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픽사베이

바야흐로 맥주의 계절이다. 뜨거운 여름, 전쟁과도 같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 후에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선사하는 짜릿함은 느껴본 자만이 알 수 있는 ‘작은 행복’이다. 혹자는 맥주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인류에게 흔치 않은, 쉽게 온 축복’이라고 예찬하기도 했다. 

맥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서사시(B.C 2000 제작)로 알려진 ‘길가메시 서사시(Gilgamesh Epoth)’에서도 언급된다. 즉, 맥주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온 ‘벗’이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겠다. 역사가 긴 만큼, 종류도 많고 구분도 매우 복잡하다. 많은 술들이 그러하듯, 맥주 역시 그 복잡한 역사는 거의 학문적인 영역에 버금간다.

세상에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맥주 말고도 수없이 많은 종류의 맛있는 맥주들이 많다. 물론 굳이 맥주를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마셔야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러나 아주 약간의 상식만 알고 있으면 맥주를 보는 시야는 달라지고, 새로운 맛을 경험하는 데도 분명 도움이 된다. 커피와 위스키에 이어 이번에는 맥주에 대한 작은 상식 팁 들을 소개한다.

라거(Lager), 에일(Ale) 그리고 밀 맥주

과거의 맥주는 ‘자연발효 맥주’였다. 이를테면 싹 틔운 보리인 맥아(麥芽)와 홉(hop)으로 맥아즙을 만들고 여기에 효모를 넣어 자연 발효시키는 과정을 거쳐 맥주를 만들었다.

현대에 와서는 맥주 제조 기술도 발전해 효모의 종류 및 특성, 숙성 기간에 따라 발표를 다르게 하면서 다양한 맥주의 맛을 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맥주는 크게 하면발효맥주, 상면발효맥주로 구분한다.

하면발효맥주는 발효가 끝날 때 가라앉는 효모를 이용하여 만드는 맥주로 흔히 라거 맥주(Lager Beer)라고 부른다. 라거 맥주는 영상 7∼15℃의 온도에서 약 7일∼12일 정도 발효한 후, 다시 0℃ 이하의 온도에서 1∼2개월의 숙성 기간을 거쳐 만들어진다. 쉽게 말하면 ‘오래 발효시킨 후, 저온으로 숙성시킨’ 맥주로 기억하면 된다. 라거는 맥주의 품질 안정화를 이룬 우수한 양조 방법이다. 시원한 청량감과 목넘김이 특징이다. 대표적으로는 체코 필젠(Pilsen), 독일 도르트문트(Dortmund)·뮌헨(Munchen), 오스트리아 빈(Wien) 맥주, 그리고 우리나라 주요 브랜드의 맥주는 대부분 라거 맥주라고 보면 된다.

상면발효맥주는 발효 도중 생기는 거품과 함께 효모가 맥주의 윗부분으로 떠오르는 성질을 이용해 만든 맥주로 에일 맥주(Ale Beer) 라고 부른다. 상면발효맥주는 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18∼25℃의 온도에서 약 2주간 발효한 후 15℃에서 1주간의 숙성을 거쳐 만들어진다. 즉, ‘짧은 시간 발효시키고, 높은 온도로 숙성시킨 맥주’로 기억하면 된다, 라거 맥주 보다는 진하면서 맥주 특유의 씁쓸하고 무거운 맛이 두드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냉동, 냉장 보관 기술의 한계가 있었던 15세기 이전에 사용되던 맥주 양조방법으로, 영국에서는 아직도 이 방법을 통해 만들어지는 맥주들이 있다. 대표적으로는 영국의 에일(Ale), 스타우트(Stout), 포터(Porter) 등이 있다.

위의 2가지 발효 방식을 기본으로 만든 나라, 조건, 색상, 맛 등으로 더 세분화하면 페일 라거(Pale Lager), 블론디 에일(Blonde Ale), 페일 에일(Pale Ale), IPA(India Pale Ale), 아이리시 레드 에일(Irish Red Ale), 브라운 에일(Brown Ale), 스타우트(Stout) 맥주로 구분되기도 한다.  

한편, 양조 방식과는 별개로 원재료가 다른 맥주로는 밀맥주(Weizenbier(독일어) 바이첸비어, 영어로는 wheat beer)가 있다. 기존 맥주의 원재료인 보리의 엿기름을 밀의 엿기름으로 바꿔 만든 맥주로 독일의 베이에른 지방에서 가장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효방식은 에일 맥주와 동일하며, 달콤한 향이 풍기는 것이 특징이다. 보리 맥주보다 밝은 색감 때문에 ‘흰 맥주’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 맥주 양조 시설. 출처=픽사베이

맥주 순수령(Reinheitsgebot) 

독일 남부 바이에른 공국 빌헬름 4세(Wilhelm IV)가 1516년 4월 23일 맥주 양조에 관해 반포한 법령이다. 당시 독일의 양조업자들은 손님들을 빨리 취하게 해 돈을 벌 목적으로 맥주에 향신료, 과일, 심지어는 독초(毒草)를 넣었다. 이로 인한 피해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에 빌헬름 4세는 사고를 방지할 목적으로 맥주를 만들 때 맥아(麥芽)와 홉, 물, 효모 이외 다른 원료의 사용을 금지하는 맥주순수령을 반포했다. 법령을 어기는 양조업자에 대해서는 생산한 맥주를 모두 압수하는 등 엄격한 형벌이 가해졌다. 맥주순수령은 인근 지역으로 급속하게 번지면서 독일에서는 현재까지도 이를 철저하게 지켜서 만드는 맥주들이 있다.

맥주가 가장 맛있는 온도는 0℃~70℃?  

기본적으로 맥주는 차가운 온도가 유지된 채로 마셔야 가장 맛있다. 그러나 모든 맥주가 그렇지는 않다. 발효 방법에 따라 맥주를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온도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전 세계 맥주 애호가들이 가장 신뢰하는 글로벌 맥주 평가 사이트 '레이트비어(ratebeer.com)’에서는 라거 계열 맥주의 경우 0℃~4℃의 아주 차가운(Very Cold) 온도에서 마셔야 청량감과 목넘김이 가장 좋고, 에일 계열 맥주는 8℃~12℃ 정도의 시원한(Cool) 온도에서 마셔야 특유의 향을 가장 장 느낄 수 있다고 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레이트비어에 따르면 종류에 따라 약 70℃의 Hot(뜨거운) 온도로 마셔야 맛있는 맥주도 있다고 한다.

 

▲ 출처= 픽사베이

맛있는 맥주와 거품의 양  

맥주 거품은 맥주가 공기와 접촉해 산화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맥주는 잔에 따라야 적당한 거품 층이 덮인 채로 가장 맛있게 마실 수 있다고 한다. 병맥주의 경우 각 제조사에서 만든 전용 잔에 따르면 한 잔에 한 병이 모두 들어간다. 체코 필스너 맥주는 필스너 플루트, 독일 밀 맥주는 바이젠 플루트, 영국 에일 맥주는 노닉 파인트 전용 잔 등으로 구별해 마시기도 한다. 한편, 전문가들이 말하는 맥주와 거품의 가장 이상적인 비율은 잔에 따라진 상태에서 육안으로 봤을 때 7:3 정도다. 또한 좋은 맥주는 맥주를 다 마시고 잔을 비울 때까지 거품이 남아 있어야 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