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위 통신사 버라이즌이 25일 야후 인터넷 포털 사업을 48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초연결 시대를 맞이해 급격히 힘이 빠지고 있는 통신 사업자가 탈통신 전략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는 극적인 순간으로 평가받는다.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버라이즌, 시선 돌리다 2000년 전화회사인 벨아틀랜틱(Bell Atlantic)과 장거리전화 통신회사인 GTE(General Telephone & Electronics Corporation)가 합병하면서 공식적으로 출범한 버라이즌은 그 해 뉴욕증시에 상장되며 두각을 보였다. 이어 유무선 통신사업과 데이터 서비스 및 인터넷 인프라 등을 제공하며 미국 통신사의 산증인인 AT&T를 누르고 1위 사업자 자리를 굳혔다.

이번 버라이즌의 야후 인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2015년 버라이즌의 품에 안긴 AOL(아메리카온라인)과의 인과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PC 통신과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로 시작한 AOL은 테크크런치, 허핑턴포스트, 엔가젯 등을 거느린 종합 콘텐츠 기업이며 이를 바탕으로 야후 인터넷 포털 사업과의 적절한 시너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먼저 버라이즌의 AOL 인수와 당시 불거진 논의를 더듬어 볼 필요가 있다. 2015년 버라이즌이 AOL을 인수하자 2011년 2월 AOL에 3800억 원에 인수된 허핑턴포스트 역할론이 주목받았다. '매각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인수 발표가 나간 후 팀 암스트롱 AOL CEO가 직원들에게 “버라이즌이 우리에게 관심을 보인 주된 이유가 바로 허핑턴포스트였다”고 밝혔지만, 이는 말 그대로 수사적 표현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버라이즌이 AOL 합병을 추진한 배경은 '광고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노리기 위해서지, AOL의 콘텐츠 인프라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버라이즌은 온라인 동영상 광고 중개 업체인 애댑TV와 광고효과 측정전문기업인 컨버트로를 인수하며 해당 영역에서 존재감을 발휘한 AOL을 노렸다는 설이 파다했다.

게다가 전통적으로 버라이즌은 콘텐츠, 특히 언론사와 궁합이 좋지 않았다. 일명 수가스트링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버라이즌은 IT전문매체인 수가스트링을 의욕적으로 운영했지만 개설 2개월만에 폐쇄해버린 흑역사를 가지고 있다. 당시 수가스트링의 기자가 버라이즌의 아킬레스건인 망 중립성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는 이유였다. 콘텐츠를 운영하는 회사의 마인드가 없다는 비판이 나온 배경이다.

그러나 버라이즌이 광고 플랫폼을 채울 뉴스 콘텐츠의 가능성을 허핑턴포스트, 테크크런치에서 발견했다는 반론도 상당했다. 스트리밍과 오디오 서비스와 같은 미래성장동력을 허핑턴포스트와 함께 도모할 여지도 생긴다는 뜻이며,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허핑턴포스트 매각설의 가능성을 끌어올리기도 했으나 결론적으로 가장 현실에 부합하는 주장이 됐다.

결론적으로 버라이즌은 AOL의 허핑턴포스트, 테크크런치 등 콘텐츠 기업의 가치를 아우르는 한편 독자적인 광고 플랫폼을 운영하며 나름의 역사를 쓰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탈통신 기조를 바탕으로 넷플릭스나 훌루에 대항하는 새로운 미디어 비즈니스 모델도 차근차근 완성하고 있으며 그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야후 인터넷 포털 사업에서 찾은 셈이다. 컴캐스트가 NBC유니버설을 인수하고 AT&T가 위성방송인 디렉TV를 품어내는 시대와 어울리는 행보로 여겨진다.

이를 바탕으로 버라이즌은 야후를 통해 AOL의 콘텐츠 및 플랫폼 경쟁력을 미디어 패러다임적 측면에서 풀어낼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다. 현재 포털 야후는 쓰러지는 거인이지만 여전한 한 방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버라이즌은 주력인 이동통신을 바탕으로 파이오스 서비스의 인터넷 인프라, IPTV를 넘어 AOL의 디지털 광고 점유율도 크게 끌어올릴 전망이다. 특히 인터넷 광고 시장에서 야후를 품어낸 버라이즌 군단의 점유율은 4.4%에 육박해 구글과 페이스북에 이어 단숨에 3위 사업자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탈통신 기조, 야후의 몰락 버라이즌은 야후 인터넷 포털 사업 인수로 AOL 당시 확보된 콘텐츠 운영 노하우에 모바일 광고 플랫폼 강화기회도 잡았다. 특히 포털을 통해 뉴스를 유통시키며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창구를 원스톱으로 관리하게 된 지점이 눈길을 끈다. 나아가 버라이즌 특유의 통신 인프라와 AOL의 콘텐츠, 야후 트래픽의 핵심요소들을 뭉치면 나름의 시너지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버라이즌은 탈통신 기조를 바짝 끌어 올리며 종함 미디어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후문이다.

한편 업계의 관심은 야후의 흥망성쇠에도 집중되고 있다. 버라이즌에 매각되며 20년 포털 역사를 마감하게된 야후는 마리사 메이어 CEO의 구원등판에 따른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결국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