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5월 25일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앞으로 10년 내에 사람을 달에 착륙시키고 지구로 무사히 돌아오게 하는 목표를 달성할 것입니다”라고 공언했다. 당시 미국 항공우주국(NASA) 기술자들은 케네디 대통령에게 “화성에 가기는 어렵고 달이라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5년 뒤인 1969년 7월 20일 인류 최초의 달 착륙선 아폴로 11호가 달에 도착했다. 달까지 갈 수 있는 게 47년 전 우리의 한계였다면 지금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2차 세계대전 후 냉전시대로 접어들며 미국과 소련은 치열한 체제경쟁을 펼치는 한편, 우주로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물론 지금 이런 분위기는 사라졌으나 우주로 향한 모두의 도전정신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실리콘밸리에서 우주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우주 분야에 도전하려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다수 등장했으며, 미국 내 50여 개의 벤처캐피털이 우주 관련 스타트업에 약 2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등 민간 기업들이 잇달아 로켓 재사용에 성공하며 민간 우주기업들 간의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민간 우주기업들은 왜 우주 사업에 뛰어들게 됐을까?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바통 터치

과거 우주탐사는 정부가 주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로켓을 발사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수익 창출로는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1년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국제 우주정거장에 지속적으로 사람과 장비를 보내는 작업을 민간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정부 차원에서 개발 비용을 대기가 힘이 부치고, 중간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정치권과 기업의 압력이 큰 이유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후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버진갤럭틱 같은 경쟁력 있는 민간 우주기업들이 등장하며 시장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 발사체 시장에서 민간 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조만간 정부를 따라잡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5년 11월 25일 미국 의회는 ‘상업 우주발사 경쟁력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민간 기업이나 개인이 우주에서 채취하는 자원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이는 우주 자원 탐사에 민간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문을 활짝 열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IT 기업들 유혹하는 블루칩

선점하는 자가 우위를 차지한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장기간 투자해야 하기에 아직까지 우주 산업에 뛰어든 기업의 수는 적은 편이다. 하지만 일단 뛰어든 기업들은 수익을 내고 있다는 평가다. 스페이스X가 개발한 로켓의 발사체 가격은 한 대당 6000만달러(약 680억원)로 일반 로켓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이런 이점으로 인해 스페이스X는 2020년까지 40억달러(약 4조5000억원)의 지원을 확보했다.

포스코 경영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 ‘실리콘밸리가 우주에 열광하는 이유’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은 효율적인 인터넷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서, 그리고 주도적인 자본 투자를 통한 미래 시장 선점을 이유로 우주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또 IT 산업의 역동적인 DNA가 우주산업에 접근하기에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아직도 전 세계 42억명의 인구는 인터넷 경험이 없다. 지상에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주공간에 인프라를 마련해 인터넷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면 엄청난 규모의 시장을 구축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페이스북과 구글은 총매출의 80% 이상을 광고 수입에 의존하므로 신규 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해 이용자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다.

IT산업은 본래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을 개척하고 이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무인 자동차와 드론을 현실화했으며 가상현실을 구축하고 있다. 우주는 IT 기업들의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을 자극하는 무한한 운동장인 셈이다.

은하수 여행을 실행에 옮기려는 히치하이커들의 꿈

엘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와 제프 베조스 블루오리진 CEO 모두 어린 시절 우주에 대한 환상을 품고 살던 소년들이었다. 엘론 머스크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읽으며 인류의 미래와 우주를 연결지어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훗날 저렴한 비용으로 우주에 사람을 보낼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하기 위해 스페이스X를 설립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제프 베조스는 미국 원자력 위원회 출신인 외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늘 과학과 우주에 관심이 많았으며, 청소년기에는 NASA를 견학하기도 했다. 베조스는 고등학교 졸업 연설을 하며 우주에 호텔, 놀이공원 등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지낼 수 있는 공간을 설립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블루오리진도 사비를 털어 만들었다고 알려졌는데,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블루오리진이 다른 민간 우주회사들보다 건재할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실패 위험 부담도 큰 우주산업에 거물들이 손을 뻗는 이유는 인간의 순수한 호기심을 비롯해 어린 시절부터 그려온 꿈을 실행하고 싶다는 내밀한 욕망도 잠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베조스는 적자인 블루오리진을 접지 않고 계속 운영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우주산업은 어린 시절부터 품어온 오랜 꿈을 실현하는 것이자 앞으로 우주산업에 뛰어들 후배들을 위해 기반을 다져주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