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권력과 부를 가진 자들은 말로는 민심을 읽는다지만 정작 민심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잃지 않기 위해서 민심이라는 말을 들먹이며 백성들을 상대로 거짓을 일삼기 일쑤다. 마찬가지로 당시 양반사대부들의 눈에는 광해임금의 백성사랑을 읽을 수 있는 눈과, 양반이라는 벼슬도 아니고 단지 애비 잘 만나서 누리게 된 자신이 휘두르는 권력의 횡포 앞에서 신음하는 백성들의 원한 맺힌 탄식을 들을 귀가 없었다. 백성을 사랑해야 민심도 읽고 탄식도 들리는 법인데, 백성을 사랑하기는커녕 백성이 자신의 부귀영화를 지속시켜주기 위한 도구로 밖에 보이지 않으니, 백성들의 고통을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광해임금은 진심으로 백성을 사랑했기에 백성들의 고통을 공감하였다.
광해임금은 자신이 뜻한 바와 너무나도 일치하는 소설을 보는 순간, 허균 자신이 갖고 있는 사상을 글로 표현한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서 허균과 손잡고 백성들을 위한 혁명을 도모하기로 했던 것이다. 만약에 실패하면이라는 가정도 하지 않은 채 일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그 바람에 사약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반대로, 광해임금이 완성된 ??홍길동전??을 읽자마자 허균은 즉시 유배가 풀리고 왕명을 받들어 명나라에 사신으로 다녀왔다. 
그러나 <홍길동전>으로 인해서 광해임금과 함께 혁명을 추진하던 허균은 능지처참을 당하고, 광해임금 역시 사랑하는 백성들을 위해서 반드시 이루고 싶었던 꿈을 비록 한낱 이루지 못한 꿈으로 날려버린 채 인조반정으로 왕위를 마감하였지만, <홍길동전>은 우리에게 커다란 유산을 남겼다. 바로 허균이 이상향의 나라로 그렸던 <율도국>이다.

우리는 한동안 홍길동이 실존인물인가에 대해서 논하기도 했고, 그가 활동하던 무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으며, 그가 세운 <율도국>이 어디인가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설을 내세웠다. 근래에 와서 홍길동은 연산군 시절에 실존하던 인물이며, 그가 세운 율도국은 울릉도라고 하는 사람들과 일본의 오끼나와였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필자 역시 홍길동이 실존인물이고, 홍길동이 평등을 우선시 하는 ‘활빈당’이라는 공동체를 조직했던 것을 바탕으로 이상향의 나라 <율도국>을 세웠다는 것 역시 확실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필자가 그런 사실들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하는 터이므로, 2014년에 장편소설 <혁명, 율도국 -광해와 허균, 홍길동과 대마도의 진실->을 펴냄으로써 광해임금과 허균이 혁명을 추진했던 것은 물론 홍길동이 <율도국>을 세웠다는 사실을 역사에 입각해서 새롭게 조명한바 있다.
그러나 기존에 제기된 홍길동과 율도국 등에 대한 이론에는 석연치 않은 점들이 있어서 나름대로의 의견을 개진하는 바이다. 물론 필자의 주장에 어폐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 것들을 감안해서 실험적 가설을 통한 귀납법적인 방법으로 결론을 도출해 보고자 한다.

기록이 확실하지 않은 역사는 실험적 가설을 통해서 그 진위를 밝힐 수 있다. 왜냐하면 가설을 세우고 그에 대한 논리가 보편타당하다면 귀납적으로 사실에 근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고대 유물을 발굴했는데 그 유물이 파손된 것이라고 해서 우리는 그 유물을 가치가 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버리지 않는다. 유물 전체 모양의 흐름에 준해서 파손된 부분을 가설적으로 메우는 작업을 함으로써, 그 유물이 파손되지 않았다면 이런 모양을 갖췄을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해 낸다. 마찬가지로 역사적으로는 기록이 없는 사건이나 인물이지만 밝힐 필요가 있는 것이라면, 부분적으로나마 전해오는 사실들을 근거로 현대 과학과 주변의 다른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기록 등의 도움을 받아 그 사건이나 인물에 관한 흐름이나 성격 등에 대한 추론에 의해서 규명할 수 있기 때문에, 실험적 가설에 의한 역사연구는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고대사나 역사가 이루어지던 당시에는 아무런 가치가 없던 사실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다만 실험적 가설을 세우는 것까지는 얼마든지 좋지만, 그것을 증명하는 방법이 억지가 아니라 보편타당한 이론이나 실 예로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길동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실험적 가설을 제시하면, 홍길동은 조선시대 사람이 아니라 고려 사람이며, 홍길동이 세운 율도국은 울릉도나 오끼나와가 아니라 대마도다. 이러한 실험적 가설을 전제로 이야기를 전개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