계자는 “취임식은 특별한 취임사 없이 조촐하게 치뤄졌다”며 “외부인사가 아닌 (전 부대표) 까닭에 내부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