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LG유플러스 차기 리더 자리에 오른 그다. ‘LTE 전도사’라고 불리는 이상철 전 부회장을 대신해 회사를 이끌게 됐다. 그 주인공은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을 거치며 ‘1등 DNA’를 입증해온 권영수 부회장이다.

선임 소식이 알려지자 물음표를 던지는 이들도 있었다. 내수 중심 규제 산업인 통신 분야에 대한 경험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권영수 부회장은 인상적인 임기 첫 해를 보내고 있다. 어느덧 그가 도전을 시작한 지 반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만년 3등 LG유플러스에 서서히 1등 DNA가 주입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그는 현장에서 듣고 답을 찾아내는 ‘경청 리더십’으로 견고한 1등 골격을 세우고 있다.

▲ 출처=LG유플러스

‘1등 DNA’ 인상적 데뷔

권 부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데뷔했다. 이 자리에서 선태사해(蟬蛻蛇解)라는 사자성어를 꺼내들었다. 매미가 껍질을 벗고 뱀이 허물을 벗는다는 뜻이다. 낡은 관행과 고정관념은 벗어던지고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새롭게 거듭나자는 설명이다.

그는 “급변하고 치열한 환경 속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사업을 모두 잘할 수는 없으며, 핵심이 되는 사업과 LG유플러스만의 차별화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며 “시장과 고객이 원하는 핵심가치가 무엇인지 읽어내는 예리한 통찰력도 길러야 한다”고 호소했다. 단기 목표를 설정하기보다는 기본 철학을 확실히 다진 셈이다.

철학을 얘기한다고 현안으로부터 멀어지는 법은 없었다. 그 무렵 열린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시도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혔다. 취임 이후 기자들 앞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 소신을 분명히 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이다.

발언의 수위를 더욱 높였다. 권 부회장은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말도 있는데, SK텔레콤은 이번 계약으로 더욱 편하게 땅을 안 짚고도 손쉽게 헤엄치는 방향으로 가려는 것”이라며 “이런 것은 정부가 규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끝이 아니다. 권 부회장은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이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6에 참석하기 위해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떠난 사이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을 만나 이 인수합병 건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허를 찌른 셈이다. 결국 7개월 넘는 숙고 끝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계약에 대해 최종 불허 판단을 내렸다.

▲ 출처=LG유플러스

스킨십 리더십

강렬한 첫 인상을 남긴 권 부회장은 장기전에 돌입했다. 서두르지 않고 고객은 물론 임직원들과 사업 파트너를 현장에서 챙기면서 그들과 함께 큰 그림을 그렸다. 아울러 소외계층까지 끌어안으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자세도 보여줬다. 그의 행보는 화려한 수사보다는 공감·소통·상생과 같은 담백한 표현이 어울렸다.

그는 먼저 LG유플러스 전국 대리점주를 챙겼다. 지난 5월 경기 광주 곤지암리조트에서 대리점주 초청행사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대리점주 200명이 참석했다. 권 부회장은 특히 ‘경청’이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에 나섰다. 그는 “대리점주들이 계셔서 LG유플러스가 있고 그래서 고객과 가장 가까이 있는 여러분들이 가장 행복했으면 좋겠다”면서 “우리 모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미래지향적 동반자적 관계로 함께 성장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한편 직원들의 사기를 증진하는 스마트한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권 회장은 ‘스마트 워킹 데이’를 제안했다. 이는 매월 둘째·셋째 주 수요일에 임직원들이 오후 5시에 업무를 마치고 조기 퇴근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직원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권 부회장은 지난 5월 전국에 있는 LG유플러스 멤버십 고객들이 한 자리에 모여 뜻 깊은 추억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경기 광주 곤지암 화담숲에서 멤버십 고객 약 500명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화담숲 동감 트래킹’ 행사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권 부회장은 “고객이 믿을 수 있는 회사, 고객으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는 회사, 인간존중의 경영을 실천하는 LG유플러스가 되도록 임직원 모두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 출처=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고객 사랑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고객 접점 채널인 온라인 채널을 대폭 강화하기도 했다. 홈 서비스 브랜드 사이트 내에 ‘고객 체험 스토리’ 커뮤니티를 신설하고 카카오스토리와 페이스북과 같은 SNS 채널을 강화하는 한편 홈 서비스 서포터즈도 운영하고 있다.

낮은 곳에서부터 ‘권영수 효과’

권 부회장은 소외계층에 시선을 돌려 윤리적 책무를 이행하려는 노력 역시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LG유플러스는 지난 7월 서울 동작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전국 다문화 가정 교육용 단말 전달식’을 개최했다. LG유플러스의 교육용 단말 1000대를 전국 다문화 가정에 전달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권 부회장은 “다문화 가정이 대한한국 생활에 있어 겪는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자 다문화용 콘텐츠를 새롭게 만들었다”며 “LG유플러스가 가진 따뜻한 IT 기술을 우리 사회 곳곳에 전파해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는 데 앞으로도 끊임없이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출처=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전국 임직원이 참여하는 ‘즐거운 나눔 ON+ 나눔 경매 및 바자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특히 바자회를 통한 판매 수익금 전액은 중증장애 청소년들이 생활할 고등학교 건립을 위해 전달됐다. 또 LG유플러스는 전국 청각장애인·최중증장애인 3000가구에 홈 IoT 서비스를 평생 무상 지원하기로 했다.

권 부회장이 이끄는 LG유플러스는 올해 1분기 긍정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매출·영업이익·순이익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올랐다. 다만 ‘권영수 효과’를 제대로 가늠하기 위해서는 향후 실적이 더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장기화된 규제 문제와 신사업 육성 과제가 눈앞에 뒤섞인 가운데 권 부회장이 이끄는 LG유플러스가 제2도약을 이뤄 ‘만년 꼴찌’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