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포켓몬 고’ 열풍이 불면서 증강현실(AR)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관련 기술을 적용한 게임이 본격적으로 출시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포켓몬 고’는 게임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애플리케이션(앱) 분석회사 ‘센서타워(Sensor Tower)’에 따르면 ‘포켓몬 고’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지난 7월 11일 기준 7500만건을 넘어섰다. 게임 유저는 소셜네트워크(SNS) 이용자를 훌쩍 뛰어 넘었다.

‘포켓몬 고’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이 게임 콘텐츠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준 사례다. VR·AR이 실제 매출로 이어진 것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VR·AR 시장에서 게임이 얼마나 중요한 콘텐츠가 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 셈이기 때문이다.

이 게임에는 AR 기술이 적용됐다. 이는 VR과는 조금 다르다. VR은 가상현실에서 가상의 주인공이 주체가 되는 거라면 AR은 현실 공간에서 자신이 직접 게임의 주인공이 된다. ‘포켓몬 고’는 AR을 적용해 별도의 기기 없이 스마트폰으로 즐기고 게임 유저가 주인공이 되서 실제 장소를 누빌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AR은 다른 게임기기 없이 대부분이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을 통해 바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VR보다 먼저 콘텐츠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를 입힌 AR 소프트웨어가 개발된다면 그 파급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VR은 소프트웨어 실행을 위해 별도의 기기가 필요하다.

디지털 전문 컨설팅업체 디지캐피탈(Digi-Capital)에 따르면 VR·AR 시장은 2020년까지 약 15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AR 시장이 VR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AR은 스마트폰이 나오면서부터 관심을 받은 분야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활용도가 높지 않은 것은 AR을 이용한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포켓몬 고’가 인기를 얻은 또 다른 이유는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콘텐츠였다. AR이라는 편리성과 더불어 콘텐츠가 만나면서 큰 인기를 얻은 것이다. 세계적으로 포켓몬스터 관련 콘텐츠나 상품 누적매출은 5조엔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특이한 점은 대부분이 만화에서 애니메이션, 콘텐츠 순서로 인기를 얻었다면 포켓몬은 게임 소프트에서부터 인기를 얻어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파급효과를 줬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이미 ‘포켓몬 고’ 이전에 나왔던 포켓몬 관련 게임 소프트가 밀리언셀러를 기록했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이처럼 AR과 인기IP의 만남이 게임 산업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몸소 보여준 ‘포켓몬 고’를 시작으로 업계에서는 VR·AR에 관련된 다양한 게임 콘텐츠들이 본격적으로 개발 돼 게임 산업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포켓몬 고’의 인기가 길어야 한두 달일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인기 지속이 얼마나 길 것인가와는 별개로 AR 시장에 새로운 불씨를 지폈다는 점에서 게임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VR·AR·게임 관련주 인기 급등… 국내선 VR ‘주목’

앞서 언급한 것처럼 ‘포켓몬 고’가 VR·AR 및 게임 산업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VR·AR·게임 관련주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감이 급증하는 시기에는 거품이 끼게 마련이다.

향후 VR·AR·게임에 관련된 시장이 성장할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관련 기업에 투자하고 싶다면 시장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보다 냉정하게 종목을 들여다봐야 한다.

국내 기업 중 단기간에 AR과 직접 관련된 게임을 출시할 만한 곳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는 기업 중 그나마 관심이 가는 곳을 꼽아보자면 조이시티, 엔씨소프트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조이시티는 ‘건쉽배틀’의 VR 버전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VR·AR 관련 게임 개발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조이시티는 올해 하반기 신규 게임으로 모멘텀이 기대된다. 홍콩 앱스토어 매출 3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주사위의 신’이 중국 버전으로 나온다. ‘프리스타일 모바일’ 중국 버전도 출시 예정이며 ‘프리스타일’의 플레이스테이션4 게임도 나온다. 하반기 신규 게임이 조이시티의 실적을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VR 게임 프로젝트 개발자들을 모집하며 관련 준비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개발력과 충분한 자금력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기술력도 보유하고 있어 신규 기술에 대한 접근은 타 기업 대비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하반기에 리니지RK, 리니지M 출시가 계획돼 있다. 최근 블리자드가 출시한 ‘오버워치’로 리니지 유저가 빠져나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엔씨소프트의 기존 게임 트래픽 흐름은 큰 변화가 없었다는 평가다. 리니지 모바일이 나오면 본격적으로 리니지 IP가 크게 부각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두 기업 외에도 드래곤플라이가 ‘스페셜포스VR’을, 엠게임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우주탐험VR’을 개발 중이다.

드래곤플라이는 ‘스페셜포스’로 대부분의 매출이 발생한다. 스페셜포스는 VR 버전을 개발 중으로 올해 하반기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기어VR용을 시작으로 오큘러스·바이브와 같은 VR기기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다. VR 게임으로는 유아용 애니메이션 IP를 이용한 VR 전용 레이싱 게임도 출시 예정이다. 스페셜포스는 곧 모바일 버전도 출시를 앞두고 있고 하반기에는 RPG 게임인 ‘ACE’가 나올 예정이다. 무엇보다 VR 게임들이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엠게임은 ‘열혈강호’가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올 하반기는 신규 모바일 게임 ‘크레이지어드벤처’, ‘서번워리어즈’, ‘점프앤드러우’가 순차 출시될 예정이다. 역시 기대를 받고 있는 부분은 VR인데 ‘프린세스메이커VR’, ‘갤럭시 커맨더’, ‘소셜카지노VR’ 등을 개발 중이며 구체적 출시 일정은 올 하반기쯤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